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년간 일상의 풍경이 근본적으로 바뀌게 된 데는 배터리 기술의 발전이 큰 역할을 했다. 학교나 회사, 카페 할 것 없이 사람들은 한 손에는 스마트폰을 들고 귀에는 무선 이어폰을 낀 채 태블릿 PC나 노트북으로 각자의 작업을 한다. 점점 가벼워지고 있는 배터리는 초연결 사회의 중심에서 우리의 일상을 편리하게 만들어주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배터리, 즉 전지는 화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시키는 장치다. 전지는 기본적으로 양극, 음극, 분리막, 전해질의 4개 요소로 구성되어 있으며, 음극의 전자가 전해질을 통해 양극으로 이동하면서 전류를 발생시킨다. 전지는 작동 원리에 따라 세 가지 종류로 구별된다. 가장 기본적인 형태인 건전지부터 미래 에너지 산업의 핵심으로 불리는 연료전지까지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작동 원리로 살펴보는
전지의 종류
1차 전지(Primary Battery)
1차 전지는 쉽게 말해 1회용 전지다. 대표적인 예로 건전지가 있으며, 전위차가 존재하는 금속과 전해질을 이용하여 전자를 이동시키는 원리가 적용되어 있다. 고체 전해질을 이용하기 때문에 감전의 위험이 없고, 가벼운 무게와 넓은 사용성을 자랑하지만 각 전극을 통한 화학 반응이 끝나 수명이 다하면 재사용이 불가하며 전압이 낮아 높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기기에는 이용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2차 전지(Secondary Battery)
2차 전지는 충전을 통해 재사용이 가능한 전지다. 1차 전지의 경우 음극의 자유전자가 모두 양극으로 이동하면 수명이 다한 것인데, 2차 전지는 충전을 통해 양극에 있는 자유전자를 다시 음극으로 보내 재사용이 가능한 상태로 되돌릴 수 있다. 2차 전지의 종류로는 납축전지, 니켈-카드뮴 전지, 니켈-수소 전지, 리튬이온 전지, 전고체 전지 등이 있으며,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2차 전지는 스마트폰, 노트북을 비롯한 소형 전자기기, 혹은 자동차 배터리 등에 이용되는 리튬이온 전지다.
리튬이온 전지는 충전을 통해 재사용이 가능할 뿐 아니라 경량화 및 소형화할 수 있고, 충전시간에 대비해 수명이 길다는 점 등 많은 장점이 있어 오랫동안 쓰여왔으며 지금도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자동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및 연비 개선에 대한 글로벌 환경규제가 확대되면서 전기차 시장을 중심으로 2차 전지 산업이 크게 주목받고 있다.
3차 전지 (연료전지, Fuel Cell)
1차 전지와 2차 전지는 전지 내에 미리 채워 둔 화학물질에서 나오는 화학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전환하는 원리를 이용한다. 그에 반해 ‘3차 전지’로 불리는 연료전지는 연료를 공급해 주면 전기를 계속적으로 생산한다. 기본 원리는 산소와 수소의 전화학 반응이다. 전화학 반응을 통해 전기를 생산하면 기계적 장치가 필요 없어 발전 효율이 높고, 생산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발생시키지 않아 친환경적이다. 또한 설비 규모에 제약이 없고, 소음 역시 발생하지 않아 도심지에도 발전 시설 설치가 가능하다. 이러한 장점을 바탕으로 연료전지 시장은 빠른 속도로 규모를 확대해가고 있는데, 실제로 전 세계 연료전지 시장은 2023년까지 연평균 25%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 바 있다.*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2020) 자료 참고
국내 연료전지
개발 현황 및 전망
연료전지는 전기를 생산할 때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아 탄소 중립을 위한 핵심 에너지원으로서 점점 더 주목을 받고 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국내의 연료전지 관련 정책은 지난 2019년에 발표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는 공공기관 및 민간 신축 건물의 연료전지 설치 의무화, 수소차 대중화 등의 구체적인 계획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를 통해 2040년까지 42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탄소 배출량을 연간 1천만 톤 가량 줄이는 것이 목표다.
국내 연료전지 시장은 수소차 중심의 수송형 연료전지와 발전용 연료전지 위주로 대중화가 이뤄지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지난해 기준 수소차 보급 16,206대, 발전용 연료전지 보급 688MW를 기록하며 수소차와 연료전지 보급률 1위를 달성하는 성과를 보였다. 또한 2020년에는 차량용 연료전지 시스템과 수소트럭을 유럽에 수출하는 쾌거를 달성하기도 했는데, 수소트럭의 경우 오는 2025년까지 1,600대의 추가 수출이 예정되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성과를 계속 이끌어 가기 위해서는 연료전지 기반의 에너지 생태계를 더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우선 정부 차원의 기술 개발 지원과 함께 에너지 생산, 유통, 활용 산업이 관련 인프라를 통해 공고히 연결되어야 한다. 또한 국내 업체의 연료전지 완성품은 높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핵심 부품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는 한계가 있어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연료전지,
탄소중립을 향해 한 발짝
최초의 연료전지는 1839년 탄생했다. 지금으로부터 무려 183년 전의 일이다. 약 200년에 달하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연료전지는 이제야 상용화를 위한 연구가 시작되었다. 전 세계가 탄소중립이라는 원대한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지금, 연료전지 기술이 200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탄소중립 사회를 앞당길 수 있도록 많은 기대와 관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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