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정원도시,
새로운 도시패러다임을 논하다
2022 정원도시 컨퍼런스
주요 내용 살펴보기

2022.03.15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이 오랜 시간 지속되자 건강한 일상과 지속가능한 환경에 대한 관심이 개인을 넘어 도시와 국가 차원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현 상황에서 정원도시는 이를 실현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솔루션이자 자연과 인간의 공생을 가능케할 방법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원도시 포럼은 이와 관련된 논의의 장으로 정원도시의 가치와 비전에 대한 담론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 2월 11일 정원도시 포럼 주최로 개최된 정원도시 컨퍼런스는 매달 진행된 포럼의 내용을 함께 공유하는 자리임과 동시에 정원도시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제시하고, 정원도시가 국내에 자리잡기 위해 필요한 제도적 개선 방안 등을 모색하는 행사였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로 2회차를 맞이한 2022 정원도시 컨퍼런스에서는 생명환경, 도시개발, 스마트시티 등 정원 및 도시와 관련된 각 분야의 전문가를 통해 정원도시와 관련된 최근의 여러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정원도시 컨퍼런스에서 논의된 정원도시 관련 담론을 함께 살펴보자.

 

정원도시,

도시 문제 해결의 열쇠가 되다

 

2020년을 기점으로 국내 인구수는 감소세에 접어들었다. 이는 초고령화 사회로의 진입을 의미하는 동시에 지방소멸 가능성이 더욱 커졌음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이미 ‘인구절벽’이 예정되어 있는 만큼 초고령화 사회와 지방 소멸에 대한 대응책을 하루 빨리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신구대학교 환경조경과 김인호 교수

 

신구대학교 환경조경과 김인호 교수는 이번 정원도시 포럼을 통해 현재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도시문제 해결의 수단으로 정원도시를 제시했다. 그렇다면 여기서 정원도시란 구체적으로 어떤 개념일까. 김인호 교수는 정원도시란 도시 전체가 하나의 생태미학적 정원으로 기능하며, 동시에 일상생활과 자연의 체험이 함께하는 공간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정원의 공간적 특성이다. 정원은 녹지 등의 물리적 ‘공간’과 정원을 가꾸는 ‘활동’이 융합될 때 비로소 성립된다. 때문에 정원도시는 자연적으로 발생할 수 없으며, 체계적인 도시계획과 더불어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함께할 때 탄생한다. 여기서 시민들의 참여란, 단순히 정원을 감상하거나 정원을 방문하여 자연을 만끽하는 행위를 넘어 정원을 가꾸는 적극적 활동을 의미한다. 정원도시 내에서 발생하는 이 같은 활동은 관련 산업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 창출까지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초고령화 및 축소도시 사회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을 제시한다. 

 

한편 지난 2021년 발간된 과학저널 ‘프론티어스(fontiers)’에 따르면 전 세계 167개 주요 도시 중 온실가스 배출 상위 25개의 메가시티(15%)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52%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에 인구가 특히 집중된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로 국내 탄소 배출량의 대부분을 서울이 차지하고 있다.

 


 

도시 탄소배출의 주 원인은 크게 건물운송으로 나뉜다. 건물을 통해 배출되는 탄소는 건물 시공, 철거, 관련 부자재 생산과 이미 지어진 건물의 유지 및 관리 과정에서 확인되며, 운송으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교통 및 수송 과정에서 대부분 발생한다. 즉, 도시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절대적인 양을 줄이기 위해서는 건물과 교통부문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줄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정원도시는 이 문제에 어떤 해법을 제시할 수 있을까? 

 

앞서 예시로 들었던 전 세계 25개의 주요도시와 서울의 탄소배출 경향성에는 공통점이 있다. 탄소배출 총량은 높지만, 1인당 탄소 배출량은 오히려 기타 소도시보다 낮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이는 고밀하게 개발된 도시일수록 낮은 여러 채의 건물 대신 한 채의 고층 건물을 선호하며, 교통 혼잡 등의 문제로 자가용보다 대중교통의 이용이 더 많기 때문으로 분석할 수 있다. 바꿔 말하면 우수한 대중교통 인프라와 효율적 토지 이용을 통해 인당 탄소 배출량을 저감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이제승 교수는 같은 맥락에서 ‘광역 환승 거점 중심 콤팩트 정원도시’를 제안했다. 이는 ①직주근접을 통한 이동 수요 축소 ②효율적 대중교통 서비스 제공 ③토지이용 효율화를 통한 녹지 확보 ④건축물 에너지 효율 증대의 네 가지 방법을 통해 실현 가능한 개념으로 도시 내 모빌리티의 기준을 대중교통으로 전환하고 토지를 집약적으로 활용하되, 이를 통해 확보된 녹지를 정원으로 발전시켜 최종적으로 도심 내 온실가스를 저감하겠다는 계획이다.


국내의 정원도시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앞선 내용을 통해 정원도시가 나아가야할 이상적인 방향성에 대해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실제 국내의 정원도시들은 어떤 모습과 전략으로 시민들의 안식처가 되어주고 있을까.

 

지속가능한 정원도시, 순천

자연의 보고로 불리는 순천만은 지난 1993년 개발과 보존이라는 이해관계의 첨예한 대립 속에서 순천 시민들의 힘으로 지켜낸 의미 깊은 공간이다. 오랜 시간 아름다운 자연과 공생하며 성장한 도시 순천은 ‘지속가능한 도시 발전’의 개념을 견인하며 2013년에는 세계 최초로 정원박람회를 개최한 바 있다. 순천시가 정원박람회를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정원이 곧 지속가능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박람회를 위해 단기간에 조성했다 철거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라 오랜 시간 많은 이들의 노력을 통해 비로소 결실을 맺을 수 있는 공간이라는 뜻이다.

 

순천만 국가정원 전경

 

순천시는 도시의 무분별한 팽창을 막는 동시에 순천만의 보존을 위해 순천만과 도심지 사이에 전이공간을 형성했다. 순천만습지 일대를 절대 보존공간이자 생태 완충공간으로 조성한 것이다. 이는 개발을 제한한다는 점에서 많은 우려의 목소리를 낳았지만, 결과적으로 도시의 녹지공간을 확충하는데 성공하고, 이후 개최된 정원도시박람회를 국내 유일무이 흑자 박람회로 기록되게 하는 등 도시의 브랜드력을 강화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순천시의 다음 목표는 2023년 개최가 예정된 제2회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다. 이를 위해 순천시는도심 내 새로운 전이공간을 형성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원도심과 신도심 사이를 자연스럽게 연결하여 도시 전역을 생태정원으로 꾸리는 프로젝트다. 이 과정에서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도모하고, 더 나아가 시민들이 직접 주도하여 기획·실행하는 ‘made in 순천’형 정원도시를 완성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문화로 흐르는 정원도시, 양천

양천구의 이름은 볕 양(楊)과 내 천(川)으로 이뤄져 있다. 이는 ‘햇볕이 좋은 수변 공간’을 뜻하는데, 실제로 양천구는 동쪽의 안양천과 서쪽의 수명산과 지양산, 매봉산, 신정산이 이어지며 만들어낸 둥그런 달항아리 형태로 둘러싸여 있다. 즉, 자연적으로 형성된 정원이 도심 외곽에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양천구는 이러한 지리적 특성을 살려 지난 2021년부터 도시경영 전략으로 ‘문화도시’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공략 포인트는 걷고, 머물고, 즐기고, 가꾸는 네 가지 방식으로 정리할 수 있다.

 

양천구 서서울 호수공원

 

우선 양천구는 걷고 싶은 공간이 정원도시 형성의 필요조건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녹지 공간 내 수준 높은 보행 도로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걸을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한 후에는 이를 머물고 싶은 공간으로 가꿀 차례였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점은 이 과정에서 본래 존재했던 자연 공간을 대대적으로 리뉴얼하는 방식이 아닌 재활용하는 전략을 취했다는 것이다. 안양천을 명소화 하고, 산지형 공원을 전략 거점화 하여 공간이 지닌 장점을 극대화하는 데 집중했다. 걷고, 머물 수 있는 정원이 형성되었다면 다음 공략 포인트는 공간 내 즐길 수 있는 요소를 배치하는 것이다. 녹지공간에서 즐길 수 있는 문화 콘텐츠가 주를 이뤘는데, 양천공원에서 개최된 힐링파크데이 페스티벌은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이뤄진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다. 이러한 문화 콘텐츠를 1회성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인 프로젝트로 이어지게끔 하는 전략이 마지막 공략 포인트, ‘가꾸는’ 활동이다. 현재 ‘가드닝’, ‘도시농업’과 관련된 수업을 구 차원에서 적극 장려하고 지원하여 궁극적으로 시민들의 손길이 녹아든 정원을 만들기 위한 여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미래의 정원도시가 그려갈 풍경은

: 스마트 정원도시 솔라시도


전남 해남군 구성리 일대의 약 2,089만9,330㎡(632만 평) 면적에 걸쳐 모습을 드러낼 예정인 정원도시 솔라시도는 기존의 정원도시 개념과는 눈에 띄는 차별점을 가진다. 일반적인 정원도시가 도시의 녹지공간 확보와 생태공간 조성에 방점을 찍고 있다면, 솔라시도는 도시 내에 정원교통·물류, 디지털 사업의 세 가지 이질적인 영역을 종합적으로 녹여 내는 전략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보성산업 스마트시티개발본부 황준호 전무는 이번 정원도시 포럼을 통해 솔라시도 개발 사업과 관련된 주요 현안들을 짚어주는 시간을 가졌다.

 


 

현재 솔라시도 개발 사업은 전기차공유서비스자율주행셔틀 등의 스마트 모빌리티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도심 내 관련 인프라를 조성하는데 특히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도시 중심부를 가로지르는 자율주행 셔틀 노선을 통해 탄소 차량 없이도 지역 주민의 이동 편의성을 확보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 외에도 태양광을 활용한 스마트 모빌리티 충전 인프라를 적극 구축하여 도시의 신재생 에너지 수요·공급을 확보하거나, 데이터 허브 연계를 통한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을 이용해 주민들이 편리하고 안전한 일상을 영위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도 예정되어 있다. 즉, 솔라시도는 단순 공간 개발 전략을 넘어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새로운 도시개발모델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2022 정원도시 컨퍼런스는 정원도시에 대한 제도적 접근부터 정원도시의 미래 발전 방향까지 폭 넓게 알아볼 수 있는 교류의 장이었다. 기후위기에 이어 팬데믹의 공포까지, 오늘날 우리가 겪고 있는 총체적인 위기는 건강한 삶과 미래를 최우선의 과제로 여기게끔 만들고 있다. 정원도시와 관련된 담론을 통해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하나씩 해결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계속해서 발전하는 정원도시의 모습을 그려본다.

미래를 만드는 한양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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