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의 과제,
‘탄소중립’
탄소중립 달성은 전세계적 조류이자 인류문명의 최우선 과제로 자리잡았다. 현재 탄소중립을 선언 혹은 지지한 국가는 전세계적으로 134개국에 달하며, 애플, 구글 등 기업 차원에서 탄소중립을 선언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20년에 2050탄소중립 달성목표를 선언하였으며, 2021년에는 탄소중립기본법도 국회를 통과했다. 2021년 10월에는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2018년 대비 40%로 상향(기존 26.3%)하는 방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었다. 더구나 가까운 미래에 탄소가 국경세의 형태로 일종의 무역장벽화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탄소중립 달성은 이제 실질적으로도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따라서 이제 30년 남짓한 짧은 기간 동안 어떻게 탄소중립을 달성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을 마련하고 이를 서둘러 실행해야 한다.
탄소중립 실현의 핵심은 단연 에너지 부문이다. 현재 전 세계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대부분이 에너지 소비과정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국내의 경우 에너지 부문이 총 배출량의 86.9%를 차지한다. 에너지 부문에서 탄소배출을 감소시킬 수 있는 방법은 크게 소비자의 행동변화와 같은 수요측면의 대책과, 재생에너지, 원자력에너지, 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 (CCUS*) 적용 확대와 같은 공급측면의 대책으로 나눌 수 있다. 그리고 2021년 국제에너지기구(IEA)에서 발표한 2050까지의 넷제로(NZE)시나리오에서는 이를 보다 구체적으로 세분하여 소비자행동변화, 에너지효율향상, 수소에너지, 전기화, 바이오에너지, 풍력과 태양에너지, 기타 연료전환, CCUS라는 여덟 가지 대책을 제시했으며 해당 방법들이 고루 추진되어야 함을 지적하였다. 우리도 기본적으로 다양한 대책을 균형 있게 추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
*CCUS : Carbon capture and storage. 탄소 포집 및 활용·저장 기술
에너지 부문 중에서도 전환(발전)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은 매우 중요하다. 전환 부문의 배출량 자체도 많을뿐더러, 향후 에너지사용의 전기화가 가속화될 것이므로 연료연소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을 전환부문이 주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발전에 사용되는 에너지원은 크게 석탄, 원자력, 액화천연가스(LNG), 신재생, 유류, 양수 등으로 나눌 수 있는데 본 글에서는 이 중 LNG에 초점을 두어 LNG발전의 현황, 탄소중립과 관련된 이슈를 살펴보고 향후 전망과 점검 포인트를 살펴본다.
LNG발전,
에너지 전환 시대의 가교 전원
LNG 발전소는 석탄발전소 및 원자력발전소에 비해 건설 기간이 짧고, 전력계통의 변동성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자원이라는 점에서 그간 우리나라의 전력수급 안정화에 큰 기여를 했다. 실제로 국내 LNG발전의 발전설비 비중은 2011년 27%에서 2019년 32%로, 발전량 비중은 2011년 23%에서 2019년 26%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동시에 완만한 증가세를 보인다. 정책적으로도 2017년 발표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17-’31)에서는 LNG발전을 확대하는 기조를 제시했으며, 2020년 발표된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34)에서는 LNG발전을 2020년 41.3 GW에서 2034년 59.1 GW로 늘리는 구체적인 수치까지 명시했다. 그러나 문제는 그 이후인 2020년부터 탄소중립이 선언 및 추진되면서 상황이 급변해 LNG발전의 입지가 다소 줄어들 전망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2021년 10월 정부가 발표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안에 따르면 전환 부문에서 LNG발전은 2050년까지 발전량을 기준으로 완전히 중단되거나(A안), 5.0%의 비중(B안)을 차지하는 것으로 계획되어 있어 기존의 전력수급기본계획과는 다소 상충되는 기조를 보이고 있다.
현재 LNG는 찬성과 반대가 양립하는 발전원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정책적 결정에도 큰 영향을 받고 있다. 탄소중립 추진 과정에서 LNG발전이 논란이 되는 본질적인 이유는 비용 및 온실가스 배출량에 있어 양 극단에 있는 석탄발전과 재생에너지의 중간 정도의 특성을 보이기 때문이다. 즉 화석연료라는 본질적인 한계로 인해 재생에너지에 비해서는 많은 탄소를 배출하지만, 석탄발전에 비해 에너지 단위 당 탄소배출량은 절반 수준이다(온실가스 배출계수 석탄 0.87, LNG 0.42). 비용 측면에서는 재생에너지 발전보다는 저렴하지만 석탄이나 원자력에 비해서는 높은 비용을 수반한다(2020년 평균정산단가 기준 원자력 59.61, 유연탄 81.52, LNG 98.55원/kWh). 이와 같은 ‘중간’ 수준의 특성 그리고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을 보완하는 장점 때문에 LNG발전은 석탄에서 재생에너지로 급속한 전환 시 유발될 수 있는 충격을 완화해주는 '브리지(가교) 전원'으로 표현된다.
LNG발전에 모이는
우려와 기대
탄소중립 추진 시 탄소배출 감소와 비용 간의 교환관계가 있다는 점은 누구나 동의하는 바이다. 따라서 위와 같은 중간 수준의 특성을 지닌 LNG발전의 역할에 대해서 의견이 엇갈리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이다.
찬성하는 입장은 LNG발전이 재생에너지가 경제성을 확보할 때까지는 비용효과적인 전환 연료라는 점, 간헐적 재생에너지 증가 시 발생하는 전력계통의 변동성을 보완해줄 수 있다는 점, 천연가스는 수송부문 등 타 분야에서도 가교 연료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든다. 반면 LNG발전의 확대를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LNG발전의 증가는 에너지 시스템이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탈탄소화(혹은 near-zero emission)하는 것을 지연시킴으로써 기후적인 이점이 적다고 주장한다. 또한 중장기적으로 건설기간(5~6년)과 수명(최소 30년)을 고려할 때 신규 LNG발전은 수명을 다하지 못한 채 2050년 이전에 가동이 중단되고, 이에 따라 좌초자산(stranded assets)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논란과는 별개로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제시된 2034년까지 석탄 화력발전소 30기(15.4GW)를 폐지하고, 24기(12.7GW)를 LNG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은 지역주민 수용성과 부지확보의 어려움으로 추진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사업추진 상의 현실적 어려움도 향후 LNG발전의 역할에 대한 의심을 더 가중시키고 있다.
LNG발전의 전망과
점검 포인트
이와 같은 의견 속에서 향후 LNG발전에 대한 전망과 몇 가지 점검 포인트는 다음과 같다.
첫째, 균형 잡힌 시각에서 LNG발전의 역할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우선이다. LNG발전은 재생에너지의 경제성이 확보되지 못한 현재 급격한 전환의 충격을 완화하고, 계통운영 측면에서도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해주는 이점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한편 궁극적인 점유율 측면에서는 재생에너지 및 원자력과 같은 저탄소 에너지원과 경쟁관계인 것도 사실이다. 명확한 LNG발전의 장단점을 고려해 2050년까지의 연도별 LNG 비중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할 것이다. 특히 정부의 LNG발전 관련 계획은 급격하고 갑작스러운 변화 없이 주요 계획 간의 정합성을 유지해 정책적 불확실성을 낮추어야 한다.
둘째, 전력수급에의 기여나 유연성 전원으로서의 LNG의 활용가치는 당분간 유지될 것이나 장기적인 탄소중립 관점에서 볼 때 LNG발전의 미래 활용가치는 결국 CCUS와의 결합이 핵심이 될 것이며, 2050년 즈음에는 탄중위 시나리오의 B안(유연성 전원으로의 가치만 인정)과 유사한 방향이 될 가능성이 높다. 유연성 자원도 LNG 외에 양수발전이나 에너지저장장치(ESS)와 같은 경쟁기술이 있으므로, 장기적으로 LNG 발전소는 CCUS와의 결합을 전제로 일부만 가동될 것이다. 따라서 LNG발전과 관련된 정책이나 사업결정은 CCUS, ESS 등 타 관련 기술의 진보 정도와 연계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신규 LNG발전에 대한 투자는 장기적으로 좌초자산이 되지 않도록 신중할 필요가 있다. 현재 상당한 논의의 진전이 이루어진 석탄발전의 퇴출이 이뤄지고 나면, 순서상 LNG발전의 퇴출이 이슈가 될 것이다. 따라서 이제부터는 재생에너지, CCUS 등 저탄소기술과 연계되어 계획 및 검증된 LNG발전에만 신규 투자가 이루어지는 것이 정책적으로나 사업적으로나 바람직하다. 넷째, 그간의 연구에 따르면 천연가스 누출 및 발전소효율이 가스 대 석탄의 상대적 이점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LNG발전을 전체적으로 하나로 취급하기 보다는 개별 LNG 발전소 별로 효율이나 탄소중립에의 기여 정도를 평가할 필요가 있다.
요컨대 LNG발전은 그간 국내 전력수급 안정에 큰 기여를 했고, 당분간 저탄소 에너지 시스템으로 가기 위한 가교역할 및 재생에너지 변동성 보완 측면에서 활용성이 큰 전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수 십 년이 지난 후 뒤늦게 LNG역할에 대한 갈등이 유발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현 시점에서 사회적 합의를 통해 LNG발전의 역할 및 범위를 분명하게 정립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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