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모빌리티 혁신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 많은 이들이 미래의 이동 수단을 떠올릴 때면 비행기 못지않게 빠른 자동차, 혹은 하늘을 나는 자동차와 같이 공상과학적 상상력이 가미된 무언가를 기대하곤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이 전망하는 미래 모빌리티의 핵심은 AI, 즉 인공지능이다. 하지만 우리는 자동차에 적용될 인공지능 기술을 논하기 전에 우선 일반적인 자동차가 만들어낸 문제점에 대해 먼저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자동차가 일으킨 사회적 문제는 크게 세가지를 꼽을 수 있는데, 이 중에서도 가장 큰 문제는 단연 안전의 위협이다. 자동차의 등장과 함께 우리는 교통표지 신호라 불리는 새로운 비주얼 언어체계를 만들었다. 이는 자동차끼리 부딪치는 것, 혹은 자동차가 보행자를 위협하는 것을 막아주는 중요한 안전장치 역할을 한다. 하지만 모든 안전장치가 그러하듯 도로 위의 표지판과 신호등 역시 모든 위험을 완전히 차단해주지는 못한다. 교통사고 발생 범위를 국내로 한정시킨다고 해도 2020년 기준 연간 교통사고 발생 건수는 20만 건에 달하며, 사망자 수는 3천 명을 웃돈다.
자동차는 환경 오염의 형태로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기도 한다. 자동차에서 발생하는 배기가스가 대기오염의 주된 원인일 뿐 아니라 지구온난화를 가속하는 주범이라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는 자동차에 대한 오염물질규제 기준을 마련하고, 자동차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개발하는 등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자동차라는 이동 수단이 너무도 보편화된 탓에 큰 효과를 보지는 못하고 있다.
자동차가 삶의 질을 저하한다는 시각도 있다. 교통체증으로 인해 꽉 막힌 도로 위에서 시간을 보내는 많은 운전자는 ‘운전 스트레스’를 호소한다. 좁고 답답한 차 안에서 전방을 주시하며 계속해서 집중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피곤한 일이라는 사실은 자명하다. 이외에도 주차문제와 자동차 소음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운전자뿐 아니라 도시민 전체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요소다.
‘완전 자율주행’,
운전자의 개념이 사라진다
하지만 이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자동차는 여전히 인류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로 꼽힌다. 자동차의 발명으로 인류는 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났고, 이동에 허비하던 시간을 생산적인 활동을 위해 쏟을 수 있게 되었다. 다가올 제4차 모빌리티 혁신은 현재의 자동차가 지닌 장점은 살리되, 문제점은 해결하는 방안으로 발전하리라 예측할 수 있겠다.
본래 자동차는 운전자의 의지로만 움직이는 기계다. 운전자는 시동을 켜고, 액셀레이터를 밟거나 핸들을 꺾어 원하는 곳으로 이동할 수 있다. 이는 곧 이동의 주체가 운전자임을 뜻한다. 하지만 ADAS(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의 개발은 운전에 필요한 판단의 많은 부분을 자동차에게 일임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ADAS는 기존의 안전벨트, 혹은 에어백과 같이 수동형 사고 방지 장치와 ABS(Anti-lock Brake System, 브레이크 잠김 방지), 혹은 ESC(Electronic Stability Control, 전자식 자세 제어)와 같은 보조 안전 기술과 달리 자동차 내 소프트웨어가 미리 위험을 감지하여 사고를 미리 방지해주는 일종의 인공지능 기술이다.
ADAS가 적용된 차량은 첨단센서와 제어장치를 통해 자동차의 속도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등 운전의 편의성을 대폭 상승시켜주는 한편, 중앙선 침범이나 충돌 위협 등의 상황이 발생하면 소리나 불빛, 진동 등으로 운전자에게 알림을 전달하여 안정성 역시 도모해준다. ADAS는 일반적으로 우리가 말하는 자율주행 기술에 속하는데, ADAS가 빠른 속도로 대중화되면서 자율주행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은 앞다투어 자율주행차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자율주행차 기술은 미국자동차공학회(Society of Automotive Engineers, SAE)에 의해 분류된 6단계가 글로벌 기준으로 통용되고 있는데, 현시점에서 실제 자동차에 적용된 자율주행 기술은 대부분 0단계에서 2단계 정도의 수준에 머물러 있다. 앞서 살펴본 ADAS 역시 자율주행 2단계 범주에 속한다.
자율주행 기술이 3단계로 발전하는 데 난항을 겪는 이유는 3단계를 기점으로 운전의 주체가 변하기 때문이다. 2단계 이하에서는 자동차가 주행 중에 발생하는 여러 위험을 자동으로 감지하여 안전 운전을 도와주기는 하지만 운전의 주체는 여전히 운전자다. 그러나 3단계부터는 시스템이 주행을 수행한다. 자동차 스스로 차선을 변경하거나 앞차를 추월하는 등 자동차의 판단이 주가 되어 주행이 이뤄지는 것이다. 고속도로와 같은 일부 도로에서는 자동차가 운전을 전담하되, 예기치 못한 위험상황 등이 발생했을 때는 운전자에게 운전제어권이 넘어간다. 이보다 한 단계 높은 4단계에서는 비포장도로와 같이 변수가 아주 큰 도로에서만 자율주행에 제한이 생길 뿐 이외의 위급상황에서는 자동차가 모든 대응을 전담한다. 이어 ‘완전 자율주행’이라 불리는 5단계에서는 주행과 관련된 모든 판단과 행동이 자동차에 일임되며 자연히 ‘운전자’라는 개념이 사라지게 된다.
자율주행과 스마트시티는
발전의 궤를 함께한다
자율주행 기술은 인간의 감각으로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도로 위 위험을 섬세하게 감지하여 안전을 도모하고, 운전자 개념을 사라지게 만듦으로써 현대인의 삶의 질을 한층 더 높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친환경적인 시각에서도 자율주행에 거는 기대가 크다. 이는 자율주행 시스템이 연료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해주리라는 예측 때문이지만, 자율주행 기술이 상용화된 이후 찾아올 것으로 예상되는 공유 자동차 시스템에 대한 기대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자율주행차의 상용화 여부는 자율주행 기술에만 달려있지 않다. 미래 모빌리티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자율주행차가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도로 인프라가 함께 구축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를 실현할 열쇠는 바로 스마트시티에 있다. 스마트시티란 ICT 기술을 통해 도시 내 인프라를 데이터화하고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도시민의 편의를 증진하는 미래형 계획도시를 뜻한다. 스마트시티에서는 기존의 도로 시스템과는 차별화된 자율주행 전용 도로 설계를 통해 자율주행 기술의 실현뿐 아니라 공유 자동차 시스템까지 구현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글로벌 도시들은 자율주행차로 대표되는 미래형 모빌리티 육성과 함께 스마트시티 도입에 힘을 쏟고 있다. 일례로 핀란드의 칼라사마타는 아파트 단지 내 자율주행 버스를 도입하여 시범 운행을 선보인 바 있으며, 미국 오하이오주에서는 자율주행 버스 전용 도로의 구축을 위해 5,000만 달러의 거금을 투자하는 등 스마트시티 인프라와 모빌리티의 혁신을 위한 노력에 한창이다.
국내에서도 스마트시티와 자율주행 시스템 구축을 위해 노력하는 움직임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한양에서 추진 중인 스마트시티 건설 프로젝트 ‘솔라시도(SOLASEADO)’다. 솔라시도는 도시 전반에 ICT 기술을 적용함으로써 도시민의 안전과 편리함을 도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데, 스마트시티라는 이름에 걸맞게 친환경 에너지로 구동되는 공유교통체계와 자율주행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을 발표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솔라시도는 모빌리티 혁신 기업들과의 협업을 통해 더욱 안전하고 편리하게 자율주행을 체험할 수 있도록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임으로써 스마트시티가 나아가야 할 청사진을 앞장서 제시하고 있다.
* 참고자료
과학기술정책연구원(2018). 「자율주행차 사업화의 쟁점과 정책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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