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물리적 경계를 뛰어넘는
미래의 도시 1편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미래형 스마트 도시
ICT 기술이 마련해 주는 새로운 주거 공간에
어떤 변화가 있을까?

도시·건축 칼럼니스트 음성원

2021.04.16

 

 

코로나19로 인해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부쩍 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영향으로 집은 그야말로 생활과 휴식은 물론 업무와 레크리에이션 그리고 배달음식을 이용한 식당의 영역으로까지 확장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무척 편리한 생활 형태이기는 하지만, 문제는 그 일상이 쉽게 피폐해진다는 데에 있다. 자고 일어난 자리에서 일하고 다시 침대에 눕는 일상이 반복되면 좁은 공간에서 작은 다리를 뻗어봐야 제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쳇바퀴 속 다람쥐와 다를 바 없지 않은가. 그러니,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늘어나게 되면 기본적으로 공간의 면적을 늘리고픈 욕구가 커질 수밖에 없다. 이 욕구를 채우기 가장 쉬운 방법은 커다란 집을 구하는 것이지만, 누구나 알고 있듯 이 방법은 충분한 경제적 자유를 확보하지 않는 한 방법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선택지이다. 그러니 다른 대안을 찾아봐야 한다. 물리적으로 사적인 공간을 넓히지 못한다면 자신이 실질적으로 사용하는 공간을 넓히는 방법을 생각해 봐야 한다. 

  


그 방법 중 하나는 집에 사용하는 가구를 여러 기능으로 바꿀 수 있는 가변형 방식으로 바꾸는 것이다. 침대가 벽 속으로 숨어 들어가고, 식탁이 벽 안에서 튀어나오는 등 작은 집에서 쓸 수 있는 ‘스마트 퍼니처’와 같은 방식을 MIT의 시티랩 등에서 실험적으로 제안해 보기도 하지만 높은 가격과 번거로운 이용방식의 벽은 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럼 집 밖으로 눈을 돌리면 어떨까? 주택에서의 일상을 도시로 확장하는 것. 그걸 ‘실질적’으로 가능케 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원래부터 도시는 주택과 같은 사적인 기능을 보완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도시가 개인적인 부문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공적이거나 사적인 인프라를 다양하게 제공해 줄 때 우리는 그 도시를 ‘좋은 도시’라고 부른다. 집에 운동시설을 갖춰 놓기 어렵다면 근처에 있는 커다란 공영 운동장을 찾거나 혹은 적절한 수준의 피트니스센터를 다니면서 집의 부족함을 채울 수 있다. 집에 마당이나 여유 있는 테라스가 없어 아쉽다면 편히 찾을 수 있는 공원이나 하천이 그 아쉬움을 달래줄 것이다. 카페에 들러 공간감을 느끼며 커피를 마시는 여유도 집안의 공간을 뛰어넘어 일상을 좀 더 풍요롭게 만드는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이 같은 도시의 인프라는 이렇게 집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중요한 공유공간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도시 인프라의 기능은 좁은 집의 한계를 확장해 주는 것이다. 팬데믹이 공유에 대한 두려움을 끄집어냈으나, 여전히 일상을 풍요롭게 만드는 유일한 자산은 공유일 뿐이라는 ‘역설’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주택을 도시로 확장시켜 공간을 넓게 쓰려면

분명 도시 공간을 공유하는 것이 해답인데

모르는 이들과 함께 어우러지는 일이 

불편해진 역설적인 상황을 풀어내는 수단이 

바로 ‘스마트 도시’이다.


스마트 도시란 사물인터넷이나 빅데이터 솔루션 등을 정보통신기술(ICT)로 연결해 도시의 인프라를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해 시민에게 혜택을 주자는 취지로 제안된 개념이다. 이 기술로 사람들을 도시 인프라와 연결해 주면 이전과 다른 새로운 형태의 공유를 경험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우리는 이미 그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모두가 손에 쥐고 있는 스마트폰이 가져다주는 정보는 집을, 자동차를, 킥보드를 그리고 회의실을 나 또는 우리만 특정 시간에 점유할 수 있게 해 준다. 다시 말해 특정 도시 인프라를 공유하면서도 다른 사람들과 마주침은 최소화되는 ‘21세기형 공유’가 이뤄진다. 공유라는 단어가 무의식적으로 떠올리게 하는 한 공간에 모여 왁자지껄 어우러지는 종류의 공유와 달리 ICT 기술이 마련해 주는 새로운 종류의 공유는 공적인 공간에서 사적인 영역을 만들어 주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 내가 확보해 둔 집이 갑갑하다면 가끔씩 남의 집을 빌려 특정 시간 동안 일을 한다거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자유를 얻는 것이 바로 도시가 가진 잠재력을 온전히 끌어내는 방식이라 하겠다.

 

 

ICT 기술은 도시 인프라가 가지고 있는  

보이지 않던 장벽들을 허물어 내며 

주택으로 기능하는 

사적인 영역을 보다 넓힐 수 있게 도와준다.


그러니 미래의 새로운 주거 문화라는 것은 결국 기술의 힘을 빌어 도시 곳곳을 21세기형 공유의 방식으로 잠시 동안 사적인 용도로도 쓸 수 있게 되는 것이고, 이를 다른 말로 정리하자면 주택이 가지고 있는 물리적 경계를 뛰어넘는 ‘탈주택’이라고도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세상을 바꿀 ‘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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