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주: 우리나라는 도시에서 사용하는 전기를 지방에서 끌어와 사용하는 중앙집중형 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해 왔지만, 전력 사용량이 점점 늘어나면서 기존 에너지 시스템의 한계가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송배전 인프라 설치 비용 문제나 송전 과정에서의 전력 손실, 송전탑 인근 지역주민의 반발(주민 수용성 문제), 리스크 관리의 어려움 등을 들 수 있는데요.
이러한 에너지 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법안인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 2023년 5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한양 블로그 이번 콘텐츠에서는 분산에너지 시스템이 무엇이고 왜 필요한지, 특별법의 주요 내용과 시사점은 무엇인지 알아봅니다.
전력 소비량 매년 증가… 과도한 전력 수송비용도 문제
우리나라의 전력난이 점차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국내 전력 소비량은 온난화, 제조·서비스업 증가 등으로 인해 매년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력 소비량 순위는 2010년 6위에서 2015년 5위, 2020년 4위, 그리고 2021년에는 3위로 상승했습니다.
전력 소비가 증가하며 국내에서는 과도한 전력 수송 비용과 이에 따른 전력 손실이 늘고 있습니다. 특히 서울 등 대도심과 지방의 전력 자급률 차이가 너무 크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지역별 전력 자급률(2021년 기준)은 충남과 전남이 각각 227.9%, 184.7%인데 비해 서울과 경기는 각각 11.3%, 61.6%로 그 격차가 매우 큼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2022년 11월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전기요금 차등제 실현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수도권·광역시 등 대도시권역과 비(非)대도시권역의 전력 사용량은 각각 61.5%와 38.5%였는데요. 이러한 전력 불균형 속 한전의 송배전 손실은 2021년 기준으로 전체 발전량의 3.53%로 손실액은 약 2조7,4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해결책은 분산에너지 시스템
이러한 전력 불균형 문제를 해소할 방안으로 오래전부터 분산에너지 시스템이 거론되어 왔습니다. 분산에너지 시스템이란 전기를 사용하는 지역 인근에서 자체적으로 전력을 생산해 소비하는 시스템을 말하는데요.
한마디로 지역에서 전기를 ‘자급자족’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대규모 발전소와 송전설비를 짓지 않아도 되고, 가까운 곳에서 전기를 공급받기 때문에 더 안정적으로 전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기존 에너지 시스템에서는 대규모 발전소나 송전설비를 지을 때 지역사회 내의 갈등이 크게 불거지기도 했는데, 분산에너지 시스템이 활성화되면 이런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도 줄어들게 됩니다.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국회 본회의 통과
이번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하 분산법)’은 그래서 굉장히 의미 있습니다. 분산법은 SMR(소형 모듈 원자로)을 분산 전원에 포함해야 하는지를 두고 여야 간 의견 차이를 겪으며 입법이 다소 미뤄지기도 했지만, 결국 지난 5월 2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시행은 2024년 6월부터, 앞으로 1년간 하위법령을 논의 및 제정할 예정).
분산법의 주요 내용으로는 ▲대규모 전력을 쓰려는 사업자에게 전력망에 끼치는 영향을 평가받도록 하는 ‘전력계통영향평가 제도’ ▲전력을 거래할 수 있는 ‘분산에너지특화지역 제도’ ▲소규모 분산 전력 자원을 통합해 전력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는 ‘통합발전소 제도’ ▲전력 자급률이 낮은 지역의 분산에너지 사용을 의무화한 ‘분산에너지 설치 의무 제도’ ▲발전소와의 거리에 따라 전기 판매 사업자가 차등적으로 전기요금을 정할 수 있게 하는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가 있습니다.
시행까지 1년… 앞으로 생길 변화는?
주요 내용 중 특히 IT·통신·전력 업계에서 주목하는 내용은 바로 첫 번째 ‘전력계통영향평가 제도’와 마지막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입니다. 최근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데이터센터의 경우 대표적인 전력 다(多)소비 건물인데요. 분산법으로 인해 앞으로 데이터센터를 새로 지으려면 전력계통영향평가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합니다.
국내의 데이터센터는 수도권에 과도하게 밀집해 있어 전력계통(전력망)에 큰 부담을 주고 있는 상황인데요. 2024년 6월부터 분산법이 시행되면 수도권에 신규 데이터센터를 짓기 어려워져 자연스럽게 데이터센터가 지방으로 분산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때 데이터센터 사업자가 지방에 데이터센터를 짓게 되면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를 적용받아 저렴한 전기요금으로 데이터센터를 운영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시 한번 주목받는 보성그룹의 ‘솔라시도 데이터센터 파크’
한편, 분산법 통과와 함께 보성그룹의 ‘솔라시도 데이터센터 파크’가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습니다. 전라남도 해남군에 위치한 친환경 스마트시티 솔라시도에 조성되는 ‘솔라시도 데이터센터 파크’는 총 1GW의 용량을 커버하는 데이터센터 집적단지를 구축하는 사업입니다.
이곳에 들어설 데이터센터는 솔라시도와 솔라시도 인근에서 생산되는 태양광 등 풍부한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운영될 예정인데요.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재생에너지 발전단지에서 전기를 공급받기 때문에 저렴한 전기요금으로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데이터센터를 가동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전력 격차 해소와 전력 공급 안정성을 위해 꼭 필요한 분산에너지 시스템
분산에너지 시스템은 수도권과 지방 간 전력 격차를 해소하고 에너지 공급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높일 방법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아직 시행령과 시행규칙 등 하위법령 제정 단계가 남았고 이 과정에서 많은 변화가 생길 수도 있지만, 늘어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의 에너지시스템을 구조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는 사실은 모두가 공감하고 있습니다. 데이터센터의 지방 분산 정책 등이 활성화되어 ‘전력 수요의 탈(脫)집중화’와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이뤄지길 기대해 봅니다.
- #분산에너지활성화특별법
- #솔라시도
- #데이터센터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