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들의 온실가스 감축 및 기업의 사회 책임 투자가 강조됨에 따라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전력생산에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기업의 경영활동에 필요한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겠다는 캠페인인 ‘RE100’에 참여하는 기업도 늘어나며 친환경 전기를 사용하는 것은 점점 대세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RE100을 이행하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닌데요.
오늘 한양 블로그에서는 한국 RE100 협의체 사무국장이자 아주대 특임교수인 권재원 박사를 통해 최근 RE100 동향을 살펴보고, 국내 기업의 RE100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봅니다.
성장을 위한 기후 대응, RE100
2024년 2월말 기준, 글로벌 RE100에 가입한 기업수는 누적 429개사이며, 이 기업들의 연간 소비전력 합계는 500TWh를 넘어섭니다. 이를 전력소모에 따른 국가 등수로 환산했을 때, 8위인 대한민국(568TWh)보다는 다소 적으나, 독일(490TWh)이나 프랑스(425TWh)보다도 많아서 9번째 정도에 해당합니다(Statista 2022년 자료 기준).
RE100, ‘선택’ 아닌 ‘필수’가 된 이유는?
글로벌 RE100 캠페인은 자발적인 민간 캠페인이나, 이 기업과 거래를 하는 많은 국내 기업들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재생에너지 사용의 동참을 요구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미 많은 해외 대기업이, 탄소중립 차원에서 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목표로 하는 기업의 제품을 우선적으로 구매한다는 방침이 있습니다. 유럽의 탄소국경세(CBAM)를 준비하면서 이 경향은 Scope3에 해당하는 공급망 내의 모든 중소기업까지 확대되고 있습니다.
국내 재생에너지 공급경쟁력은 수출기업의 경쟁력과 직결되어, 그간 국가경쟁력의 핵심이었던 양질의 값싼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는 우수한 제조업 입지라는 경쟁우위를 약화시키고 있습니다. 이미 많은 대기업이 국내 공장보다는 해외 공장의 증설을 선호하고 있으며, 결과로 양질의 청년층 일자리 부족과 중장년층 고용불안 등 점점 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국내에서는 RE100을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환경개선 운동으로 보는 시각보다는, 해외의 강압적인 환경 규제로 보는 부정적인 시각이 우세합니다.
비록 글로벌 RE100 가입 국내 회원사 36개사(24년 2월말 기준) 중 RE100 달성이 어려운 에너지 다소비 B2B 제조업이 가장 많기는 하지만, 서비스업이나 금융업 등 B2C 기업도 10개사 이상이나 되어 꼭 글로벌 고객의 요구만으로 RE100을 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국내 대기업도 환경보호에 동참하고 ESG 경영을 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RE100에 가입하여 재생에너지 전기 사용을 하려는 의지가 상당히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RE100을 수동적으로 외부의 부당한 압력으로 볼 것이 아니라, 위기는 기회이기도 하다는 격언을 되살려 재생에너지 사용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기술을 개발하여, 오히려 전기차나 친환경 유틸리티 사업 등에 진출을 할 수 있는 전환점으로 보는 능동적이고 긍적적인 시각이 필요합니다.
커져가는 RE100 필요성, 하지만 재생에너지 공급량은 부족
우리나라 정부는 수출 기업을 지원하는 전기 유틸리티 인프라 차원에서 민간 기업의 RE100을 지원하기 위한 여러 가지 ‘한국형 RE100’ 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한국에너지공단, 한국전력공사, 전력거래소 등을 통해서 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녹색프리미엄, 전력구매계약(PPA), 자가발전 등의 여러가지 재생에너지 구매를 통한 RE100 이행을 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서 운영 중입니다.
또한, 재생에너지 사용실적을 제출하고 재생에너지 사용 확인서를 발급받기 용이하게 한국형 RE100 재생에너지 사용 관리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으며, 자가발전이나 외부 재생에너지 발전소 프로젝트에 지분투자 등을 추진 시 금융이나 인허가 등의 여러가지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기업들은 이러한 정부 제도를 이용하여 RE100에 참여를 하고, 고객사의 재생에너지 사용실적 요구에 대응하는 증빙자료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기업의 문제는 재생에너지 전력을 구매·사용할 때, 기존 전력 대비 경쟁력이 있는 가격으로 충분한 양을 구하기 어렵고, 공급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것입니다. 이는 기존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RPS) 제도가 RE100 이 나오기 전에 만들어져서, 신재생에너지 촉진법에 따른 공급의무자(주로 한전의 발전자회사)가 매년 증가하는 신재생에너지 의무공급비율(2030년 총전력생산량의 25% 목표)에 맞춰서 재생에너지 공급량을 늘려나가게끔 설계되었고, 이로 인해 현재 급증하는 민간기업의 RE100용 재생에너지 수요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는 탄소중립은 2050년까지 순차적으로 달성하면 된다는 인식이 확산 돼있는 탓도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친환경 마케팅을 중요시하는 글로벌 기업들은 실제로 2030년이나 2035년을 목표로 RE100을 이행하고 있는 기업이 많아 이 같은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추가 공급이 시급합니다. 재생에너지 프로젝트가 수년간의 개발시간이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수요 기업들은 재생에너지 공급에 당장 목이 마른 상태죠.
실례로 애플의 경우 2018년에 이미 RE100을 달성하고, 자사의 탄소감축 목표달성을 위해 국내 공급망 업체에 2030년까지 RE100을 요구하는 상황입니다. 국내 대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미래에셋증권은 2025년, LG에너지솔루션, LG이노텍, 아모레퍼시틱 등은 2030년을 RE100 달성 목표로 설정하여, 재생에너지 조달이 시급한 실정입니다.
국가 미래 경쟁력 확보 위해 재생에너지 적기공급돼야
이뿐만 아니라, 4차 산업혁명시대의 최신 인프라라고 할 수 있는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의 경우, 글로벌 빅테크(Big Tech) 기업인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메타 등은 이미 오래전에 RE100을 달성하였고, 국내 자사의 데이터센터나 코로케이션(Co-location) 임대 데이터센터의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하고 있으며, 실제로 이 회사들도 재생에너지 인증서를 구매하기도 합니다. AI 혁명이 최근에 가장 뜨거운 전세계적인 화두인데, 재생에너지 공급 때문에 AI 데이터센터를 유치하지 못할 경우 우리나라만 AI 혁신에서 도태될 가능성이 있어서, 더더욱 국가 미래의 경쟁력을 위해서라도 재생에너지의 적기공급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더욱이, 글로벌 RE100 기업들은 기존에 이미 발전소가 지어져서 여기서 생산한 재생에너지에서 발생한 인증서(REC)나 녹색프리미엄을 구매하는 것보다는, 신규로 발전소를 지어서 PPA를 체결하는 방식을 선호하는 추세입니다. 이와 같은 이유로, RE100용 재생에너지 구매를 원하는 기업은 민간의 재생에너지 발전소 프로젝트를 위한 전력구매계약(PPA)를 직접 구해야 하는데, 재생에너지용 부지의 공급이 원활하지 않고 일반 민간 용지는 너무 비싸고 개별 크기가 작기 때문에 애로사항이 많다고 할 수 있습니다.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할만한 디벨로퍼 회사가 많지 않은 것도 현실이고요.
따라서, 이러한 민간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PPA를 통한 신규발전소 프로젝트가 경제성이 있도록 원활하게 진행되어야 하며, 이는 주로 재생에너지 발전용 대규모 부지를 정부(특히 지자체) 차원에서 경쟁력 있는 가격(임대료)에 공급하고, 관련 인허가를 빠르게 처리하고, 프로젝트 파이낸싱의 위험(Risk)를 줄이기 위한 보증이나 보험 제도 등을 정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RE100 활성화 위해 조속한 관련 제도 정비 필요
우리나라가 RE100의 적극 대응에 성공한다면, 해외 공장의 증설을 검토하고 있는 대기업이 국내 공장의 증설을 가능케(Reshoring)하고, RE100에 대응하지 못하는 해외 경쟁사의 시장점유율을 빼앗아 올 수 있는 긍정적 측면이 있습니다. 특히, 지방소멸 시대에 재생에너지는 지방에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으며, 발전사업의 매출은 장기적이고 안정적으로 노후 연금 대책으로도 활용이 가능합니다.
따라서, 정부에서는 이와 관련된 제도를 정비해야 하며, 정치권에서는 이와 관련되어 필요한 법 개정 등을 원활하게 하여, 기업 수출과 지방소멸 대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도록 협력하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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