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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시대,
인공지능과 헬스케어
인공지능을 통해 알아보는
의료 산업의 미래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정다운 연구위원

2021.11.17


 

우리는 지금 COVID-19로 인해 유례없는 팬데믹(Pandemic) 상황을 겪고 있다. 막대한 인명 피해뿐 아니라 세계 경제에도 짙은 먹구름을 가져온 팬데믹의 충격은 지속 가능한 인류 문명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제시를 촉구하고 있다. 위기를 더 큰 도약의 기회로 삼아 발전을 거듭해 온 인류는 이번에도 적응과 극복을 위한 노력에 온 힘을 쏟고 있다. 록다운(Lockdown)과 셧다운(Shutdown)에 대응하기 위해 재택근무, 비대면 회의, 온라인 수업, 한시적 원격의료 허용과 같은 변화들이 이루어졌고, 이는 사회 전반의 디지털 전환과 언택트(Untact) 혁신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포스트 팬데믹’, 즉 전염병 대유행 이후의 새 시대에서 세상의 질서와 흐름은 어떻게 바뀔 것이며 새로운 미래를 맞이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준비 자세가 필요할까?

 

코로나19 그 이후,

'포스트 코로나 시대'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과 함께 '포스트 COVID-19 시대의 유망기술'에 대한 분석과 발표를 통해 COVID-19 이후 변화될 미래사뢰 모습을 전망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COVID-19 이후 4대 환경 변화로 비대면·원격사회로의 전환, 바이오 시장의 새로운 도전과 기회, 자국 중심주의 강화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산업 스마트화 가속, 위험 대응 일상화 및 회복력 중시 사회에 주목하였다. 이러한 환경 변화로 인해 큰 변혁이 예상되는 8대 사회·경제 영역으로는 헬스케어, 교육, 교통, 물류, 제조, 환경, 문화, 정보보안이 선정되었다. 이 중 '헬스케어' 영역에서는 가까운 미래에 현실화가 가능하면서 기술혁신성과 사회·경제적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유망기술로 '인공지능을 활용한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과 원격의료 기술'을 꼽았다.

 


 

개인 소득수준의 향상과 기대수명의 연장 등으로 인간의 편의와 안전을 중시하는 인간중시 가치산업이 부상하는 흐름에 맞춰 의료 산업에서는 ‘4P 의료’, 즉 예측(Predictive), 예방(Preventive), 개인 맞춤형(Personalized), 참여형(Participatory) 의료를 미래 의료의 청사진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의료의 목표는 질병 치료에서 질병 예측과 예방을 통한 건강관리로, 의료의 주체는 의사에서 환자·고객 중심으로 점차 옮겨가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필두에 서있는 것이 바로 디지털 헬스케어와 원격의료이며, 이를 견인하는 힘은 인공지능 기술로부터 나온다.

 

인공지능의 역사는 반세기 이상을 거슬러 올라가지만 우리들에게 인공지능이라는 용어가 익숙해진 것은 생각보다 오래되지 않았다. 몇 번의 부침을 거듭하다 최근 클라우드 컴퓨팅 및 빅데이터의 등장, 컴퓨팅 파워의 개선 및 네트워크의 활성화, 딥러닝 알고리즘의 발전 등으로 기술력이 급성장하며 다시금 각광받기 시작한 것이다. 4차 산업혁명과 함께 인공지능을 포함한 디지털 신기술에 쏠렸던 전 세계적 관심은 포스트 팬데믹 시대와 맞물려 더욱 증폭되고 있다. 급물살을 탄 인공지능이 전 세계의 산업과 사회에 불러일으킬 변화와 혁신의 바람은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우리의 삶을 바꿔 놓은 스마트폰에 못지않게 강할 것으로 예상된다. 

 

헬스케어와

인공지능의 만남

 



헬스케어 산업에 적용된 인공지능은 방대한 양의 유전자 데이터를 스스로 분석하고 학습하여 질병 발현 시기를 예측할 뿐 아니라 개인 맞춤형 진단 및 치료 방법을 도출해 질병 관리와 극복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진료 시에는 지능형 음성인식 시스템을 통해 의사와 환자 사이의 대화를 자동으로 기록 및 저장하여 전자의무기록(Electronic Medical Record, EMR)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축적할 수 있다. 컴퓨터를 이용한 의료 영상 및 생체신호 데이터의 분석과 학습은 의료진이 더욱 정확하고 신속하게 진단과 치료, 처방을 제공하기 위한 의사결정 과정을 지원할 수 있다. 인공지능이 탑재된 수술로봇은 실시간 영상 분석을 통해 집도의에게 수술 부위 및 방법에 대한 가이드를 줄 수 있다.  

 

COVID-19의 진단과 백신 및 치료제 개발 등을 위해서도 인공지능은 전방위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폐 CT(Computed Tomography) 이미지로부터 COVID-19로 인한 폐 손상을 구분하고 COVID-19 감염 여부를 진단하는데 인공지능이 활용되고 있으며, 바이러스 단백질 구조를 규명하여 백신 및 치료제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합성한 후 시험관 및 생체에서 검증하는 프로세스를 보다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한 과정에도 인공지능 기술이 도입되었다. 지능형 음성봇 서비스를 통해 감염 의심 환자를 관리하는 행정 부담을 줄이는 방안도 적극 모색되고 있다.  

 

이와 같이 의료 수준을 향상시키는 동시에 인공지능은 시공간적 제약의 극복을 통해 개인의 능동적 건강관리를 돕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웨어러블 기기 및 스마트 기기를 통해 개인의 각종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이를 분석하여 이상 상태가 감지되면 의사, 간병인, 가족에게 알려 위험 상황을 막을 수 있다. 지능형 헬스케어 로봇은 다양한 환자들이 각자의 생활공간 속에서 재활하는 과정을 도와 이동과 운동의 능력을 회복시켜 줄 뿐 아니라 여러 일상생활을 보조할 것이다. 인터넷을 통해 가상 저장 공간 또는 가상화된 컴퓨터의 시스템 리소스를 제공하는 클라우드 기술과 무선 통신을 통해 각종 사물을 연결하는 사물인터넷 기술 그리고 인공지능 기술이 접목된 스마트 시티에서는 다양한 채널과 플랫폼을 이용해 사용자의 생활패턴을 수집하고 분석하여 이에 근거한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이른바 나만의 코치이자 비서를 기대할 수 있다. 

 


 

스마트시티의 디지털 환경을 통해 기대 가능한 또 다른 의료 및 헬스케어 서비스는 바로 원격의료다. 원격의료는 원거리에서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해 비대면으로 이루어지는 진료, 판독, 모니터링, 자문, 수술, 재활 등의 모든 의료 형태를 포괄적으로 일컫는 말이다. 의료취약지역의 의료접근성을 개선하고 의료비용을 절감하며 부족한 의료 인력을 대체할 목적으로 기세 좋게 출발한 원격의료는 의학·기술적 안전성과 유효성 미검증, 오진과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책임소재 불분명, 대형병원 환자 쏠림 현상으로 인한 일차 의료기관 몰락 등과 관련된 우려로 주춤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들과는 별개로 팬데믹 상황과 고령자 및 만성질환자 수의 꾸준한 증가를 겪으면서 원격의료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다. 원격의료에 보수적이고 소극적이던 태도를 버리고 세계 각국은 현재 온라인 및 전화를 통한 진료와 복약지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한 비대면 의료 서비스 등을 제공하면서 미래 원격의료 시장의 선점을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 미래 인류의 생활 양식에 근본적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여겨지며 전 세계적인 각광을 받고 있는 메타버스*는 디지털 헬스케어와 원격의료 서비스의 질적 수준을 크게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시공간을 초월하며 양방향 상호작용이 가능한 3차원 가상세계인 메타버스는 인공지능이 탑재된 플랫폼을 기반으로 비대면 진료와 간호뿐 아니라 개인 생체정보가 입력된 아바타를 이용한 게임 형태의 디지털 치료 및 재활 등에 활용되어 혁신적인 헬스케어 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다.  

*Metaverse, '초월, 그 이상'을 뜻하는 그리스어 메타(Meta)와 '세상 또는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

 

 

인공지능이 가져다줄
새로운 미래

COVID-19를 계기로 앞당겨진 미래는 불안과 혼란 속에서도 새로운 시대로의 변화에 대한 희망의 싹을 틔우고 있다. 미래사회의 요구에 따라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인공지능은 인간의 두뇌가 가진 무한한 잠재력을 기술의 영역으로 이식하여 다양한 분야에서 초월적 진보를 이끌어내고 있다. 특히 의료와 헬스케어 생태계에서 핵심 기술로 자리 잡은 인공지능은 점차 그 영역을 확장해가며 인류가 보다 안전하고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도와 사회 전반에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혜택을 마음껏 누리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상황에 민첩하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적응 능력을 키우는 개인적 차원의 노력과 함께 국가와 정부에서는 관련 법과 제도의 정비 및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전문 인력 양성을 통한 기술 확보에 집중 지원하며 기업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준비된 자에게 위기는 미래를 창조하는 촉매라는 사실을 절대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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