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시대가 요구하는 도시모델,
관광레저도시
세계 속 사례로 살펴보는
관광레저도시의 개념과 특징

관광과 휴양, 그리고 주거문화가
공존하는 관광레저도시, 솔라시도

2021.10.14

​도시계획이란 도시 내 사람들의 주거 및 각종 활동과 관련하여 공간의 배치 및 제도, 규칙을 세우는 일을 일컫는다. 도시계획의 등장은 전 세계적으로 산업화 시기를 맞아 근대 도시로 사회 및 경제구조가 변화하던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산업혁명 이전에는 도시가 비교적 점진적으로 발전했으나, 산업구조가 전환되면서 도시는 폭발적인 성장 가도에 올랐다. 도시의 인구는 짧은 시간에 크게 증가했고, 시가지 역시 단기간에 확장되었다. 도시를 구성하는 여러 요소들이 급작스러운 변화를 맞이하자 자연히 도시를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성장시키기 위한 도시계획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우리나라는 도시의 불균등한 발전이 특히 두드러지는 국가 중 하나다. 서울을 필두로 한 여러 대도시는 광복을 지나 1960년대에 이르러 비로소 현대적인 모습으로 바뀌어 갔는데, 특히 서울과 수도권으로 인력과 자본이 집중되었다. 그 결과 지금 우리나라는 인구의 44.5%가 서울 및 수도권에 거주하는 ‘수도권 과밀화 국가’가 되었다.

 

수도권으로의 지나친 인구 집중에 따른 여러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 주도하에 추진된 대표적인 도시 계획 사례는 세종특별자치시다. 세종시는 2012년 7월 국내 유일의 특별 자치시로 출범한 이후 국가 주도의 여러 행정 기능을 분담하고 있다. 그 결과 출범 당시 11만 5천 명의 인구를 보유했던 세종시는 올해 8월 말 기준 인구수 37만 명을 돌파하는 등 꾸준한 인구 증가 추이를 보이며 수도권 인구 과밀 현상 해소에 기여하고 있다. 

 

관광레저도시의 개념과

세계 속 사례


도시계획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경우 이미 서울 및 수도권으로의 인구 집중 현상이 오랜 시간 지속되어온 만큼 지방 소도시로의 자연적인 인구 유입을 기대하기보다는 세종시 사례와 같이 특화된 도시 계획을 통해 점진적으로 수도권 인구를 분산시킬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와 같은 논의 속에서 주목받고 있는 계획도시 모델로는 관광레저도시가 가장 대표적이다.

 

관광레저도시란 관광과 레저 기능을 중심으로 산업, 주거, 의료, 교육, 문화 등의 다중이용시설이 복합된 자족형 도시를 말하며, 산업과 인구의 수도권 과밀을 효과적으로 해소하고 비교적 낙후된 지역을 개발하여 국가의 균형적인 발전을 하는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관광레저도시의 개념은 전 세계적으로 국제 교류가 활발해지던 1990년대 본격적으로 정립되기 시작하였는데, 1999년 예일대학교 교수 Judd와 Fainstein은 자신들의 저서 『The tourist city』를 통해 관광레저도시의 발전 유형을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제시하며 그 개념을 선명히 해둔 바 있다. 아래 이어지는 내용을 통해 유형별 관광레저도시의 특징과 대표적인 사례를 만나보자.

 

 라스베이거스의 중심지 전경



관광레저도시의 첫 번째 유형은 관광도시(Tourism urbanization)다. 특별한 관광시설 개발을 통해 관광레저도시로 도약한 도시가 이에 속한다. 쉽게 말해 관광객을 유치할 목적으로 관광시설을 공급한 도시를 일컫는데, 미국의 라스베이거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본래 라스베이거스는 소규모 광업과 축산업을 주된 발전 축으로 삼았던 도시였으나, 후버댐 건설을 계기로 저렴한 가격에 전기가 공급되자 카지노와 휴식 시설을 갖춘 관광 도시로 도약하게 되었다. 이후 라스베이거스는 엄청난 수의 관광객 유입과 함께 세계 최대의 호텔 밀집 지역으로 성장했으나, 1980년대 중반 카지노 전문 도시 아틀랜틱 시티의 등장과 함께 몰락의 위기를 겪었다. 하지만 라스베이거스는 위기 극복을 위해 가족 단위의 관광객들을 위한 엔터테인먼트 및 레저 시설을 도입하면서 기존의 ‘도박 도시’ 이미지에서 탈피하는 데 성공했다. 일례로 현재 라스베이거스의 대표적인 관광산업 중 하나는 바로 골프인데, 라스베이거스는 본래 사막이라는 척박한 자연환경을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인공적으로 잔디와 호수를 조성하는 등 쾌적한 골프장 건설을 위해 많은 투자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라스베이거스는 일반적인 관광도시와는 달리 풍부한 역사적 유적이나 수려한 자연 풍광을 갖추지 못한 불리한 조건에도 지속적인 도시개발을 통해 손꼽히는 관광도시로 자리매김한 사례에 속한다.

 

관광레저도시의 두 번째 유형은 역사문화도시(Tourism historic city)다. 해당 유형의 도시는 도시가 지닌 역사, 혹은 문화자원을 관광상품으로 개발하여 관광객을 유치한다. 주로 쾌적한 기후와 높은 컨디션의 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는 유럽의 다수 국가들이 이에 해당하는데, 그중에서도 프랑스 파리는 특히 눈여겨볼 만한 사례다. 프랑스의 수도 파리에는 현재까지도 19세기 건축 양식이 고스란히 남아있을 정도로 도시 미관에 자국의 역사가 생생히 담겨있다.

 

 프랑스 파리의 도시 전경

 

이외에도 파리는 과거 세계의 문화 중심지로 여겨졌던 만큼 역사적 건축물뿐 아니라 수많은 미술품을 보유하고 있다. 실제로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 퐁피두센터 등은 수많은 관광객을 파리로 불러 모으는 대표적인 관광코스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프랑스 정부는 파리가 관광도시로서의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였고, 이후 국가 단위의 적극적인 움직임을 통해 파리 근교에 테마파크 디즈니랜드의 유치에 성공했다. 1992년 개장한 파리의 디즈니랜드는 개장 초기에는 관광객 확보에 다소 어려움을 겪었으나, 유럽인들의 문화와 정서를 반영하여 테마파크 내의 건축물을 아름답고 화려하게 재구성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2000년대 중반에는 에펠탑과 루브르를 제치고 최다 관광객을 기록하는 등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프랑스 파리는 전통적인 역사문화도시로의 개념에 관광도시화의 개념이 융화된 사례라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겠다.

 

 두바이의 팜 아일랜드

 

마지막으로 살펴볼 관광레저도시의 유형은 전환도시(Converted city)다. 이는 기존의 도시에 새로운 관광 인프라를 구축함으로써 적극적으로 관광 레저기능을 제공하는 도시를 일컫는데, 대표적인 사례로는 두바이가 있다. 전형적인 사막 기후 도시인 두바이는 관광도시로 적합하지 못한 자연환경과 기후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두바이는 석유라는 막대한 자원을 통해 얻은 국가 수입을 도시를 이루는 각종 인프라 건설에 과감히 투자하여 일찌감치 탈(脫)석유 경제구조를 만들기 위한 도시계획을 수립했다. 199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초대형 부동산 개발 사업에 착수한 두바이는 세계 유일의 7성급 호텔과 세계 최고층 빌딩 건설 사업 등을 추진하며 관광도시로의 발전을 꾀했다. 이 과정에서 두바이는 주메이라 해변 인근의 바다를 돌과 흙으로 매립하여 야자수 모양의 거대한 인공섬 ‘팜 아일랜드’를 조성하는 등 관광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다. 약 30년에 걸친 도시개발 계획의 결과 현재 두바이는 관광, 레저, 비즈니스가 통합된 중동 최대의 휴양 비즈니스 메카로 자리매김했으며, 최근에는 관광산업 개발뿐 아니라 도시 전역에  ICT 기술을 도입함으로써 스마트 시티로 발돋움하기 위한 정책을 활발히 추진 중이다.

 

코로나19 이후 관광산업은

어떤 모습일까?


 

지난 2020년부터 본격화 된 '코로나 시대'는 전 세계적인 불황을 일으켰다. 거의 모든 산업 영역이 코로나19의 영향 아래 위기를 겪고있는 가운데, 여행 및 관광 산업은 현재까지도 가히 몰락이라 여겨질 정도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염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대부분의 국가가 해외 입국자를 제한하고 있는 한편, 자국 내 국민들의 이동에도 여러 제약이 따르고 있으니 당연한 결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여행에 대한 수요는 끊이지 않고 있다. 2년 여간 생활 반경이 극도로 좁아진 채 일상을 반복해온 시민들은 코로나19 시대 이전보다도 더 강렬하게 외부 공간에 대한 욕구를 드러내고 있다. 국내 골프 시장의 심상치 않은 성장세는 이를 방증하는 대표적인 예다. 해외여행이 불가해지고, 밀폐되거나 인구밀도가 높은 곳의 방문이 제한되자 골프장을 찾는 발걸음이 크게 증가했다. 실제로 국내 골프 시장의 규모는 코로나 이전과 비교했을 때 2조 원이나 껑충 뛰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골프뿐 아니라 캠핑, 보트, 카약, 자전거 등의 레저 스포츠 전반에 대한 수요가 계속해서 증가할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이는 팬데믹을 겪으며 자연을 찾는 아웃도어 관광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여행에 대한 인식이 단순 관광을 넘어 경험과 체험으로 이동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관광 시장의 흐름이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 아래 빠른 속도로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에도 이러한 수요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새로운 관광레저도시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한양과 보성, 그리고 전라남도가 함께 출자해 추진중인 '솔라시도(SOLASEADO)'가 새로운 도시모델의 선두주자를 자처하고 나선 가운데, 스마트도시와 생태도시에 더해 관광레저도시로서도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어갈 것으로 많은 이들의 기대가 모이고 있다. 

 

* 참고자료

문화체육관광부(2005). 「해외 주요 관광레저도시의 공급체계 분석」

에너지로 만드는 지속가능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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