에너지

푸른 하늘의 날,
우리가 알아야 할 것
그린카본과 블루카본,
탄소중립 실현의 열쇠

탄소의 종류를 알아보자

2021.09.02

1945년 10월 24일 출범한 국제 연합 기구 UN(United Nations)은 국제 평화와 안전을 보장하고, 국제 협력 증진, 인권 개선 등의 활동을 통해 세계의 번영을 추구하고자 등장했다. UN은 평화유지 활동부터 국제분쟁 중재에 이르기까지 국제 평화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는 한편, 기후정상회의 개최를 비롯하여 인류를 위협하는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 역시 활발하게 전개 중이다.

 

UN은 전 세계가 공동의 협력을 통하여 지켜야 할 가치가 있음을 상기하고자 기념일을 제정하기도 한다. 물 부족 현상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한 ‘세계 물의 날’, 각국의 보건 위생 활동을 촉진하기 위한 ‘세계 보건의 날’ 등이 대표적인 예다.

 

 

UN 국제 기념일은 현재까지 약 160여 개에 달하는데, 우리나라에 특히 의미가 깊은 기념일은 9월 7일 ‘푸른 하늘의 날’이다. 푸른 하늘의 날은 우리나라가 주도하여 채택된 최초의 UN 기념일이자 국가 기념일로서, 심각한 대기오염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전 세계가 뜻을 모으자는 취지로 지난 2019년 9월 뉴욕에서 개최된 기후행동정상회의에서 처음 제안되었다. 이후 여러 국가의 지지 아래, 같은 해 12월 제74차 유엔총회에서는 푸른 하늘의 날을 공식적인 UN 기념일로 채택하기에 이르렀다. 다가오는 9월 7일 제2회를 맞는 푸른 하늘의 날을 맞아 우리 정부에서는 폐기물 배출량을 줄이고 적정 실내온도를 유지할 것을 권고한 한편, 불법 소각 및 불법 배출을 집중적으로 단속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푸른 하늘을 가장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원인은 탄소

 

푸른 하늘을 가장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원인은 탄소(carbon)다. 원자 번호 6번에 해당하는 탄소는 지구에서 54번째로 많이 존재하는 비금속 원소를 일컫는다. 양성자가 6개인 탄소는 원자의 가장 바깥 껍질에 4개의 전자를 가지고 있어 다른 원소와 쉽게 결합할 뿐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결합물을 만들어내는데, 일례로 연필심에 해당하는 흑연과 지구상에서 가장 단단한 광물 다이아몬드는 결합 구조가 다를 뿐 구성 성분은 탄소로 동일하다. 하지만 탄소는 푸른 하늘을 해치고, 지구온난화를 가속하는 주범이 되기도 한다. 이는 탄소로 이루어진 화석연료가 연소 과정에서 산소와 결합하여 온실효과를 초래하는 일산화탄소(CO)와 이산화탄소(CO₂)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화석연료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에너지 자원으로 천연가스와 석탄, 석유를 총체적으로 일컫는 단어다. 화석연료는 연소 과정을 통해 엄청난 에너지를 발생시켜 우리의 일상을 편리하게 만들어 주지만, 동시에 대기오염의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하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 50여 년간 화석연료를 통해 배출된 이산화탄소의 양은 전 세계적으로 무려 2조 2천억 톤에 달하며, 동기간 기온 상승률은 지난 100년간의 기온 상승률의 두 배를 기록했다.

 

비정상적인 기온 상승률을 위기 신호로 인식한 국제 사회는 푸른 하늘을 지키기 위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실질적인 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는 탄소중립 정책을 활발히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0년 대비 30% 이상 감축하고, 2050년경에는 완전한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화석연료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가 상용화되지 못한 현시점에서 어떻게 이룰 수 있을까?

 

탄소중립의 열쇠,

그린카본과 블루카본

 

 

대기 중에는 이산화탄소가 늘 0.03%의 일정한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탄소화합물이 자연계에서 끊임없이 형태를 바꾸며 순환하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이를 ‘탄소순환(Carbon Cycle)’이라 규정하였는데, 이는 생물체에 의해 섭취된 대기 중의 탄소가 생물 사이의 먹이연쇄를 통해 순환하며, 다시 대기로 환원되는 과정을 되풀이함으로써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시킨다는 이론이다. 하지만 산업혁명 이후 화석연료 사용이 급증하면서 대기 중으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크게 증가하자 탄소 순환계가 교란되기 시작했다. 과학자들은 이를 원래의 상태로 돌려놓고, 더 나아가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대기 중의 탄소를 흡수하는 메커니즘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는 지구를 순환하는 탄소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과학자들이 구분 지은 탄소 분류 체계를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아래의 내용을 통해 함께 살펴보자.

 

블랙카본

블랙카본은 화석연료의 불완전연소를 통해 배출되는 극도로 작은 입자들을 총칭하는 말이다. 블랙카본은 일명 ‘검댕’으로 불리는 재, 미세먼지의 일종으로, 배출되는 탄소의 대표적인 예다. 공기 중으로 배출된 블랙카본은 태양 에너지를 빠르게 흡수하며 대기 중에 퍼지며, 이 과정에서 북극과 히말라야의 등지의 눈과 빙하를 녹여 지구온난화를 가속화하는 등 기후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친다. 블랙카본은 대기 중에 머무르는 시간이 짧지만, 이산화탄소보다 1,500배나 높은 온난화 지수를 가지고 있어 북극 지역에서는 이산화탄소 다음으로 온난화에 영향을 미치는 대기오염원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린카본

앞서 살펴본 블랙카본이 화석연료의 사용 등으로 배출되는 탄소라면, 그린카본은 나무나 숲, 열대우림 등 식물을 통해 육상생태계가 흡수하는 탄소를 뜻한다. 식물은 광합성 작용을 통해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에 포함된 탄소 원자를 흡수하여 포도당을 합성하고, 물과 산소를 만들어낸다. 이산화탄소는 흡수하고, 산소는 배출하는 일련의 과정이 탄소중립 실현에 이로운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은 너무도 자명하다. 이에 EU(European Union, 유럽연합)에서는 기후변화의 주요 대책으로 산림의 양과 질을 개선하고 보호하자는 취지의 ‘2030 EU 신산림전략’을 발표했으며, 국내에서는 2050 탄소중립 추진 전략의 일환으로 2050년까지 30억 그루의 나무를 심어 3,400만t의 탄소를 줄이겠다는 계획을 실행 중이다.

 

블루카본

블루카본은 바닷가에 서식하는 산호초나 해초류, 염생식물, 갯벌 등의 해양생태계를 통해 흡수되는 탄소를 뜻한다. 해양생태계의 탄소 흡수 속도는 육지 생태계보다 최대 50배가량 빠를 뿐 아니라 탄소의 저장 기간이 무려 수천 년에 달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해양생태계가 물에 잠겨 있기 때문이다. 육지에서는 유기물의 분해 과정에서 산소가 흡수되고 이산화탄소가 방출되지만, 물속에서는 산소가 차단되어 유기물 분해가 이루어지지 않아 이산화탄소가 방출되지 못하고, 유기물과 함께 갯벌이나 바닷속 토양에 저장된다.

 

다가오는 탄소중립 시대에 블루카본은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으나, 현재 블루카본은 무분별한 연안 개발과 해수면 온도 상승으로 인해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실제로 대표적인 블루카본으로 꼽히는 맹그로브 숲*과 산호초 군락 등이 파괴된 사례가 다수 보고되고 있다. 블루카본이 파괴되면 바닷속에 축적되어 있는 이산화탄소가 다시 대기 중으로 빠져나가 지구온난화를 되레 가속할 뿐 아니라 해양 생태계 역시 위기를 맞게 된다.

*맹그로브 숲: 아열대나 열대의 해변이나 하구의 습지에서 발달하는 숲

 

기후 위기,

더 이상 나중은 없다


 

지구는 스스로를 치유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여과, 침전, 희석 등의 물리적 자정작용과 산화, 중화 등으로 대표되는 화학적 자정작용, 그리고 미생물의 분해 및 대사 활동 등의 생물학적 자정작용을 통해 지구는 오염 물질을 스스로 정화한다. 그러나 오랜 시간 지구의 회복 속도보다 인간의 환경 파괴 속도가 월등히 앞선 결과, 우리는 매해 새로운 이상기후 현상을 마주하며 기후 위기의 공포를 피부로 느끼고 있다.

 

최근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캠페인은 ‘지금 당장’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현재 속도라면 다가오는 2040년까지 지구의 평균 기온은 1.5도 상승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 예측이 현실이 된다면 폭염으로 인한 화재와 폭우가 현재와는 비교할 수 없는 규모와 빈도로 발생하는 한편, 무려 3억 5천만 명의 도시인들이 가뭄으로 인한 물부족 현상에 놓이게 된다고 경고했다. 상황이 이러하니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현재 탄소중립 정책은 어느 국가 할 것 없이 일정 수준 이상의 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여러 글로벌 기업들 역시 발 벗고 나서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렇다면 개인이 할 수 있는 노력은 무엇일까? 그린카본과 블루카본을 지키기 위한 생활 속 작은 실천이 첫걸음일 따름이다. 숲과 바다를 병들게 만드는 일회용품 사용을 지양하고, 쓰레기를 줄이는 ‘제로 웨이스트 운동’에 참여하거나, 분리배출을 꼼꼼하게 하는 것. 일상 속 작은 행동들이 모여 우리의 푸른 하늘을 더욱 푸르게 빛내 줄 것이라 믿는다.

에너지로 만드는 지속가능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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