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사회주택,
소셜믹스를 실현하다
네덜란드의 사회주택과
우리나라의 역세권 청년주택 알아보기

공공임대주택의 사회적 기능

2021.12.10

코로나19 이래 전 세계가 기약 없는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 바이러스 자체에 대한 공포도 크지만,더욱 무서운 것은 코로나19로 인해 무너진 세계 경제 시장이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전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주택 시장의 과열 양상은 우리의 생활 전반에 크고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 된다. 의식주(衣食住) 중에서도 주(住)는 개인의 생존은 물론 사회경제적 시스템을 지탱하는 근간이 되는데, 코로나19 이후 세계 각국의 주택 가격이 급등하며 주거 불안이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각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낮추었고 기업에서는 재택근무를 확대하는 등 여러 상황이 주택 수요를 부추긴 탓이다. 실제로 영국의 경제 월간지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2021년 7월부터 2022년 6월까지 1년 동안 전 세계 55개 나라의 평균 집값은 무려 9.2%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주택 시장도 올 1분기에는 5.8%, 2분기에는 6.8%의 집값 상승률을 기록했다.

 

주거복지란 무엇일까?

 

자본주의 시장에서 주택은 거주하는 곳임과 동시에 투자가 가능한 상품인 까닭에 주택의 실수요자와 소유자가 상이한 경우가 많다. 두 집단의 교집합이 줄어들수록 주택을 소유하지 못한 사람의 소득 대비 주거비 부담이 상승하게 되어 소득 불평등 및 양극화 현상이 심화된다. 이러한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는 ‘주거복지정책’이라는 이름으로 시장에 개입한다. 국가마다 구체적인 내용에는 차이가 있겠으나 일반적으로 주거복지의 기본 목표는 국민의 주거비 부담을 낮춰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하는 데 있다.

 

주거복지정책은 각 국가의 주택 시스템에 따라 상이한 특징을 갖지만, 유럽권 국가들은 ‘사회주택’을 통해 주거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회주택은 공공·민간·비영리조직 등 다양한 주체에 의해 공급 및 관리되는 공공성이 강한 주택으로서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아 운영되며, 일반적으로 공공주택 혹은 임대주택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통용된다. 주거 빈곤층도 지불할 수 있는 수준의 임대료로 공급되는 것이 특징이며, 안정적인 거주와 양질의 주거 환경을 보장하여 주거 불안을 해소하는 대표적인 주거복지 모델로 여겨지고 있다.

 

네덜란드, 사회주택으로

달성한 ‘소셜믹스’

 

사회주택이 활성화된 대표적인 유럽의 국가로는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덴마크, 프랑스, 영국이 있는데, 이 중 네덜란드는 지난 2015년 기준 이미 사회주택의 비율이 전체 주택시장의 32%를 넘어서며 OECD 국가 중 사회주택 보급률 1위를 차지했다. 현재 네덜란드 국민 10명 중 최소 2명 이상은 사회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네덜란드 사회주택의 특징은 단순히 높은 보급률을 기록했다는 것보다 사회적 계층 혼합을 일컫는 ‘소셜믹스’를 실현했다는 데에 있다. 일반적으로 임대주택은 특정 지역의 슬럼화, 혹은 젠트리피케이션과 같은 부작용을 불러일으키는데, 네덜란드의 경우 이와 같은 현상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사회주택

 

그렇다면 네덜란드가 소셜믹스에 성공한 비결은 무엇일까. 이는 네덜란드의 사회주택이 계층이나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거쳐가는 ‘일반적인’ 주거 형태라는 점과 긴밀한 관련이 있다. 실제로 네덜란드는 사회주택의 공급 대상을 저소득층뿐 아니라 중산층까지로 설정하고 소득과 관계없이 안정적인 주거를 필요로 하는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주택을 공급하고 있다.

 

네덜란드 사회주택의 또 다른 특징은 위치나 외관, 품질, 면적 등의 주택 조건이 민간 임대 주택과 거의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사회주택에 거주하더라도 좋은 입지 조건이 제공하는 인프라와 쾌적한 주거 환경 등을 누릴 수 있으니 사회주택에 대한 거부감과 편견이 없어져 소셜믹스를 성공적으로 실현할 수 있었던 것이다.

 

국내 공공임대주택의

현황과 한계는

 

국내의 공공임대주택은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소득수준, 재산 규모에 따라 공급하는 주택으로 네덜란드의 사회주택과 비슷한 개념의 주거복지정책이다. 공공임대주택은 지난 1989년을 기점으로 약 30년 동안 160만 세대가 공급되었으며, 오는 2025년까지 전체 주택의 10%를 차지하는 것을 목표로 최근까지도 꾸준히 공급되고 있다.

 

하지만 꾸준히 공급이 확대되었음에도 공공임대주택은 마냥 환영받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국회예산정책처에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관리하는 전국 공공임대주택 102만 316가구 중 약 4만 1천 가구가 비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수치로 따지자면 전체의 4.1%이며, 3년 전의 공실 비율인 2%보다 두 배나 증가한 값이다. 또한 지난해 LH가 공급한 7만 2천 가구 중 올해 3분기까지 입주자가 정해지지 않은 집 역시 1만 2천 가구로 약 16%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 이유로 무주택 실수요자들은 비록 자가가 아니더라도 이왕이면 넓고 쾌적한 주거 시설을 원하는 반면, 공급되는 주택은 입지 조건이 좋지 않거나, ‘최저 주거 기준’에 맞춰 좁은 전용면적으로 지어진 주택이 대부분이라는 점을 들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공공임대주택은 저소득층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사회적 낙인효과가 발생한다는 점 역시 공공임대주택이 선호받지 못하는 이유라고 설명한다.

 

역세권 청년주택,

더 나은 주거 환경을 제공하다

 

공공임대주택이 지닌 고질적인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입주대상자의 최대 소득수준을 상향 조절하고, 공공임대주택의 대상자를 청년 혹은 신혼부부 등으로 확대했다. 또한 공공임대와 민간 임대를 동일 건물 내 적절히 배치하는 등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의 연장선으로 최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공공임대주택 사업이 바로 ‘역세권 청년주택’이다.

 

역세권 청년주택 부지로 선정된 노량진역 인근

㈜한양이 건설 공사를 수주했다

 

역세권 청년주택은 청년들의 주거수요가 많은 역세권에 양질의 주택을 제공함으로써 청년층의 주거난 해소를 도모하는 사업이다. 민간과 공공이 협력하여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특징이며, 주거비 부담이 적은 공공임대 호실의 입주자는 소득요건, 총자산 기준, 자동차 보유기준 등을 충족한 이들 중 추첨을 통해 선정된다. 말 그대로 ‘역세권’에 자리하고 있어 우수한 주거 환경을 제공한다는 장점 덕에 실거주 수요가 높으며, 공공임대와 민간 임대 호실이 적절히 섞여 있어 네덜란드의 사회주택이 실현한 소셜믹스를 가능케 할 국내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집의 본질은

‘사는(住) 곳’이다

 

우리나라는 2015년 제정된 주거기본법을 통해 국가 차원에서 국민의 주거안정과 주거수준 향상을 보장하고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정부는 다양한 형태의 공공주택을 공급하고 있으나 아직 주거 환경 개선, 님비현상 해소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다수 남아있다. 하지만 국내 공공임대주택은 첫 공급으로부터 이제 막 30년의 시간이 흘렀을 뿐이다. 앞서 살펴본 네덜란드의 사회주택은 무려 120년의 역사를 가졌다고 하니 우리나라의 공공임대주택은 아직은 무르익어가는 시기라고 볼 수 있다.

 

자본주의 시장에서는 집을 그저 ‘사는(買) 것’으로 여기는 경향이 짙다. 하지만 우리는 집의 본질이 ‘사는(住) 곳’에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집은 인간의 생존과 사회생활을 위해 안심하고 거주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공간이다. 지금보다 더 많은 국민이 집이라는 당연한 권리를 누리기 위해서는 공공임대주택을 비롯한 우리 사회의 주거복지정책에 지속적인 관심과 제도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