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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도시를 위해 새로 태어난 공간들 살아 숨쉬는 도시의 기억 저장소를 소개합니다

과거와 현재가 함께 공존하는 특별한 장소들

2022.07.06


 

오랜 시간 같은 자리를 지켜온 공간은 그 자체로 잔잔한 감동을 줍니다. 아마도 긴 시간 동안 같은 장소를 오고 간 사람들의 추억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일 겁니다. 맑고 깊은 눈을 가진 어느 노인의 모습처럼 오래된 건축물은 시시각각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에게 작은 위안을 건넵니다.  

 

하지만 도시에서 이런 오래된 공간들은 쉽게 재건축·재개발의 대상이 됩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도시에서 자산으로서의 소임을 다한 건축물이 설 자리는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랜 역사를 품은 도시의 터줏대감 같은 건축물들을 지켜낼 방법은 없는 걸까요?

 

여기, 긴 시간의 퇴적을 없애기보다 새로운 방식으로 현재를 쌓아 나가고 있는 공간이 있습니다. 건물을 허물고 새로 짓는 것이 아닌, 오랜 시간이 녹아든 공간과 공존하는 방법으로 현재와 호흡하고 있는 세 공간을 소개합니다

 

 
 

1. 보안1942 : 60년 된 낡은 여관에서 전시, 도서, 숙박이 모인 복합문화공간으로


첫 번째로 소개해드릴 곳은 서울특별시 종로구 효자로에 위치한 <보안1942>입니다. 1942년부터 2005년까지 총 63년간 서촌 통의동의 한 자리를 지켜왔던 '보안여관'이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습니다. 많은 예술가들이 머물다 간 휴식처였던 이곳에는 흰 바탕에 파란 글씨로 된 옛 간판이 아직도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시인 서정주는 보안여관에 오랫동안 머물며 시를 썼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보안1942>는 2007년, 당시 폐업 후 버려져 있던 보안여관 건물을 일맥문화재단의 최성우 이사장이 인수하면서 리모델링이 시작되었습니다.

 

어느 인터뷰에서 “1930년대 시인부락의 기억을 불러내고 싶었”다고 밝힌 최 이사장은 여관을 운영했던 주인들, 여관에 묵었던 사람들의 기록과 스토리를 계속 찾아내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 위에 우리 시대의 이야기를 덧붙여 보안여관의 역사를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죠. 이렇게 탄생하게 된 보안여관은 전시, 도서, 숙박이 한 데 모인 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하게 됩니다. 

  


 

<보안1942>는 1층은 푸른 식물들이 가득한 카페 33마켓, 2층은 문인들의 유지를 이은 독립서점 보안책방, 3·4층은 보안스테이라는 숙박 공간으로 운영 되고 있습니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쌓여있는 보안여관 본건물은 아트스페이스 보안(Art Space Boan 1942)이라는 갤러리로 재탄생했습니다. 매 분기마다 새로운 전시와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는 아트 스페이스 보안은 지금까지 백여 회가 넘는 전시와 퍼포먼스를 선보였습니다. 오래된 여관 건물에서 보는 전시의 감각은 어떨지, 뉴스룸 독자 여러분도 그 특별함을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 보안 1942

-주소 : 서울 종로구 효자로 33 (신관, 구관)

-영업시간 : 12:00 – 20:00 (매주 월요일 휴무)

-연락처 : 02-720-8409 

 

 

2. 세운상가 : 한국 전자 시장의 중심에서, 세대를 아우르는 핫플레이스로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세운상가는 1967년부터 1972년까지 세운, 현대, 청계, 대림. 삼풍, 등 다양한 상가가 차례로 건립된 총 길이 1km에 달하는 국내 최초의 주상복합건물입니다. 세운상가는 70년대 당시 “쌀가게와 연탄가게를 빼고는 서울에서 보고 들을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갖춘” 상가라고 불렸죠. 하지만 곧 강남 개발이 진행되면서 주거 기능은 사라지고, 전자기기를 취급하는 업체들이 들어서면서 전자상가라는 인식이 굳어지게 되었습니다. 

 

특히 8-90년대의 오락문화 확산에는 세운상가가 큰 기여를 했습니다. 그러나 90년대 이후 전자기기의 유통구조가 크게 변화하며 세운상가는 쇠락하게 됩니다. 그 이후에는 지속적으로 전면 철거가 논의되었으나 2014년 서울시가 세운상가의 존치 결정을 공식화하며 현재는 서울 도시재생사업을 대표하는 건물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사진 출처 : 서울역사아카이브 

 

 서울시는 세운상가군 재생사업 ‘다시 세운 프로젝트’를 실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세운상가의 역사성과 문화성을 살리면서 지역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불어넣는 방식으로 리모델링이 진행되었는데요. 그렇게 재탄생하게 된 세운상가는 공중보행길 세운교, 다시세운광장, 세운 전자 박물관 등 풍성한 볼거리를 자랑하는 '힙한 곳'이 되었습니다. 특히 보행테크를 기점으로 감성 넘치는 카페들이 많이 들어서면서 과거와 현재의 모습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추억을 간직한 채 오는 중장년층과 힙한 레트로 감성을 만끽하고자 하는 MZ세대들도 많이 방문하며 세운상가는 점점 활기를 띄고 있습니다.

 

※세운상가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청계천로 159

-영업시간 : 09:00 – 19:00 (일요일 휴무)

-연락처 : 02-2271-2344

 


 

3. 돈의문 박물관 마을 : 도심 한복판의 돈의문, 마을 전체가 박물관으로


서대문이라는 이름으로 더욱 친숙한 ‘돈의문’. 돈의문은 무려 1396년 조선시대에 세워진 문이었습니다. 그러나 1915년 일제강점기 시절 돈의문은 도시계획이라는 명목 아래 철거되었고 성문 인근의 마을만 과외방 골목, 식당 골목으로 불리며 명맥을 이어왔죠. 

 

 


*사진 출처 : 돈의문박물관마을 

 

그러다 2003년, 이 일대가 ‘돈의문 뉴타운’으로 지정되면서 마을은 없어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돈의문 뉴타운 프로젝트는 모든 건물을 철거한 후 이 지역을 근린 공원으로 만들기 위한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돈의문에는 오래된 한옥과 고택들이 자리하고 있었고, 특히 근현대 서울의 삶과 기억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공간이어서 역사·문화적 가치가 컸죠. 결국 서울시는 고민을 거듭한 끝에 마을의 원형을 유지하는 ‘도시재생사업’을 택했습니다.

 

그 결과 마을은 전체가 박물관으로 지정되며 옛 모습을 그대로 이어가게 되었습니다. 어느 하나 건물을 허문 곳 없이 마을이 가진 특성을 그대로 살릴 수 있게 되었죠. 골목마다 들어선 한옥과 목조주택을 보면 세월의 과정을 고스란히 관찰해볼 수 있습니다. 특히 어느 골목으로 들어가도 막힌 곳 하나 없이 작은 골목들이 이어져 있어 생동감있게 공간을 둘러볼 수 있습니다. 

 

마을 내에는 서울역사박물관의 분관인 돈의문역사관과 근대 사교장의 모습으로 조성한 테마 전시관 돈의문구락부, 1960년대부터 80년대까지 우리가 살던 그 시절의 모습을 재현한 생활사전시관, 60~80년대 영화관을 재해석해 그 시절 영화나 만화를 감상할 수 있는 새문안극장 등 다양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100여년의 시간이 중첩된 돈의문박물관마을에 방문한다면 역사와 문화가 숨쉬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돈의문박물관마을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송월길 14-3

-영업시간 : 10:00 – 19:00 (월요일 휴무)

-연락처 : 02-739-6994

 

살아 숨쉬는 도시의 기억 저장소들, 어떠셨나요? 과거와 현재가 함께 호흡하며 새로 태어난 공간들이 앞으로 더욱 늘어나길 바랍니다. 과거는 곧 현재이기도 하니까요. 뉴스룸 독자 여러분들도 오늘 소개해드린 곳에 잠시 들려 긴 시간의 여운을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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