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자립에 성공한 독일의 프라이부르크는 친환경 스마트시티를 그리는 이들의 좋은 본보기이다. 지난 2019년 5월, 보성그룹은 지속가능한 친환경 도시를 벤치마킹하고자 프라이부르크에 방문하여 그들의 노하우를 습득한 바 있다. 친환경과 재생에너지 기술 및 서비스 시장을 성장시키기 위해 형성된 클러스터*와의 네트워킹을 통해 보성만의 친환경 도시 개발의 발판을 마련한 기회였다.

*연관 있는 산업의 기업과 기관들이 한 곳에 모여 시너지 효과를 도모하는 산업집적단지 

 

▲ 프라이부르크 태양의 배(Solar Ship)

독일의 경우 줄곧 친환경 에너지에 특화된 스마트시티를 구축해 왔는데, 환경친화적 가치와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둔 것이 특징이다. 2013년 ‘국가 미래도시 플랫폼(NPZ)’ 발족 이후, 도시의 에너지 효율성과 지속가능성 강화를 위해 본격적으로 스마트시티 연구를 시작한 독일은 에너지 자원의 효율성과 기후 적응, 도시 거버넌스를 주요 이슈로 다뤄왔다. 스마트빌딩, 도시경영 및 관리, 에너지 효율, 모빌리티 및 인프라 시스템을 주력 연구 분야로 선정하여 현재까지 꾸준하게 발전하고 있다.

 

세계적인 친환경 스마트시티의

역할 모델로 손꼽히는 태양의 도시,

독일 프라이부르크(Freiburg)

 

독일 남서부 바덴뷔르템베르크주에 위치한 프라이부르크는 태양의 도시 외에도 세계의 환경수도, 녹색도시, 생태도시 등으로 불린다. 도심 곳곳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 시설, 순환 수로, 자전거 도로 등이 ‘탄소제로’ 도시의 면모를 보여준다. 프라이부르크가 친환경 스마트시티로서 가지는 진정한 의미는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주민참여형 도시라는 데 있다. 이곳 주민들은 1970년대 비일(Whyl) 원자력 발전소 건설 반대와 1980년대 슈바르츠발트(Schwarzwald) 산성비 피해 등 일련의 사건들을 마주하며, 지속가능한 친환경 에너지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 지금의 프라이부르크에 크게 기여하였다.

 

 ▲ 프라이부르크 전경, 지붕마다 태양광 집열판이 설치되어 있다

 

프라이부르크 3대 에너지 정책은 ▲에너지 절약 ▲에너지 효율화 ▲재생가능 에너지 사용으로,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점은 도시 전역에 태양 에너지를 비롯한 재생가능한 에너지를 확대하는 것이다. 독일 최고의 응용과학 연구소 프라운호퍼 ISE(Fraunhofer Institute for Solar Energy Systems)는 프라이부르크시의 친환경 정책에 맞춰 핵심 전력원인 태양 에너지 시스템을 연구하고 있으며, 주요 연구 분야는 에너지 고효율 빌딩, 태양 에너지, 수소 에너지가 있다. 프라이부르크는 연중 1,800시간의 일조시간과 1.117kW/m²의 일조량으로 독일에서 가장 햇볕이 많은 도시 중 하나이다. 풍부한 일조량을 활용하여 친환경적인 도시 건설의 방향을 설정하는데, 이곳의 모든 개발 계획과 건축 설계, 심지어 토지 매매계약까지도 초기 단계부터 기후 보호와 에너지 효율성, 태양 에너지 활용을 고려해야만 허가를 받을 수 있다. ‘저에너지 건축’을 의무화하여 에너지를 절감하는 것이다.

 

 ▲ 프라이부르크 신시청

 

가장 대표적인 건축물로 프라이부르크 신시청과 SC프라이부르크 전용구장을 들 수 있다. 프라이부르크 신시청은 세계 최초로 잉여에너지(Netsurplus-Energy)를 활용하는 공공 건물이다. 태양광을 쉽게 흡수할 수 있도록 설계된 신시청은 소비하는 에너지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생성한다. 생성된 에너지를 공공 파워 그리드(Power-Grid, 전력망)에 공유하며, 공공 플러스 에너지 빌딩으로서 프라이부르크의 스마트시티화를 앞당겼다.

프라이부르크에 연고를 둔 축구팀 ‘SC프라이부르크(Sport-Club Freiburg e.V.)’의 전용구장 ‘바데노바(Badenova)’는 스탠드 지붕에 태양광 집열판을 설치한 것으로 유명하다. 연간 250,000kWh 전력을 생산하는데, 이는 60여 가구에서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 양이다. 이외에도 솔라타워(Solar Tower)라고 불리는 프라이부르크 중앙역은 건물 외벽의 1/3이 태양광 집열판으로 덮여 있어 프라이부르크의 태양 에너지 정책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전남 해남군에 친환경 정원도시로 조성 중인 ‘솔라시도’는 프라이부르크와 닮아 있다. 도시 중심부에 조성한 48만 평 규모의 ‘솔라시도 태양광 발전소’는 98MW(메가와트) 규모의 발전 시설이다. 이곳에서 생산된 전력은 129GWh(기가와트시)로 약 2만 7,000가구가 1년 동안 사용(가구당 월 400kWh 이용 기준)할 수 있는 양이다. 이를 활용하여 솔라시도 내에 전력을 공급하고, 최종적으로는 RE100 실현을 목표로 하는 한국형 친환경 스마트시티로 거듭나고 있다. 지역 상생에 대한 고민은 국내 최초 주민 참여형 사업으로 이어졌다. 태양광 패널 구조물의 하부 공간을 활용하여 영농 복합형 태양광 시설을 구축하였고, 작물 재배를 통한 농가의 수익을 도모할 수 있게 되었다. 이에 국내 최초 채권형 국민참여사업을 실현하여 총 사업비의 4.6%인 160억 원을 국민 참여로 확보하였다.

 

태양 에너지 주택단지 조성

독일에서 에너지 효율이

가장 좋은 생태주거단지

‘보봉(Vauban)’

 

독일 프라이부르크시의 ‘보봉(Vauban)’ 마을은 도시 생활이 환경 보호와 순환에 초점을 맞춰 설계된 친환경 생태지역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군의 주둔 지역이었던 보봉은 1992년 독일의 통일로 프랑스군이 철수하자, 본격적으로 친환경 에너지 마을 개발에 착수하였다. ‘보봉 포럼’을 통해 주민들의 참여율을 높이고, 생태주거지역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인구 밀도 유지를 위해 여러 방면으로 친환경적인 정책을 추진한 결과, ‘차 없는 마을’, ‘제로에너지 주택’, ‘녹색 주거 단지’의 대명사로 발전하였다. 보봉은 약 80%의 주민이 차량을 소유하고 있지 않은 ‘차 없는 마을’이다. 마을 외곽 주차장을 이용할 뿐 개인 소유의 주차장이 없는 다소 생소한 모습이다. 주거단지 내 자동차 이용을 금지하고, 지상 전철인 트램이나 자전거 이용을 권장한다. 신재생에너지로 운영하는 트램과 도시 전역으로 이어지는 자전거 도로는 교통으로 발생하는 환경 문제 최소화에 기여한다.

 

화석연료의 사용을 지양하고 태양 에너지를 자원으로 활용하는 보봉은 제로에너지 주택의 선두주자다. 150여 채의 태양광 연립주택이 들어서고, 잉여 에너지 주택을 적극적으로 보급하고 있다. 단열을 통해 건물 내부의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한 패시브 하우스(Passive House)*는 건물이 일정 온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며,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

*단열 시스템을 통해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고도 실내의 적정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에너지 절약형 건축물

 

▲ 헬리오트롭 

또한, 태양의 궤도를 따라 회전하는 건물인 ‘헬리오트롭(Heliotrop)’과 ‘태양의 배(Solar Ship)’ 등 독특한 구조의 건축물로 자체 전력 생산이 가능한 저탄소 도시의 모습을 구현하였다. 주택뿐만 아니라 슈퍼마켓, 도서관, 주민센터 등 공공 시설에도 태양 전지를 설치하여 온실가스 저감 정책을 반영한 주거형 건축물이 독일에서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게다가 보봉은 태양광 외에 바이오매스 에너지를 적극 활용하여 난방열과 전력을 얻고 쾌적한 주거단지 조성이라는 일석이조의 긍정적 효과를 누리고 있다. 바이오매스는 축분, 음식물 쓰레기 등 유기성 폐기물을 활용하여 에너지를 얻는 차세대 에너지원이다. 보봉은 거리 곳곳에 재활용 수거함을 배치하여 철저하게 쓰레기를 재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별도의 수거함을 마련하여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로 활용한다.

 

출처: 스마트시티 종합포털 

 

한양이 SPC 민간부문 건설업자로 참여하고 있는 ‘세종 5-1 생활권’ 역시 에너지 자립을 목표에 두고 있다. 지속가능한 스마트시티의 핵심적 가치는 에너지 자립, 그리고 친환경 에너지원의 개발과 활용이다. 청정에너지를 생산하고, 에너지 소비에 따른 맞춤형 분배와 에너지 교환을 통해 ‘진정한 에너지 자립’을 실현하고자 한다. 환경친화적인 물 관리 인프라를 구축하고, 대중교통의 전기차화, 스마트 쓰레기 처리 시설 등을 도입하여 친환경 스마트시티로서의 모습을 구현한다. 여기에 시민 여론이 빠르게 반영되는 리빙랩(사용자 참여형 혁신공간) 등을 통해 적극적인 시민주도형 도시의 면모를 선보이며 스마트 행정 도시를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자율주행 대중교통과 공유기반 스마트교통으로 쾌적하고 편리한 이동 서비스를 제공해 ‘차 없는 마을’을 넘어 ‘차 없는 도시’로 발전할 것을 기대한다. 개인이 소유한 모든 자동차는 세종 스마트시티 생활권으로 진입하는 입구에 주차된다. 마을 외곽에 위치한 주차장을 사용하는 보봉과 유사하다. 공유 자동차를 기반으로 하는 세종 스마트시티 내부에서는 자율주행 대중교통과 자전거, 도보 등을 이용하여 이동할 수 있다.

 

환경오염, 자원 고갈, 생태계 파괴 등 현 도시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친환경 스마트시티에서 신재생에너지의 활용은 중요하다. 에너지 자립을 통해 시민들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계속해서 세대를 이어가며 지속가능한 삶을 영위하는 미래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