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도시의 새로운 패러다임,
정원도시를 말하다
시대가 원하는
미래의 도시는 어떤 모습일까

자연과 기술이 만난
미래형 정원도시에 대하여

2021.07.13

 

 

인류를 위협해온 전염병의 역사는 진행형이다. 페스트, 결핵, 발진티푸스, 콜레라 등을 거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에 이르기까지. 각종 전염병들은 인류를 공포 속으로 몰아넣으며 큰 존재감을 과시해왔다. 한때 항생물질의 개발과 함께 일부 전문가들은 ‘전염병 시대의 종말’을 예고하기도 했으나, 최근 30여 년 사이 인류는 거의 매년 새로운 신종 전염병을 경험하고 있다. 실제로 WHO에서는 21세기를 ‘전염병의 시대’라고 규정한 바 있으며, 코로나19 역시 그중 하나다. 

 

우리가 겪고 있는 질병의 위기는 기후의 위기와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차츰 더워지고 습해지는 지구 환경은 바이러스가 더 광범위하고 빠르게 확산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전염병의 대유행을 촉진하기 때문이다. 기후 위기와 함께 말미암아진 질병의 위기는 곧 소비시장 위축과 함께 경제 위기를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더욱 위협적이다.

 

기후 위기, 질병의 위기, 그리고 경제 위기에 이르기까지. 연쇄적으로 이어지는 위기 속에서 전 인류가 주목하고 있는 바는 단연 그린(Green)으로의 전환이다. 우리가 발붙이고 살아갈 지구의 미래를 위해 움직이자는 취지의 정책이 각국에서 현재진행형으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산업의 전 영역에 지속가능성을 강조하며 미국과 일본, 유럽의 일부 국가들에 이어 탄소의 순 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는 ‘탄소 중립’을 선언한 바 있다.

 

정원도시는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도시 패러다임이다

 

코로나19와 함께 찾아온 팬데믹 이후 인류가 직면한 위기의 심각성이 더욱 강조되자 우리의 일상이 살아 숨 쉬는 공간인 도시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는 목소리 역시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최근 사람들이 바라는 이상적인 도시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지난해 구글이 발표한 ‘공동체 이동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공원 방문 인구는 코로나19 이전 시기와 비교하여 무려 51%가량 증가했다. 외부 공간에 대한 사람들의 수요 증가 그 이면에는 자연이 주는 심리적 안정감이 주요하게 자리하고 있다. 산업혁명 이래 수많은 기술·문화적 발전을 거치며 자연과 점차 멀어진 우리는 마주한 위기 앞에서 다시금 자연을 찾고 있는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도시 패러다임으로서의 정원도시를 이야기해볼 수 있다. 정원도시는 산업혁명 이후 망가진 도시의 건강을 회복하자는 목소리와 함께 영국에서 등장한 개념으로, 단순히 ‘정원과 같은 아름다운 도시환경’을 은유하기보다는 일종의 도시 모델로서 기능한다. 실제로 정원도시의 기본 전제조건은 도시 내에 산업체와 자연, 그리고 인간의 생활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인프라가 갖춰져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성공한 정원도시 사례로 꼽히는 말레이시아의 푸트라자야 

 

말레이시아의 푸트라자야는 성공한 정원도시로 꼽히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1995년 착공하여 2010년 완공된 푸트라자야는 정보도시(Intelligent City)와 정원도시(Garden City)가 결합된 지능형 정원도시로, 면적의 약 70%가 체감녹지로 구성되어 있다. 푸트라자야는 쿠알라룸프르의 도시 과밀 현상을 해소시켰을 뿐 아니라, 도시의 균형 발전과 전자정부 구현이라는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하며 도시 모델로서의 정원도시의 가능성을 입증한 바 있다. 

 

자연과 기술이 만난

미래형 정원도시의 모습은

 

정원도시는 자연이 우리의 일상과 함께 할 수 있도록 조성되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는데, 기존의 정원도시와 달리 미래의 정원도시에는 ‘자연’과 동시에 ‘기술’이 함께할 것이라는 점이다. 특히 빅데이터, 인공지능, 클라우드 기술 등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의 첨단 ICT 기술은 도시의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구축하도록 돕고 산업구조를 변화시킴으로써 환경문제에 유의미한 대안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에 정원도시와 첨단 기술의 만남은 도시의 궁극적 목표인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솔라시도의 9개 거점 정원 중 하나인 ‘태양의 정원’

 

현재 한양에서 추진 중인 친환경 스마트시티 건설 프로젝트 ‘솔라시도(SOLASEADO)’는 시대가 요구하는 정원도시의 이상적인 모습을 그리고 있다. 정원도시 솔라시도는 전남 해남군 구성리 일대의 약 2,089만9,330㎡(632만 평) 면적에 걸쳐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며, 이는 여의도 면적의 7.2배에 달하는 규모로 바다와 육지, 그리고 호수가 만나는 지리적 특성을 적극 활용하여 경관이 곧 자원이자 인프라가 되는 도시로 조성되고 있다.

 

기존의 도시 개발 사업은 격자형 도로를 통해 토지를 효율적으로 개발하는 방식을 취했지만 솔라시도의 경우 태양의 정원, 산이정원, 바람정원, 대지의 정원, 달빛정원, 물의 정원, 하늘정원, 별빛정원, 길정원으로 명명된 총 9개 거점 정원의 유기적 연결을 통해 도시 전체가 정원으로서 기능할 수 있도록 계획되었다. 단순히 정원이 많은 도시를 의미하는 개념인 ‘Garden in the City’에서 정원 속에 도시가 있고, 정원이 곧 도시가 되는 ‘City in the Garden’으로 재정립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도시의 심장부에 위치한 태양의 정원은 약 160만㎡ 부지의 국내 최대 태양광 발전소 단지와 연계되어 신재생 에너지와 자연이 공존하는 미래형 정원도시를 제안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뿐만 아니라 솔라시도 도시 개발 계획에는 친환경 건축물을 포함시켰다. 이산화탄소의 직접 배출은 감소시키고 에너지 소비를 효과적으로 줄이고자 함이다. 이에 도시 내에 내연기관차 차단 구역을 지정하는 등 설계단계에서부터 다각적인 고민을 통해 그린으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도시의 스마트화 역시 솔라시도를 특별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특징이다. ICT 기술을 활용한 온택트 시스템이 구축된 미래형 주거단지와 친환경 에너지로 구동되는 공유교통체계 및 자율주행 시스템은 도시의 환경뿐 아니라 시민의 안전과 편리함을 도모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여기에 로봇배달, 드론 택배, 원격진료, 대기오염 관리시스템과 같은 스마트 시스템도 차츰 도입될 예정이다. 자연과 기술이 융복합되어 도시의 인프라로 제공되는 솔라시도는 단순 도시 개발 프로젝트의 의미를 넘어 앞으로의 도시가 나아가야 할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잿빛 콘크리트에서 녹색 환경으로

닫힌 바다에서 열린 친수 공간으로

건물은 소유에서 공유의 가치로

사업 완성보다는 사람 육성 중심으로,

이것이 솔라시도가 지향하는 길이다.



도심 속에 정원이 자리한 호주의 멜버른 



호주의 멜버른은 지난 2011년부터 2017년에 이르기까지 무려 7년간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후 2018년과 2019년에는 오스트리아의 빈이, 지난해에는 뉴질랜드의 오클랜드가 1위의 명맥을 이었다. 이들 도시는 모두 도시 곳곳에 정원이 형성되어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는 도심 속 녹지공간의 싱그러움이 단순한 심미적 효과를 넘어 시민들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한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라고는 할 수 없다. 

 

그간 도시는 시민들에게 분명 편리함을 제공해왔지만, 동시에 대기와 수질오염 등의 공해를 발생시키며 심각한 부작용을 야기하기도 했다. 나무 대신 전봇대가, 잔디 대신 아스팔트가 곳곳에 자리한 경관은 도시를 회색빛의 차갑고 딱딱한 이미지로 만드는데 충실했을 따름이니 말이다. 그 결과 우리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위기를 마주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도시의 산업 활동을 지금 당장 멈추게 만든다거나, 도로를 풀과 나무로 메워 녹지화시키는 일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다만 우리 시대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가능케 하는 새로운 도시 모델을 요구할 뿐이다. 탄소 중립도시, 에너지자립 도시를 표방하며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지향하는 정원도시 솔라시도에 많은 기대가 모이는 까닭이다.

에너지로 만드는 지속가능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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