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 미국의 리서치 기관 가트너 소속의 연구원 데이비드 뉴먼은 미래 사회의 모든 영역이 데이터를 중심으로 변화할 것이라며 ‘데이터 경제’라는 개념을 처음 제시했다. 데이터 경제란, 데이터의 활용이 다른 산업 발전의 촉매 역할을 하고,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하는 경제를 일컫는다. 실제로 우리가 인터넷을 통해 검색하거나 이용한 모든 서비스들은 데이터화되어 또 다른 서비스로서 가치가 창출되고 있다. 카드사에서는 나의 소비 패턴을 분석하여 카드 상품을 추천하고, 유튜브는 나의 검색 기록을 바탕으로 내 관심사와 관련된 동영상을 추천한다. 데이터는 우리의 일상 깊숙이 스며들어 삶과 경제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고 있다.
도시 문제,
도시 데이터를 이용해 해결하다
2020년 국토교통부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국토의 16.7%인 도시지역에 인구의 91.22%가 거주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 인구 과밀 현상은 교통혼잡, 환경오염, 도시 범죄 등의 문제를 야기하며 도시민들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주요한 요인이다. 하지만 데이터 경제 시대의 개막과 함께 첨단 정보통신기술과 도시 데이터의 연계를 통해 도시의 고질적인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등장했다.
도시 데이터란 사물인터넷 센서(IoT), 정보통신 기기, 행정조사 등으로부터 수집되는 교통, 안전, 환경, 에너지, 도시 행정 등 도시 전 분야의 데이터를 뜻한다. 도시 데이터는 도시의 의사 결정을 지원하고 도시 문제를 해결하는 정책 지원 수단으로 사용되거나, 도시 정보를 연계한 파생 서비스 생산을 위해 이용된다. 그뿐만 아니라 부동산, 의료, 물류, 관광 등 여러 분야의 산업과 연계하여 도시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기능하기도 한다.
해외의 주요 도시들은 이미 도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시 데이터를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 연구 중이다. 미국의 보스턴과 뉴욕에서는 도시 내 교통 혼잡을 완화하기 위하여 도시 데이터를 활용하여 교통신호의 타이밍을 조절하거나, 도로 등의 기반시설 관리 및 긴급상황에서의 교통정리와 같은 업무를 해결하고 있다. 또한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는 과거 범죄 데이터를 수집하여 범죄의 공간적, 시간적 위험과 인구 통계학적 위험을 예측함으로써 도시 범죄율을 낮추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국내 도시 데이터 활용 우수 사례
서울시 ‘올빼미 버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도시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을까? 서울의 사례를 통해 알아보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밀집해있는 서울은 압도적인 인구만큼 많은 도시문제를 지니고 있다. 여러 문제 중에서도 지난 2010년대 초 서울에서 특히 대두되었던 문제는 야간 교통수단의 부재였다. 경제 활동 인구 비율이 높고, 초과 근무 시간이 높은 데 비해 근로자들은 야간 교통수단을 택시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택시는 야간 피크타임 수요 과다로 인한 공급 부족과 승차 거부, 비용 부담 등으로 대중교통을 대신할 만한 수단으로 여겨지지는 못했다. 이에 서울시에서는 도시 데이터를 활용하여 심야 시간의 교통 문제를 해결하기에 이르렀다.
서울시는 1차적으로 이동통신사와의 MOU를 체결해 심야 시간대의 휴대전화 통화 데이터 30억 건을 분석하여 심야 유동 인구가 많은 장소를 선별했다. 이후 추가로 심야 택시 승하차 데이터 500만 건을 분석해 또 한 번 유동 인구 밀집 지역을 분석했고, 각각의 데이터를 취합하여 2개의 심야버스 노선도를 구성했다. 해당 서비스는 2013년 4월을 기점으로 약 3개월간의 시범 운행을 거친 후 같은 해 9월 시범 운행을 통해 모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7개의 노선을 추가하여 ‘올빼미 버스’라는 이름으로 정식 운행을 시작했다.
올빼미 버스는 안전하고 편리하며, 저렴한 귀가 수단으로서 크게 환영받았다. 실제로 올빼미 버스 노선 주변의 야간 업소 매출은 유의미한 수치로 상승했고, 서울시 야간 여성 활동 인구 역시 11% 증가한 한편, 택시의 승차 거부 현상은 8.9% 감소했다. 시민들의 만족도 역시 높았는데, 이를 방증하듯 2013년 상반기 ‘서울 10대 정책 시민 투표’에서 올빼미 버스는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처럼 서울시는 높은 수준의 정보통신 인프라와 빅데이터 기술을 바탕으로 도시문제 해결을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2017년에는 도시 데이터 분석을 위한 물리적 인프라인 ‘도시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UDSL, Urban Data Science Laboratory)’를 개소하여 도시교통 환경과 지역경제 관련 연구를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UDSL에서는 교통망 통합 모니터링, 공공자전거(따릉이) 경로 및 배치 알고리즘 분석, 대중 교통망 이용자 편의성 제고 기술 개발 등 데이터를 활용해 도시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성공적인 스마트 시티 구축의
핵심 요소, ‘도시 데이터’
스마트시티란, 빅데이터, AI, IoT, 5G 등의 첨단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해 도시의 모든 인프라를 네트워크화한 미래형 첨단도시를 뜻한다. 현재 국내 스마트시티는 도시 내에 적용될 정보통신기술을 통해 도시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여 도시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상적인 스마트시티 구현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이는 2000년대 중반, 일명 ‘U시티’로 불렸던 유비쿼터스 도시 사례를 통해 살펴볼 수 있다. 유비쿼터스란 ‘언제 어디에나 존재한다’는 뜻의 라틴어로, 사용자가 장소와 관계없이 자유롭게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 정보 통신 환경을 의미한다. 유비쿼터스라는 개념이 국내에 도입되었을 당시 국내 여러 도시에서는 유비쿼터스 기술을 도시 전반에 적용하여 미래형 도시 U시티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하지만 U시티는 지나치게 기술 중심으로 전개되었던 탓에 도시 내에 적용된 기술 간의 연계성을 확보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시민들이 도시에 요구하는 편의성을 갖추는 데 실패해 흐지부지되는 뼈아픈 결과를 맞았다. 그러니 스마트시티 성공의 핵심은 단순히 첨단 정보통신기술을 도시 공간에 접목하는 것에 두기보다는 이러한 기술을 통해 실시간으로 발생하는 데이터를 분석·연계·융합하여 시민들에게 새로운 솔루션을 제공하는데 두어야 하겠다.
스마트시티 내
도시 데이터 활용 방안
스마트시티 구축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세종시는 ‘데이터의 도시’라는 이름 하에 도시에서 벌어지는 모든 현상과 움직임, 시민들의 행동을 데이터화하고 분석하여 기존 도시에서 발생해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중에서도 스마트 인프라를 기반으로 시민 체감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세종엔’ 서비스는 스마트시티 내에서 도시 데이터가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로 적합하다.
세종엔 공식 홈페이지 (smartsejong.kr)
세종엔은 일종의 스마트 포털로 교통, 방범, 환경, 문화, 보건 등 76종의 데이터를 한 곳에서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원스톱 서비스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전파와 함께 공적 마스크 품귀현상이 빚어졌을 당시 포털 세종엔은 한국정보화진흥원(NIA)에서 제공하는 공공데이터를 활용하여 실시간으로 마스크 수량을 알려주는 ‘공적 마스크 판매정보 알림서비스’를 지자체 최초로 시행했다. 세종엔은 공적 마스크의 입고 시간, 품절 시간, 입고 및 품절 시간 추이, 운영시간, 전화번호 등 공적 마스크 판매에 대한 정보를 민간 서비스보다 상세히 제공하여 감염병으로 인한 시민들의 불안감 해소에 큰 기여를 했다고 평가받은 바 있다. 물론 포털 세종엔이 코로나19와 같이 특수한 상황 하에서만 유의미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시민들은 포털에 접속하는 것만으로 현재 기온, 혹은 마트 휴무일과 같은 일상 속 가벼운 정보부터 도로 현황, 버스 도착 정보와 같은 실시간 교통 상황에 대한 정보까지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스마트시티의 시대는
이미 시작되었다
스마트시티 구축을 위한 연구가 전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으나, 아직 스마트시티 개발의 진척도는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앞서 살펴보았듯 스마트시티 운영의 핵심은 도시 데이터에 있는데, 이의 활용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데이터 제공 플랫폼이 필요할 뿐 아니라 각 사업 영역에서 이용되는 데이터들의 원활한 교류를 위해 데이터 형태의 표준화 작업 또한 선제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스마트시티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전문가 양성과 같은 장기적인 플랜도 필수적이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과제가 남아 있음에도 국내 스마트시티의 전망은 밝다. 우리나라는 과거 U시티 추진 당시부터 축적된 기술로 스마트시티 개발 역량이 타국가들에 비해 높을 뿐 아니라 정보통신 강국이라는 이점으로 스마트시티 인프라 구축 영역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는 무형의 자원이다. 눈에 보이지도, 손으로 만져지지도 않는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가 살아가는 이 도시에는 데이터가 끊임없이 생산되고 있다. 생산된 데이터는 도시가 어떤 문제를 겪고 있는지 보여주기도 하고 앞으로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알려주기도 한다. 다가올 미래에는 축적된 도시 데이터가 분석과 연계, 융합 작업을 통해 도시의 모습을 마치 거울처럼 비추며 도시가 직면한 문제에 더욱 스마트한 해결책을 제시해 줄 것이다. 똑똑한 도시의 시대, 스마트시티의 시대에 기대가 모이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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