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 텍사스 해양 생물학 연구팀은 플라스틱으로 인한 해양 오염의 심각성을 일깨우기 위해 영상 하나를 공개했다. 공개된 영상에는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된 바다거북이 코에 플라스틱 빨대가 꽂힌 채 피를 흘리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많은 네티즌은 괴로워하는 바다거북의 모습에 큰 충격을 표했다. 이후 플라스틱 빨대 사용에 대한 비판이 급증했고, 이에 스타벅스와 맥도날드를 필두로 약 40여 곳이 넘는 글로벌 기업이 플라스틱 빨대 퇴출을 선언하며 ‘NO PLASTIC’ 운동의 시작을 알렸다. 그로부터 6년, 플라스틱 빨대의 대안으로 떠오른 종이 빨대는 비교적 대중화되는 데 성공했고, 대형마트에서는 비닐봉지 사용이 금지되는 등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활발하게 전개되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코로나19’라는 감염병의 등장과 함께 온라인 쇼핑과 배달음식 소비 비율이 상승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사용량은 지난 2020년을 기준으로 다시 크게 증가했다. 플라스틱은 사용자가 올바른 배출법을 따라 처리했다면 재활용 선별장을 거쳐 섬유, 파이프 등으로 재탄생하게 되지만, 이는 선별장에 도착한 플라스틱 중에서도 겨우 30% 정도에 불과하다. 재활용되지 못한 플라스틱은 매립지로 향하거나, 강, 혹은 하수관 등을 떠돌다 결국 바다로 유입된다. 국내 기준 바다로 유입되는 플라스틱의 양은 무려 연간 20만 톤에 달한다.
해양 플라스틱이란 글자 그대로
‘해양을 떠도는 모든 플라스틱’을 뜻한다
해양 플라스틱의 양이 지나치게 방대해짐에 따라 이를 관리하기 위해 세분화된 분류법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었다. 이에 해양환경전문가그룹(GESAMP)은 간단한 해양 플라스틱 분류법을 제시했다. 이 분류법에 따르면 해양 플라스틱은 크게 일반 플라스틱과 미세 플라스틱으로 분류할 수 있으며, 일반 플라스틱은 다시 위치에 따라 각각 해안가 플라스틱, 부유 플라스틱, 침적 플라스틱으로 분류된다. 각 해양 플라스틱의 특징에 대해 함께 살펴보자.
해안가 플라스틱
해양수산부가 발표한 ‘2018~2020 국가 해안 쓰레기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수거된 국내 해안 쓰레기 7만 8천여 톤의 83%가 플라스틱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음료수병, 스티로폼 부표, 어업용 밧줄, 비닐봉지 등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해안가 플라스틱은 해안 휴양지 또는 주거지역에서 버린 쓰레기가 유입되거나, 장마철 혹은 태풍 등의 자연재해 발생으로 하천을 통해 유입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바다에 무분별하게 버려진 양식장 부표, 폐어구가 파도에 의해 해안가까지 밀려오는 경우 역시 다수 존재한다. 해안가 플라스틱은 해수에 의한 물리・화학적 풍화작용을 통해 잘게 부서지며 미세 플라스틱으로 변하게 되는데, 이 때문에 해안 생물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원인으로 손꼽히기도 한다.
부유 플라스틱
바다로 유입된 플라스틱 중 해수보다 밀도가 낮은 플라스틱은 바다 표면을 부유하다가 밀물 때 해변으로 밀려와 퇴적된다. 부유 플라스틱은 퇴적되기 전 단계에서 바다 표면에 부유하고 있는 플라스틱을 일컫는 말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부유 플라스틱을 대상으로 하는 모니터링은 실시하고 있지 않아 해양 플라스틱 중 부유 플라스틱이 차지하는 비율을 정확히 계산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하지만 해양환경공단에서 실시한 부유 쓰레기 수거 활동 기록에 따르면 매년 약 4,000t가량의 부유 쓰레기가 수거되고 있으며, 이 부유 쓰레기의 대부분이 폐타이어, 폐어구(폐스티로폼, 폐그물), 폐비닐 등을 비롯한 플라스틱으로 나타나 부유 플라스틱 역시 해양 생태계를 파괴하는 주된 요소 중 하나로 판단된다.
침적 플라스틱
침적 플라스틱은 해수보다 밀도가 높아 바다 밑에 가라앉아 있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일컫는다. 침적 플라스틱은 해양 생물의 서식 공간을 침해할 뿐 아니라 성장과 생존을 직접적으로 위협하기 때문에 제거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된다. 하지만 침적 플라스틱을 수거하기 위해서는 잠수정이나 전문 다이버 등 고가의 장비와 인력이 필요하다. 현재 국내에서는 침적 플라스틱을 회수하기 위해 전문 다이버와 함께 주기적으로 정화 사업을 실시하거나 갈고리 등의 수거 장비를 로프에 매달아 제거 작업을 시행하고 있지만, 이런 식의 수거 방식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침적 쓰레기 1t을 회수하는 데에는 약 250만 원이 소요되며, 침적 플라스틱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해저 생태계가 훼손된다는 문제점이 따른다.
미세 플라스틱
바다로 유입된 플라스틱이 강한 자외선과 파도 등에 의해 마모되고 쪼개어지면서 5mm 이하의 작은 크기로 변화한 것을 미세 플라스틱이라고 지칭한다. 미세 플라스틱은 쉽게 삼킬 수 있는 작은 크기 때문에 해양 생물의 생명을 직접적으로 위협한다. 실제로 지난 2019년 그린피스 과학 연구팀에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해안에 떠밀려온 돌고래, 물개, 고래 10종류를 비롯해 총 50마리의 해양 동물 사체를 조사한 결과 모든 동물의 소화기관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되었다. 바다에 퍼져 있는 미세 플라스틱은 현시점에서 수거가 거의 불가능할 뿐 아니라 바다에 서식하는 어류를 섭취하는 인간에게도 직접적인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에 심각한 문제로 바라보고 다뤄야 한다.
해양 플라스틱 문제 해결을 위한
푸른 회복의 움직임
바다로 유입되는 플라스틱의 양은 전 세계 기준 연간 800만t에 달한다. 이에 국제사회는 해양 플라스틱 문제를 주요한 환경 문제로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이와 관련된 실현 계획은 2014년을 기점으로 UNEP(유엔환경계획)의 주도하에 구체화된 바 있다. 특히 지난 2017년에는 정부, 기업, 소비자를 아우르는 해양 플라스틱 저감 계획 ‘Clean seas’ 캠페인이 시행되기도 했다. UNEP는 해당 캠페인을 통해 세계 각 정부에 플라스틱 저감 정책 시행을 촉구했으며, 글로벌 기업에는 플라스틱 포장재를 최소화하고 대체 소재를 개발할 것을 적극적으로 권고했다.
한편 국제협약에서도 해양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살펴볼 수 있다. 유해 폐기물의 국가 간 이동 및 처리를 규제하는 ‘바젤협약’은 지난 2018년에 진행된 제11차 회의에서 협약으로 관리되는 위해 폐기물에 플라스틱 폐기물을 추가하자는 논의를 제기했고, 이듬해 이뤄진 제14차 당사국총회에서 공식적으로 이를 반영시켰다. 뿐만 아니라 회원국이 플라스틱 폐기물을 친환경적으로 관리하는 것을 지원하기 위해 ‘Partnership on Plastic Wastes(플라스틱 폐기물 파트너십)’를 설립하는 등 플라스틱 저감을 위해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국내 상황은 어떨까? 우리나라 역시 해양수산부를 필두로 해양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전개되고 있다. 일례로 해양수산부는 지난 2019년 5월 ‘해양 플라스틱 저감 종합대책’을 발표하여 다가오는 2030년까지 국내 해역의 해양 플라스틱을 50%까지 저감시키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해양수산부는 이를 위해 해양 플라스틱의 발생과 수거, 처리에 이르는 전 주기를 체계적으로 관리함으로써 국내 해양 플라스틱 관리 체계가 재정비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이외에도 플라스틱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체에 재활용 의무를 강화하고, 대형마트, 온라인 택배 사업체를 비롯한 유통 업체를 대상으로 과대포장 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등 실효성 있는 정책 수립을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바다는 결코
무한하지 않다
바다는 지구 표면의 70% 이상에 달하는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바다가 쉽게 오염되지 않을 것이라 막연히 믿는 사람들도 있으나, 이는 분명한 착각이다. 바다는 너무도 크고 넓은 탓에 인간이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가뿐히 뛰어넘는다. 때문에 한 번 오염된 바다를 본래 상태로 돌리기 위해서는 아주 오랜 시간을 들인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반대로 말하면 지금 당장 해안가로 달려가 떨어진 쓰레기를 줍는다고 해도 바다가 당장 깨끗해질 수는 없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물론 플라스틱의 절대적인 사용량을 줄이는 것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플라스틱 사용에 대한 경각심을 가진 개인의 노력만큼이나 플라스틱 생산과 확산에 기여하는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 그리고 국가 차원의 관련 정책 수립이 필수적이다.
기후변화와 식량 안보, 그리고 가까운 미래에는 신재생에너지의 공급원으로서 새로운 역할을 담당하게 될 바다는 중요성을 무시하기에는 그 역할이 너무도 크다. 플랑크톤과 해조류, 어류를 비롯, 포유류와 갑각류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생명체의 역사가 담겨있는 바다를 우리 세대에서 손쓸 수 없을 만큼 망쳐버리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 바다는 결코 무한하지 않다. 바다가 제 색을 되찾는 과정에 우리가 반드시 함께해야 하는 이유다.
- #해양오염
- #해양플라스틱
- #해양플라스틱저감대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