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우리는 왜 지금,
인테리어에 열광하는가
인테리어 열풍을 불러온 네 가지 키워드

GNI, 1인 가구, MZ, COVID19

2022.01.27

 최근 유행하는 미드 센추리 모던 스타일의 인테리어

 

패션에 한 시대를 관통하는 유행이 있듯이 인테리어에도 유행이 있다. 2010년 초반부터 꽤 오랜 시간 유행했던 ‘북유럽풍 인테리어’부터 소셜미디어 인증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핫한 카페가 되기 위해 필수였던 ‘노출 콘크리트 인테리어’, 친환경 열풍을 인증하듯 집으로 식물을 들여 인테리어의 일부가 되도록 하는 ‘플랜테리어(Plant+Interior)’, 마지막으로 최근 MBC <나혼자산다>에 출연한 배우가 언급하며 대세로 떠오르고 있는 ‘미드 센추리 모던 인테리어’까지. 인테리어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모두 한 번씩은 들어 봤을 법한 용어들이다.

 

미디어를 통해 확인하는
건축과 인테리어의 인기

 

높아진 인기를 증명하듯 각종 미디어를 통해서도 공간을 만드는 건축과 인테리어에 대한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인스타그램(Instagram)은 지난해 12월 2021년 국내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해시태그(#)를 공개했는데 #인테리어 #홈스타일링 #방꾸미기 등 집 꾸미기 관련 해시태그가 상위에 자리했다. 인테리어는 1,100만 건, 홈스타일링은 190만 건, 방꾸미기는 80만 건의 게시물(*2022년 1월 18일 기준)을 확인할 수 있다.

 

유튜브에서도 인테리어 관련 콘텐츠를 생산하는 유튜버들이 증가하고 있다. <댄나 프로젝트, 집꾸며볼래>, <집꾸미기>, <인테리어SHOW> 등 인테리어 전문 채널들은 오래된 아파트를 새롭게 셀프 리모델링 하거나 작은 공간을 넓게 보이도록 하는 인테리어 정보를 제공한다. 일반 개인 유튜버들은 ‘랜선 집들이’, ‘룸 투어’라는 이름으로 집을 공개하는 형식의 영상을 통해 인테리어 트렌드를 알려주거나 관련 팁을 공유하기도 한다.

 


유현준 교수의 저서 ‘공간이 만든 공간’과 ‘공간의 미래’ (출처: 을유문화사)

 

이는 소셜미디어보다 넓은 연령대를 포괄하는 TV방송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17년 방영한 tvN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 2>*에 홍익대학교 건축학과 유현준 교수가 출연하며 건축을 통해 세상을 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 높은 인기를 얻었다. 이후 MBC <구해줘! 홈즈>와 EBS <건축탐구-집>, SBS <나의 판타집> 등 건축과 인테리어를 소재로 하는 방송 프로그램들이 우후죽순 등장하기 시작했다.

*과학, 미식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한데 모여 여행을 하며 여러 관점의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 2017.10.27~2017.12.29(10부작)

 

성장하는 인테리어 산업

: 이케아의 등장과 가전제품의 인테리어화

 

관련 산업의 성장도 눈에 띈다. 2014년 ‘가구 공룡’ 이케아(IKEA)가 국내에 상륙한 지 3년 뒤인 2017년의 국내 가구 산업 시장 규모는 6% 성장했다. 이케아가 국내에 진출하기 전 국내 가구 업계에서는 시장 잠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매우 컸다. 그러나 이케아가 국내에 진출한 지 6년이 지난 지금은 오히려 이케아의 등장으로 가구 산업 전반의 파이가 커졌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지난해 2월 통계청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국내 가구 소매판매액은 10조 1,865억 원(잠정치)으로 사상 처음으로 10조 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9년 대비 23.8% 늘어난 수치다.

 

가구와 주방용품, 인테리어 소품을 아우르는 홈퍼니싱(Home Furnishing)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통계청은 2016년 13.1조 원 규모였던 홈퍼니싱 시장이 2023년 18조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인테리어 플랫폼 ‘오늘의집’은 2021년 상반기 기준 누적 거래액 2조 원을 돌파, 지난해 8월 월 거래액 1,500억 원을 달성하는 등 기록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기업가치 1.1조 원을 인정받아 유니콘 기업 반열에 올랐다. 또한 라이프스타일샵 ‘모던하우스’도 2020년 온라인 직제휴 부문에서 145% 성장한데 이어, 2021년 상반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32% 증가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더불어 가전제품도 인테리어 기능을 갖춘 맞춤형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2019년 삼성전자에서 공개한 ‘BESPOKE(비스포크)*’ 시리즈의 경우, 이름부터 맞춤형 가전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비스포크 시리즈의 특징은 사용자의 집 내부 인테리어와 취향에 맞춰 제품 타입과, 소재, 색상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화이트 일색이었던 가전제품에 디자인 요소를 더해 사용자의 취향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하여 가전제품도 인테리어의 일부로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 ‘(개인 주문에 따라) 맞춘’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삼성전자에서는 ‘되다(BE)’와 ‘말하다(SPEAK)’라는 단어의 결합을 통해 짐작할 수 있듯이 다양한 소비자 취향에 맞춰 소비자가 말하는 대로 제품 타입, 소재, 색상 등을 제공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식물을 인테리어에 활용한 플랜테리어(planterior)

 

대한민국은 ‘왜, 지금’

인테리어에 열광하는가

 

그렇다면 왜, 대한민국에는 지금 인테리어 열풍이 불고 있을까. 인간이 가진 과시 욕구와 코로나로 인한 실내 생활의 증가 때문이라고 단순하게 파악해 볼 수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관련 산업의 성장을 모두 설명할 수 없다. 국내 경제 상황과 인구 집단의 변화, 소비의 주체가 되는 세대 등 다양한 요인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을 살펴보면 2017년 1인당 국민총소득(GNI, Gross National Income)이 3만 달러를 돌파했다. 인테리어 업계에서는 GNI가 3만 달러를 넘어서면 소비자가 인테리어 등 '삶의 질'에 관심을 갖는다고 본다. 실제로 일본의 인테리어 산업은 GNI 3만 달러를 돌파한 1992년을 기점으로 10년간 연평균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하기도 했다. 금전적인 여유가 생긴 만큼 각자의 개성을 드러내려는 욕구가 더 강해진 것이다.

 

1인 가구의 증가도 인테리어 시장의 성장을 견인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1인 가구의 증가는 온전한 나만의 공간을 갖게 된 사람이 증가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나의 개성을 드러내기 위해 공간을 꾸미고자 하는 욕구가 증가했을 것이며, 이는 자연스럽게 셀프 인테리어에 몰입하게 되는 계기로 작용했을 것이다.

 

더불어 현재 소비의 주체이자 홈 인테리어 시장을 이끌고 있는 MZ세대에 대한 분석도 필요하다. MZ세대는 1980년에서 1994년 사이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와 1995년 이후에 태어난 ‘Z세대’를 통칭하는 말이다. 이들은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최신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해 SNS를 기반으로 하는 시장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또한 인증 욕구가 강해 소셜미디어상에 자신을 내보이고 개성을 드러내는 것도 개의치 않는다. ‘집’이라는 공간을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이를 소셜미디어에 인증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은 집단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코로나19라는 변수도 인테리어 시장의 성장에 큰 역할을 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거리두기 정책으로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며 생활패턴이 변화하고 더불어 집에 대한 인식과 역할이 모두 변화했다. 집이 최소한의 기능만 담당하던 시대를 지나 회사와 학교, 카페, 헬스장 등 다양한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다.

 

 

건축은 누군가가 사는 조각이다

- 콘스탄틴 브랑쿠시
(Constantin Brancusi, 1876~1957)

 

루마니아 조각가 콘스탄틴 브랑쿠시는 “건축은 누군가가 사는 조각”이라는 말을 남겼다. 또 누군가는 건축을 ‘사람의 삶을 담는 그릇’이라고 표현한다. 건축의 본질이 사람에 있기 때문이다. 인테리어도 마찬가지다. 건축을 통해 만들어진 공간을 채우는 일은 인문, 사회, 예술, 공학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소양과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필요로 한다. 인테리어란 단순히 공간을 예쁘게 꾸미는 일이 아니라 머무는 사람이 불편하지 않도록 공간을 새롭게 창조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인테리어 열풍을 시작으로 사람을 위한 공간이 더욱 많아지기를 바란다.

에너지로 만드는 지속가능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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