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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에너지,
그린수소
물에서 수소를 생산하는
미래에너지 기술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김선동 책임연구원

2021.08.13

2021년 7월,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를 포함한 북미 서부의 낮 최고 기온이 54℃에 달하며 현지 기후관측 이래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같은 시간대 지구 반대편인 인도 뭄바이에서는 기습적인 폭우로 인해 건물이 붕괴되는 등 수많은 재산 및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이와 같은 소식은 전 세계적으로 많은 이들에게 기후 위기에 대한 강한 경각심을 일깨우기에 충분했다.

 

 

지구의 기후는 본래 400년에서 500년을 주기로 1.5℃가량 오르내린다. 지난 15세기에서 19세기까지 지구의 평균 기온이 다소 낮은 축에 속했기에 최근 이어지고 있는 높은 기온은 기후 변화 주기상 자연스러운 측면도 있다. 하지만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의 시대가 만들어낸 과도한 탄소배출이 환경 문제를 가속화했다는 것은 과학자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많은 공감을 얻고 있는 사실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지구 곳곳에서 일어난 자연환경의 급격한 변화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꿈꾸는 인류에게 그야말로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이에 국제 사회는 탄소배출권 규제 및 기후협약 등 규제와 상호 감시 제도를 마련함과 동시에, 친환경 신재생에너지 산업 인프라를 구축하고 관련 산업을 육성하자는 ‘그린뉴딜’과 탄소의 순 배출량을 제로로 만드는 ‘탄소 중립’을 중요한 환경‧에너지 및 경제 정책으로 추진하여 성장 동력으로 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정부의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2019.1), 한국판 뉴딜(2020.7) 및 탄소중립 선언(2020.10)에 걸친 일련의 일관된 정책 추진을 통해 다가올 미래 사회를 준비하고 있다.

 

 

기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국가 단위의 노력 중에서도 탄소중립정책은 그야말로 유의미한 움직임에 속한다. 앞서 간단히 설명했듯 탄소 중립(Carbon Neutral)이란 인간의 활동에 의한 온실가스를 최대한 줄이고, 남은 온실가스는 자연 흡수 및 다양한 제거 기술을 통해 실질적인 배출량을 제로로 만드는 개념이다. 에너지 관점에서 탄소 중립의 실현은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보급‧이용 확대 및 수소경제로의 전환을 통한 경제 구조의 저탄소화를 의미한다.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글로벌 기업과 지자체를 중심으로 필요한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부터 충당하고자 하는 이른바 ‘RE100(Renewable Energy 100%)’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이는 기존 에너지 체계가 가져다주는 단기적인 효율성과 경제 논리에서 벗어나 지속 가능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새로운 인식의 변화를 의미하며, 이미 덴마크 등 일부 국가에서는 RE100을 국가 전반에 걸친 에너지 정책으로 추진 중이다.

 

 

그러나 재생에너지 보급 및 이용의 확대가 가져오는 에너지 패러다임의 변화 이면에는 시차에 따른 에너지 수요‧공급 불일치와 자연에너지의 불규칙성으로 인해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한계점이 존재한다. 바로 이와 같은 점을 보완하기 위한 방법으로 재생에너지로부터 발생하는 잉여전력을 통해 물을 전기분해하여 수소를 제조하였다가, 필요한 시점에 수소 또는 전기 변환의 형태로 재활용하는 친환경 ‘그린수소’ 기술이 떠오르고 있다.

 

지속가능한 에너지 기술, 

‘그린수소’


그린수소 기술은 지구상에 상대적으로 풍부한 자원인 물을 원료로 사용하며, 생산 과정에서 환경 오염물질(HC, CO, NOx) 또는 기후변화를 발생시키는 물질(CO2)이 부산물로 생성되지 않는다는 큰 장점을 가지고 있어 지속가능한 에너지 기술로 특히 주목받고 있다.

 

그린수소의 핵심,

‘수전해기술’


물로부터 수소와 산소를 분리 및 추출하는 전기분해 기술을 수전해라고 한다. 수전해 기술은 핵심 부품인 전해질 소재에 따라 알칼라인 수전해(Alkaline electrolysis), 고분자전해질 수전해(PEM Electrolysis) 및 고체산화물수전해(SOEC, Solid Oxide Electrolysis Cell)로 구분된다. 구동 온도에 따라 액상의 물(Water)을 전기분해하는 저온수전해와 700~850℃의 수증기(Steam)를 전기분해하는 고온수전해 방식으로 구분할 수도 있다. 아래 이어지는 설명을 통해 각각의 수전해 기술을 간략하게 알아보자.

 

 

우선 알칼라인 수전해 기술은 기술적 성숙도가 가장 높아 수전해 기술 중 전 세계적으로 실용화 및 보급이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방법이다. 국내에서도 수소 기술개발 로드맵(2019.10)을 통해 안정적인 친환경 수소 공급 시스템 확충을 위한 계획이 수립되어 있으며, 이 가운데 초기 그린수소 생산의 대부분을 알칼라인 수전해가 담당하고 있다.

 

한편 고분자전해질 수전해는 수소전기차에 탑재되는 연료전지와 유사한 기술을 기반으로 고분자 전해질을 이용하는 것을 특징으로 하며 다른 전해기술보다 상대적으로 콤팩트한 시스템에서 대량의 수소를 제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해당 기술은 현재 유럽 및 북미에서 특히 상용화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고체산화물 수전해는 100℃ 미만에서 구동되는 다른 전해기술과는 달리 700~850℃ 고온 영역에서 작동되어 수증기 상태로 전기분해가 이루어지므로 고온수전해라고도 불린다. 해당 수전해 기술은 전기분해 효율이 매우 높은 시스템으로 평가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값비싼 재생에너지 전기를 이용하여 수소를 제조할 경우 수소 제조 비용이 높아지기 때문에 높은 전기효율은 그린수소의 경제성 확보에 필수적인 요소이다.

 

수소에너지가 제시하는

지속가능한 미래


최근 국내 산업계 및 지자체에는 수소 관련 사업에 박차를 가하며 그린수소와 관련된 대규모 사업을 활발히 기획하고 있다.  특히 가동원전・수소터빈과 같이 열에너지와 전기에너지가 공존하는 기술과 대규모 재생에너지 시설을 중심으로 진행중인 그린수소 생산 시설의 융복합화는 새로운 미래 기술의 전개가 될 것이라는 측면에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폭발적 수요 확대에 반해 국내 그린수소 기술은 아직 개발의 여지를 많이 남겨두고 있다. 일례로 알칼라인 수전해 및 고분자전해질 수전해 시스템의 보급 및 상용화가 추진 중이나 아쉽게도 현시점에서 국내 그린수소 실적은 아직 극히 저조하며, 고온수전해 기술은 여전히 연구개발 단계에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 Bloom energy 및 영국 Ceres Power 등의 국외 기술이 국내 대기업과의 글로벌 파트너쉽을 통해 저마다 ‘그린수소 시장 진출 전략’을 발표하면서 국내 시장으로의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이와 같은 국외 기술의 선제 대응은 미래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우려할만한 사안임인 동시에 가까운 미래에 국내 기술력과의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을 예고하는 행보다.

 

 

수소전기차 보급이라는 우리 시대에 맞이한 또 하나의 혁신을 통해 일반인들도 수소에너지를 손쉽게 접하고 구매하거나 소비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오랜 시간 인간에게 편리함을 제공했던 화석연료의 자리가 수소에너지로 넘어갈 시간이 천천히 다가오고 있음을 암시한다. 지구의 안녕을 위협하는 기후 위기 속에서 그린수소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꿈꾸는 인류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수소경제로의 대전환시대에 기대가 모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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