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을 신체의 일부처럼 사용하는 세대를 가리키는 포노 사피엔스(Phono Sapiens)와 어릴 때부터 디지털 환경에서 성장한 세대를 일컫는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 같은 신조어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산물이다. 4차 산업혁명은 2016년 세계경제포럼(WEF, World Economic Forum)에서 당시 의장이었던 클라우스 슈바프(Klaus Schwab)가 처음 언급하며 전 세계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4차 산업혁명은 고도로 발전된 정보통신기술(ICT,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ies)이 기반이 되어 사회 전반에 변화를 만들어내는 새로운 산업혁명을 말한다.
4차 산업혁명의
세 가지 키워드
: 초연결, 초지능, 초융합
4차 산업혁명을 설명하는 주요 키워드는 초연결(Hyper Connectivity), 초지능(Superintelligence), 초융합(Hyper Convergence)이다. 초연결은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으로 모든 사물이 사람과 연결되는 시대를 의미한다. 외출 후에도 스마트폰으로 집 안의 불을 끄고, 온도와 습도를 조절할 수 있듯이 이미 우리 생활에 익숙한 기술이다. 이는 인간의 상호작용 범위가 기존의 한계를 넘어 확대된 것으로, 그 범위와 대상은 더욱 촘촘해지는 네트워크를 통해 지속적으로 연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초지능은 인간의 사고 능력을 월등히 능가하는 인공지능 시스템이다. 뇌 기능이 발달한 고등 동물만이 가능한 것으로 여겼던 학습 능력과 추론 능력을 뛰어넘는 인공지능을 말한다. 방대한 양의 빅데이터를 빠른 속도로 처리하여 스스로 학습하고 나아가 추론하는 능력을 갖춘 기계는 정보가 넘쳐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수적이다.
초융합은 초연결과 초지능을 통해 기존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이종 간의 결합이 이루어지는 것을 뜻한다. 금융(Finance)에 기술(Technology)을 결합한 ‘핀테크(FinTech)’가 그 예다. 대부분이 전산으로 처리되는 금융 분야에 정보통신기술이 더해져 더 빠르고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각종 ‘페이’로 대표되는 지급결제 서비스와 모든 은행의 계좌이체 시스템을 개방하는 오픈뱅킹(공동결제시스템) 서비스가 모두 핀테크의 영역이다. 정보통신기술이 주택에 적용된 스마트홈과 자동차에 적용된 자율주행차도 초융합의 사례다.
경제, 정치, 사회, 문화 등이 융합된 도시도 4차 산업혁명의 영향을 받아 더욱 똑똑하게 변모하고 있다. 일명 ‘스마트시티’로 불리며, 4차 산업혁명의 첨단기술을 활용한 지속가능한 도시를 말한다.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각종 도시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이 스마트시티에는 초연결·초지능·초융합의 특징을 지닌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들이 집약되어 있다.
5G(5세대 이동통신 기술)는 UN 산하 국제기구인 국제전기통신연합(ITU, International Telecommunication Union)의 정의에 따르면 최대 다운로드 속도 20Gbps, 최저 다운로드 속도 100Mbps인 이동통신 기술을 의미한다. 이는 빠른 정보 처리를 가능케 하는 중요한 기술이다. 4세대 LTE 기술로는 15GB의 고화질 영화 한 편을 다운로드하는 데 240초가 소요됐다면 5G 기술로는 단 6초면 다운로드할 수 있다. 2019년 세계 최초로 5G를 상용화한 우리나라에서는 익숙한 개념으로, 전 세계에 대한민국의 기술력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5G의 또 다른 특징은 사물과 기계, 로봇은 물론 사람까지 다양한 연결을 가능케 한다는 것이다. 이동통신 기기와 다양한 사물을 연결할 수 있는 것은 5G 기술이 가진 대량연결(mMTC, massive Machine-Type Communications) 덕분이다. 이를 통해 대규모의 통신이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처리할 수 있다. 5G가 4차 산업혁명의 각종 첨단기술들이 작동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는 이유이다.
빅데이터(Big Data)는 말 그대로 기존 데이터베이스에서 처리하기 힘들 정도로 방대한 양의 정형 및 비정형 데이터의 집합을 의미한다. 빅데이터는 수십 테라바이트(Terabyte) 혹은 페타바이트(Petabyte)* 이상의 크기(Volume)와 빠르게 생산되는 데이터를 실시간에 가깝게 처리하고 분석할 수 있는 속도(Velocity), 그리고 정형, 반정형, 비정형 데이터를 처리하는 다양성(Variety)을 특징으로 한다.
*1페타바이트(PB)는 1,024테라바이트(TB)이다. 컴퓨터 정보처리 단위는 페타바이트>테라바이트>기가바이트>메가바이트>킬로바이트>바이트>비트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은 인터넷 네트워크를 통해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이 연결되어 정보를 주고받으며 상호 소통하는 것을 말한다. 가전제품, 전자기기, 자동차 등의 사물들이 인터넷으로 연결되어 소통하는 것을 넘어, 인간의 개입 없이도 스스로 서비스가 가능해 삶의 질을 높여주는 것이 사물인터넷 기술의 본질이다. 이는 초연결로 가는 중간 단계로 기술이 더욱 발전하면 모바일, 클라우드 속 데이터까지 연결되는 만물인터넷(IoE, internet of Everything)으로 진화할 것이다. 다시 말해, 만물인터넷 기술의 실현은 초연결이 가능해진 시대를 의미한다.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은 인간의 지적 능력으로 할 수 있는 사고와 학습을 인공적으로 프로그래밍하여 기계에 구현한 것이다. 단어 그대로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지능이다. 컴퓨터가 스스로 학습, 추론, 판단의 과정을 거칠 수 있도록 하는 기술로 강인공지능이라는 개념이 쓰이며, 이와 반대되는 약인공지능은 현재도 많이 활용되고 있는 기술로, 인간이 프로그래밍한대로 특정 업무만을 반복 수행하는 인공지능을 말한다.
가상현실(VR, Virtual Reality)은 인터넷 공간에 만들어진 가상세계로, 인공현실(Artificial reality), 사이버공간(Cyberspace)이라고도 불린다. HMD(Head Mounted Display) 등의 디바이스로 현실 공간처럼 실감 나게 체험할 수 있으며, 단순 게임만이 아니라 수술 및 해부 연습, 항공기 조종실습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된다. 더 나아가 현실 공간에 가상의 이미지를 겹쳐서 보여주는 증강현실(AR, Augmented Reality)로 발전되어 활용되기도 하는데 IKEA-Place 앱이 대표적이다. 가구를 실제로 구매하여 배치하지 않아도 스마트폰을 통해 사이즈를 측정하고, 임의로 배치까지 할 수 있다.
자율주행차는 자동차에 IT 기술이 적용되어 운전자의 개입 없이 스스로 도로의 실시간 상황을 파악하며 주행하는 기술이다. 자율주행은 미국자동차기술학회(SAE)에서 0단계부터 5단계까지 총 6단계*로 구분했는데 현재 가장 앞서고 있는 테슬라의 기술은 2.5단계로 평가되고 있다. 5단계의 진정한 자율주행 실현을 위해서는 차간 거리 유지, 차선 이탈 경고, 자동 긴급 제동 시스템 등의 기술 발전이 요구되며, 이는 앞서 설명한 5G,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의 주요 기술들을 응용한 것이다.
*0 단계- 자율주행 기능 없는 일반차량/ 1단계- 자동브레이크, 자동속도조절 등 운전 보조기능/ 2단계- 부분자율주행, 운전자의 상시 감독 필요/ 3단계- 조건부 자율주행, 자동차가 안전기능 제어, 탑승자 제어가 필요한 경우 신호/ 4단계- 고도 자율주행, 주변환경 관계없이 운전자 제어 불필요/ 5단계- 완전 자율주행, 사람이 타지 않고도 움직이는 무인주행차
드론은 무선전파를 이용해 조종하는 무인항공기(UAV)로 2000년대 초반 군사적 목적으로 개발되었으나 현재는 개인, 기업, 미디어에서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고 있다. 드론이 미래 기술로 주목을 받는 것은 무궁무진한 활용도 때문인데 현재도 그 용도에 따라 표적 드론(Target Drone), 정찰 드론(Reconnaissance Drone), 다목적 드론(Multi-roles Drone)으로 구분되며 점차 세분화될 것으로 보인다.
4차 산업혁명의 기술들은
스마트시티에 어떻게 적용될까?
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 세종 5-1 생활권은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여 도시 방범 문제를 해결할 계획이다. 범죄 예방 환경 설계(CPTED, 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에 따라 도시 곳곳에 방범용 CCTV와 스마트 가로등이 설치될 예정이다. 방범용 CCTV는 음성인식 기능이 추가되어 이상한 움직임과 소음이 발생하면 즉시 112 혹은 119로 신고가 접수된다. 스마트 가로등에는 센서가 부착되어 주변의 움직임과 빛, 소음을 감지하여 밝기를 스스로 조절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방범 효과, 에너지 절감 효과, 그리고 빛공해로 인한 문제 해소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설계 단계부터 범죄를 예방할 수 있도록 CCTV, 가로등, 비상벨, 안심 골목길 표지판 등의 안전시설을 고려한 도시계획
세종 스마트시티는 도시의 고질적 문제인 교통체증과 주차난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시 기획 단계에서부터 도시 내부에서 개인 소유의 자동차를 이용할 수 없도록 계획하였다. 도시 내에서의 이동 수단은 자율주행차량과 공유차량, 자전거로 이용할 수 있으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자율주행,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빅데이터, 드론 기술이 적용할 계획이다.
도시데이터분석센터에서는 발전된 빅데이터 처리 기술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교통 상황을 분석한다. 사물인터넷 기술로 연결된 컴퓨터와 신호등은 도시데이터분석센터에서 도출한 분석 결과를 교환하여 신호체계를 적절하게 조정한다. 사람의 개입 없이도 빠르게 교통체증을 해소하고 교통 흐름을 최적화한다. 더불어 주차장에 부착된 센서와 자동차도 상호 소통하며 주변의 주차공간을 빠르게 탐색, 주차난을 해소한다.
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 부산 에코델타시티(EDC)는 3대 특화 전략 중 ‘스마트 디지털시티’ 전략에 따라 가상현실 기술의 일종인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을 시도할 계획이다. 가상의 공간에 실제와 똑같은 도시 운영 플랫폼을 구축한 뒤 도시 문제 해결을 위한 실험을 진행한다. 실험을 통해 도출한 결과를 바탕으로 더 나은 방향의 해결방안을 모색하여 실제 도시에 적용한다. 이로 인해 도시 조성 과정에서 발행할 수 있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개방형 빅데이터 도시를 표방하며 대규모 공공데이터뿐만 아니라 민간과 기업의 니즈에 부합하는 데이터를 생산하고 공유할 수 있는 정보거래 플랫폼 ‘데이터 마켓’을 운영할 예정이다. 일반 시민과 민간 기업이 질 좋은 정보에 접근하기 어려운 현 상황을 해결하기 위함이다. 2차 가공 없이도 사용할 수 있는 수요자 중심의 데이터로 정보 공급 패러다임 전환을 목표로 하며, 정보의 불균형 해소도 기대할 수 있다.
전남 해남에 친환경 스마트시티로 조성 중인 솔라시도는 한적한 도시에 조성된다는 이점을 살려 자율주행을 먼저 경험할 수 있도록 도시의 도로 체계부터 새롭게 구성할 예정이다. 자율주행은 차량 자체의 기술도 중요하지만 이전과 다르게 구성된 도로도 필요하다. 이를 차세대 지능형 교통 시스템(C-ITS, Cooperative-Intelligent Transport System)이라고 하는데 차량 간 또는 차량과 인프라 간의 연결을 통해 안전한 자율주행이 이루어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주는 기술이 솔라시도에 적용될 예정이다.
또한 드론을 물류 서비스와 의료 서비스에 활용하여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일 예정이다. 드론 택배 서비스는 배송 시간과 운송비 절감 등의 효과를 가져올 것이며, 헬스케어 부문에 드론이 도입되면 도로에서 사고가 발행하는 즉시 사고 소식을 전송하고 의료진과 협업하여 사고처리 업무를 지원할 수 있을 것이다.
규제로 인해 빅데이터, 드론, 암호화페, 블록체인, 3D프린트 등의 기술을 적용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스마트시티 조성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차원을 넘어 국가의 산업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도 다양한 기술을 자유롭게 운영할 수 있는 기반이 조속히 마련되어야 한다. 해당 지역에 일정 기간 동안 규제를 면제, 유예시켜 주는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도입하고 첨단 기술을 실험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로 활용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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