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발표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국민여가활동 및 국민문화예술활동 조사 결과'를 보면 코로나19 이후 혼자서 여가활동을 즐기는 사람의 비율이 5.7% 상승했으며, 가족 혹은 친구와 함께한 비율은 하락했다. 이와 함께 생활권 내에서의 여가활동은 늘고 영화관과 헬스클럽 등의 이용률은 감소했다. 또한 문화예술행사 관람률은 전년대비 21.3% 감소하며 2014년 이후 가장 낮은 60.5%를 기록했다.
반면 하루 평균 여가 시간은 평일 3.7시간, 휴일 5.6시간으로 전년 대비 각각 12분 늘어났으며 문화예술 관련 1인당 월평균 지출 금액은 전년 대비 1,572원 증가한 2만 998원으로 확인됐다. 코로나19가 양적·질적으로 기존의 여가 생활 트렌드를 확 바꾼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문화 및 여가생활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중요하게 떠오른 지금, 모든 국민이 평등하게 문화·여가 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하는 '생활SOC사업'이란 무엇인지 살펴보았다.
SOC와 생활SOC
어떤 차이가 있을까?
SOC(Social Overhead Capital)는 사회기반시설(혹은 사회간접자본)을 의미하며 생산과 경제의 기반이 되는 도로, 철도, 공항, 항만 등 토목사업 중심의 대규모 인프라를 말한다. 구축하는 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기 때문에 대부분 국가 주도로 개발이 이루어진다. 직접적으로 생산 활동에 기여하지는 않지만 생산 활동의 기초가 되는 중요한 공공재이기 때문에 SOC의 수준은 국가 경쟁력을 가늠하는 척도로 사용되기도 한다.
생활SOC는 기존 SOC 개념을 국민의 일상으로 확장시킨 것으로, 「생활밀착형 사회기반시설 정책협의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 제2조에 따르면 보건·의료·복지·교통·문화·체육시설, 공원 등 ‘일상생활에서 국민의 편익을 증진시키는 모든 시설’이라고 정의된다. 즉 우리 일상을 풍요롭게 해주는 모든 생활기반 시설을 말하는 것으로 넓게는 상하수도, 가스, 전기 등의 기초 인프라와 화재 및 재난에 대비하기 위한 안전시설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생활SOC의
탄생 배경
생활SOC라는 개념은 경제발전과 근로시간의 변화로 인해 생겨났다. 2000년대에 들어서며 국민총소득(GNI)이 2만 달러에 진입하고 주5일제가 시행되며 자연스럽게 여가생활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2010년대에는 주5일제가 정착되며 본격적으로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Work-Life Balance)’을 중시하는 문화가 확산되었다. 이후 2018년 ‘주 52시간 근무제’의 시행으로 월평균 근로 시간과 주당 평균 근로 시간이 줄어들었고, 줄어든 근로시간만큼 여가시간이 늘어났다.
그러나 늘어난 여가시간을 감당할 공공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에 여가시간이 늘어난 만큼 지역과 소득에 따른 문화 불균형 격차가 커지기 시작했다. 이에 따른 삶의 질 저하는 실제 수치로도 확인할 수 있는데, 생활SOC가 등장하기 전인 2017년 기준 우리나라의 국민소득은 OECD 국가 중 22위, 삶의 질은 29위에 머물렀다. 소득 수준에 비해 삶의 질이 낮았던 것이다.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국과 우리나라의 주요 생활 인프라 현황을 살펴보면 이러한 격차가 발생한 이유를 짐작해 볼 수 있다. 선진국의 경우 체육관은 1~2만 명당 1개소, 공공도서관과 수영장은 1~4만 명당 1개소 정도 갖춰져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체육관은 5.3만 명당 1개소, 공공도서관은 5만 명당 1개소가 갖춰져 있으며 수영장은 12.5만 명당 1개소가 있을 뿐이다. 이에 우리 정부는 공공 자본을 투입하여 문화·여가 인프라를 늘리기 위해 ‘생활SOC’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하였고, '생활SOC 3개년 계획'을 통해 본격적으로 관련 시설 확충에 나섰다.
생활SOC 구축은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일 뿐만 아니라 지역 불균형 완화와 국토 균형발전에 기여한다는 이점이 있다. 현재의 문화여가 시설은 주로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데 생활 SOC 사업을 통해 전국에 문화여가 시설을 조성하게 되면 일자리 창출 등의 효과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 2020년 생활SOC 3개년 계획을 수립하며 ‘지방주도-중앙지원’이라는 새로운 접근 방식을 도입하고 생활SOC 앞에 ‘지역밀착형’이라는 단어를 추가했다. 구체적인 개발 방향의 경우 지역의 거주민들이 주도해 의견을 개진하게 하여 지역에 보다 더 적합한 생활 인프라가 조성될 수 있게 했다.
광범위한 생활SOC의 복합화
생활SOC의 종류는 생활체육시설부터 도서관, 문화센터까지 다양하다. 국민 생활의 편의를 증진하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면 모두 생활SOC에 포함되기에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의 돌봄시설과 노인요양시설같은 생애주기 맞춤형 시설도 모두 생활SOC에 포함된다. 더불어 안전을 위한 시설도 포함이 되는데 공공의료기관, 주민건강센터 등의 의료시설과 사고·재해로부터 안전한 삶터를 구축할 수 있도록 하는 모든 시설도 생활SOC에 속한다.
생활SOC는 그 범위가 넓어 개별 시설마다 소관 부처가 다른데, 각 부처별로 관장하는 시설을 다른 공간에 조성하면 비효율을 초래할 우려가 있어 국무조정실 생활SOC추진단에서는 관계 부처의 협동으로 생활SOC를 복합화하여 운영하도록 했다.
한양이 참여한 '김포 고촌 문화복지센터'가 생활SOC 복합화를 통해 조성된 대표적인 사례다. 지하 1·2층에는 주차장, 지상 1·2층에는 행정복지센터와 보건지소, 다목적 강당, 3·4층에는 주민자치센터, 5·6·7층에는 도서관이 각각 위치한다. 국토부, 복지부, 문체부가 각각 주관하는 시설들을 한곳에 모아 시민들의 편의를 높였다.
2021년 8월 준공 된 '세종 스마트클로버' (출처: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한양은 이외에도 다양한 생활SOC 건립에 참여하고 있다. 1973년 창립 이래 건설 분야에서 입지를 탄탄히 다져온 한양은 숙련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울산시립도서관, 세종시 어진동 행정지원센터, 광주 남구 종합문화예술회관, 천안종합체육시설, 세종 스마트클로버 건립공사 등에 참여했다. 그중 2021년 8월 세종시에 완공된 ‘세종 스마트클로버’는 세종시에 지어지는 4개의 복합편의시설 중 하나로, 클로버 모형을 본떠 지어진 건물에 수영장, 풋살장, 다목적 홀 등이 들어섰다.
생활SOC가 바꿀
우리의 일상
2020년 기준으로 전년도 대비 공공도서관은 87개소, 생활문화센터는 151개소, 체육관은 130개소, 수영장은 54개소, 국공립 어린이집은 634개소, 고령자 복지주택은 1,300개, 주거지 주차장은 4,800개, 군 단위 LPG 배관망은 13,869세대 공급되었다. 생활SOC 확충은 지역 일자리 창출에도 확실한 효과를 보이고 있는데, ‘20년 총 11만개의 일자리가 공급되었으며 2020년 수립된 생활SOC 3개년 계획이 진행되는 동안 총 23.5만 개의 일자리를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처럼 적극적으로 생활SOC가 확충된다면 전 국민이 퇴근 후에 가까운 거리의 체육센터에서 수영을 배우고, 주말에는 동네에 있는 문화센터에서 취미생활을 즐기는 모습을 기대해 볼 수 있다. 또한 어린 자녀를 둔 부모는 온종일 돌봄 체계를 이용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고, 아이들은 더 쾌적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다. 생활SOC를 통해 우리가 꿈꾸던 쾌적한 삶, 살기 좋은 환경에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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