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물리적 경계를 뛰어넘는
미래의 도시 2편
모빌리티 기술의 발달로
도시 인프라를 100%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도시·건축 칼럼니스트 음성원

2021.04.26

주택에 머물러야 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생기는 탈주택*의 역설은 이제 막 시작되는 트렌드이면서도 도시의 존재 이유와도 맞닿아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도시 인프라는 기본적으로 개인의 사적인 공간을 보완하는 성격을 갖는다. 이 인프라에 얼마나 접근할 수 있느냐가 바로 개인이 누릴 수 있는 공간복지의 척도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탈주택의 방법은 도시 인프라의 접근성을 높이는 것에 있다.

* <물리적 경계를 뛰어넘는 미래의 도시 1편>에서 미래의 주거문화는 21세기형 공유의 방식을 통해 다양한 용도로도 활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며, 주택이 가진 물리적 경계를 뛰어넘는 ‘탈주택’이라 정의 

 

 

도시 인프라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첫 번째 방법은 ‘휴먼 스케일’의

동네를 만드는 것이다. 

 

잠깐 슬리퍼만 신고 나가도 누릴 수 있는 시설이 많으면 된다. 집 근처,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직장이 있고, 값싸고 질 좋은 생필품을 구매할 수 있는 시장이 있고, 자녀 학교도 보내고, 초록빛 나뭇잎을 보며 산책을 할 수 있으며, 멋진 공간감을 느낄 수 있는 카페나 맛있는 식당도 손쉽게 걸어가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휴먼 스케일*의 도시이며 이는 도시 인프라에 대한 접근성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이른바 ‘슬세권(슬리퍼 신고 다닐 만한 동네 상권)’이 코로나19 이후에 주목받고 있다는 점은 이런 맥락과 맞닿아 있다. 프랑스 파리의 안 이달고 시장이 ‘15분 도시 파리’ 구상을 내놓은 것 역시 이 같은 휴먼 스케일의 도시가 가진 장점에 주목했기 때문일 것이다. 집 주변의 도시 인프라를 손쉽게 즐길 수 있다면 굳이 내 집의 면적에 집착할 필요가 없어진다.

* 모든 사물과 공간 설계 도면의 기준은 인체치수에 의해 결정되는데 휴먼 스케일이란 인간의 평균 체격을 기준으로 한 척도. 다시 말하면 사람을 설계의 기준으로 삼는다는 의미이며 보다 친밀감 있는 공간과 주변환경을 조성하는 목적에서 세워진 기준이다. 또한 칼럼에서 사용되는 ‘휴먼 스케일의 동네’는 지리적인 공동체의 집합이며, ‘휴먼 스케일의 도시’는 동네가 모여 도시를 이루는 더 큰 단위의 집합체를 뜻한다. 

  

 

그러나, 도시를 이렇게 꾸미는 것은 쉽지 않다. 이미 많은 삶의 양태가 고착화되어 있는 공간의 구조를 뒤바꿔 새로운 용도를 집어 넣는 것이 어찌 쉽겠는가. 다행인 점은 이런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기술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접근성 향상을 위한 모빌리티 기술이 바로 그것이다. 공유자전거와 공유킥보드를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 걷기로 이용할 수 있는 범위와 자동차를 이용해야만 하는 거리 사이에 있는 도시의 인프라가 사실상 휴먼 스케일의 영역으로 들어오게 된다. 다시 말해 아웃도어에서 걷기보다는 빠르지만 자동차보다는 느린 속도로 도시의 경관을 느끼며 15분 만에 갈 만한 거리가 대폭 늘어난다는 뜻이다.  

 

 

ICT 기술의 등장은 이처럼 접근성 향상이라는 점에서 이용할 수 있는 도시의 범위를 크게 확대해 줄 수 있다. 한강이 걸어서 가기는 힘들어도 자전거를 이용하면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이 하나의 사례라고 하겠다. 손바닥 안에 쏙 들어가는 스마트폰을 통해 언제든지 손쉽게 이러한 모빌리티 수단을 활용할 수 있다면 걷기의 영역이 확대되는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도시의 범위가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걸어서 30분 거리에 있는 공공 운동장도 모빌리티 수단의 도움을 받게 되면 사실상 15분 도시의 인프라로 편입되는 것이다. 공간적 스케일 측면에서 도시는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재탄생하는 셈이다.

 

 

도시 인프라에 대한 접근성 향상 측면에서 보면 도시의 속살을 어느 정도까지 깊게 파고들 수 있느냐에 대한 부분에 대해서도 고찰해 볼 필요가 있다. 여기서 말하는 도시의 속살이란 건물 곳곳에 들어가 있는 시설이라고 할 수 있다. 시설을 제대로 이용하려면 어디에 어떤 용도의 시설이 있는지 파악할 필요가 있는데, 요즘에는 스마트폰의 ICT 기술이 이러한 부분을 적절히 도와주기 시작했다. 이미 많은 기업들이 동네의 업무공간, 잠시 화보 촬영을 할 수 있는 공간, 회의공간, 하룻밤 잘 수 있는 공간, 한 달 살아볼 수 있는 공간 등 오프라인 상에 존재하는 인프라 시설을 각자의 영역에 맞게 큐레이션 하여 온라인으로 옮겨두고 있다. 


오프라인의 공간을 온라인으로 

접근할 수 있는 기술의 발달은 

도시에 대한 접근성을 한 단계 높여준다. 

 

도시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자원을 실질적으로 잠시 점유하여 내 것처럼 온전히 쓸 수 있는 기회가 열리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도시를 이용할 수 있는 밀도가 과거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도시 인프라를 100%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리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주거의 미래에 대해 얘기하다 보니, 도시 인프라로 자연스럽게 흘러오게 되었다. 도시에서의 주거생활은 벽으로 둘러싸인 경계 안쪽에 대해서만 얘기할 수 없다. 집 밖을 나서더라도 다른 사람과 다른 시설을 접하기 힘든 전원지역 같은 곳이라면 집 내부에서의 생활에 대해서만 얘기하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겠다. 하지만 도시라는 것은 이미 그 자체로 사람들 간 사회적 관계 측면 뿐만 아니라 물리적인 관계의 측면에서도 서로 간에 얽히고설켜 있는 집합체이다. 따라서 도시 주거는 주거를 뛰어넘는 동네 생활, 도시 생활로 시야를 확대해야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이들이 

주택에 고립되어 있고

그 생활이 그리 만족스럽지 않다면 

눈을 돌려 도시를 보라. 

 

이들을 위해 어떤 도시가 펼쳐질 수 있느냐가 바로 그 도시의 공간복지의 수준을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ICT 기술이 도입된 스마트 도시는 도시가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기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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