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도시

재생에너지 기반 데이터센터가 솔라시도에 조성되는 이유 보성산업 데이터센터파크팀 맹영재 팀장 인터뷰

2023.05.10

온 세상이 ‘친환경’을 외치고 있다. 육식 대신 비건을 택하는 사람들이 늘고, 내연기관 차량 대신 전기차를 이용하는 것처럼 친환경은 우리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은 기업에도 예외는 아니어서,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RE100’ 캠페인은 전 세계적으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특히 많은 전력을 소비하는 데이터센터의 경우 필요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이 상당하다. 과거에는 인건비가 저렴한 국가를 찾아 기업들이 오프쇼어링(Off-Shoring)을 했다면, 요즘은 재생에너지 확보가 쉬운 곳으로 생산시설을 옮기는 것처럼 말이다.


보성그룹이 전라남도 해남군에 조성 중인 솔라시도는 국내 최초 “재생에너지 기반 데이터센터” 실현의 최적지로 주목받고 있다. 올해 3월, 보성산업에 신설된 데이터센터파크조성팀 맹영재 팀장을 만나 솔라시도에 조성될 데이터센터파크에 대해 물었다.




보성산업 데이터센터파크조성팀 맹영재 팀장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보성산업 스마트시티개발본부, 데이터센터파크조성팀에서 팀장을 맡고 있는 맹영재입니다. 데이터센터파크조성팀은 우리 회사가 개발 중인 솔라시도 기업도시 내 대규모 데이터센터 조성을 위해 새롭게 설립된 팀인데요. 올해 3월에 신설됐기 때문에 정신없이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데이터센터 ‘파크’라는 표현은 다소 생소한데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데이터센터와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데이터센터의 기능적 측면에서는 큰 차이는 없습니다. 다만,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에서는 데이터센터 1개 동을 짓는 것이 일반적인데요. 보성그룹은 솔라시도 안에 여러 개의 데이터센터를 조성하려고 계획 중입니다. 해외에서는 이렇게 여러 개의 데이터센터가 한 지역 내에 구현되는 것을 ‘파크(Park)’ 또는 ‘컴플렉스(Complex)’라고 부릅니다. 그 중에서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하고 정원도시를 표방하는 솔라시도에 어울리는 표현이 ‘파크’라고 생각해서 데이터센터파크조성팀이라는 이름을 붙이게 됐습니다.



솔라시도가 데이터센터를 짓기에 훌륭한 입지 조건을 가졌다고 들었는데 구체적인 내용이 궁금합니다. 어떤 입지조건을 가지고 있는 건가요?

데이터센터도 아무 곳에나 막 지을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여러 인프라 조건을 따져봐야겠지만, 아무래도 가장 중요한 것은 전력과 통신입니다. 데이터센터는 24시간 동안 쉬지 않고 가동되며 통신정보를 주고 받아야 하는 시설이거든요. 솔라시도는 이미 국내 최대규모인 98MW급 태양광 발전소가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데다가 앞으로 조성될 ‘재생에너지 허브터미널’을 통해 재생에너지를 훨씬 더 풍부하게,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부지 인근에 국내 통신 3사의 국사*가 위치해 있기에 통신 인프라 역시 충분히 갖춰져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다만, 해저광케이블 연결을 위한 육양국(CLS, Cable Landing Station)*이 국내에는 대부분 부산, 거제에 몰려있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들어 정부, 지자체 등과 함께 전남지역에 새로운 육양국을 구축하고자하는 계획을 논의하고 있어 통신인프라 환경은 더욱 나아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국사 : 정보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시설의 수용 및 운용, 유지보수 등 영업활동을 하기 위한 일반 전화국이나 분국의 건물 (ex. A통신사 송파국사, B통신사 마포국사)

*육양국 : 바다와 육지 사이 인접구간에 설치되는 통신국사. 바닷속에 있는 해저케이블을 지상의 통신망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솔라시도 데이터센터파크 조감도. 국내 데이터센터 최초로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솔라시도가 보유한 장점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솔라시도가 보유한 장점은 크게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넓은 부지’입니다. 현재 한국 데이터센터 시장에 진출하려고 하는 많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단순히 데이터센터 한 개 동을 계획하는 것이 아니라 하이퍼스케일 규모의 데이터센터 여러동을 단계별로 구축하고자 하는 니즈가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수도권에는 그런 글로벌 빅테크들의 계획을 담을 수 있는 사업지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고 여기에 수도권의 전력공급 부족상황까지 더한다면 상대적으로 솔라시도의 장점은 더더욱 증가하는 것이지요.


두 번째는 앞서 언급한 ‘풍부한 재생에너지’ 입니다. 현재 국내외 많은 기업들이 RE100을 선언해이미 실행하고 있거나 또는 향후 수년 이내 RE100을 달성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요. 솔라시도가 위치한 전라남도는 우리나라 전체 재생에너지 보급(설비)량 1위(18.5%), 발전량 2위(13.6%)인 지역인 만큼 재생에너지 확보가 매우 수월합니다. 이러한 풍부한 재생에너지 인프라를 기반으로 솔라시도에서는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데이터센터를 조성할 예정입니다. 물론, 재생에너지는 그 특성상 간헐성이 있어 일정한 양을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이에 ESS, 한전 대기전력망 연결 등을 통해 데이터센터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관련 인프라를 함께 구축할 계획입니다.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사례가 있나요?

물론이죠.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기반의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대표적으로 구글을 들 수 있어요. 구글은 이미 2017년에 자가설비, 전력구매계약(PPA),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구매 등 여러 형태를 이용해 RE100을 달성했습니다. REC구매나 제3자 PPA방식이 아닌, 직접PPA 방식으로 재생에너지 전력을 주요 전원(電原)으로 사용하는 데이터센터로는 스웨덴의 룰레오(Luleå)에 있는 메타(舊 페이스북) 데이터센터가 있어요. 룰레오 데이터센터는 인근에 위치한 룰레 강의 수력발전소에서 친환경 전기를 공급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아직까지 우리나라에는 재생에너지 기반의 데이터센터는 없어요.




스웨덴 룰레오(Luleå)에 조성된 메타(舊 페이스북) 데이터센터  

 


솔라시도에 조성되는 데이터센터파크가 국내 최초가 될 수도 있겠네요.

그렇죠. 바로 그것이 저희 팀이 만들어진 이유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저를 비롯한 팀원들은 국내 최초로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데이터센터를 조성하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전라남도의 풍부한 재생에너지 자원을 활용한다면, 충분히 가능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정부에서는 수도권에 쏠려있는 데이터센터를 지방으로 분산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이런 정책적인 변화도 솔라시도 데이터센터 파크 조성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맞아요. 자율차, 5G통신, AI(인공지능), OTT 플랫폼 등 첨단기술 발달 및 컨텐츠의 폭발적 증가에 따라 데이터센터 수요도 점점 증가하고 있는데, 우리 정부는 늘어나는 수요를 어떻게 관리해야 좋을지 고심하고 있어요. 그런 맥락에서 2023년 초부터 추진되기 시작한 것이 ‘데이터센터의 비수도권 분산 정책’입니다. 


수도권에는 이미 국내 데이터센터의 약 60%가 몰려있고 국내 데이터센터 전체 전력 수요의 70.1%(1.22GW)가 수도권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데이터센터에 전기를 공급해주는 송·배전설비(=전력계통)는 현재 포화상태예요. 이 포화상태를 해결하지 않으면 전력 수급 불균형 문제나 사고 발생에 따른 인프라 마비 등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니 우리 정부는 어떻게 해서든 데이터센터를 비수도권으로 분산시키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전기사업법 시행령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전력 수요가 있는 곳에 의무적으로 전기를 공급해줘야 한다는 조항이 있는데, 정부에서는 이 시행령을 수정해 한전이 전기 공급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까지 만들면서 데이터센터를 분산시키기 위해 애쓰고 있어요. 극단적으로 말하면 데이터센터를 지어도 전기를 공급받지 못할 수도 있게 된 건데, 수도권의 데이터센터 과밀 문제가 그만큼 심각한 상태라고 이해하시면 돼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앞으로는 서울이나 수도권에 하이퍼스케일의 신규데이터센터를 공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렇다면 어느 지역이 데이터센터 사업지로 적합한가, 이게 문제인데, 업계에서는 재생에너지 전력이 풍부하고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이 뒷받침되는 전라남도가 데이터센터를 조성하기 위한 최적의 입지로 거론되고 있어요.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있고요.



인터뷰 중인 맹영재 팀장, 국내 데이터센터의 중심이 전라남도로 이동할 것이라 설명한다.

 

 

앞으로 데이터센터 시장의 전망은 어떻게 보시나요?

데이터센터 시장 전망은 밝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진행하고 있는 이 인터뷰도 콘텐츠로 만들어지면 데이터센터로 전송되겠죠. 이렇게 콘텐츠 홍수의 시대에 관련 데이터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 이를 저장할 데이터센터도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데이터센터의 형태는 좀더 다양해지지 않을까 해요. 솔라시도에 조성되는 것 같은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도 늘어나겠지만, 도심 내에 위치하면서 좀더 빠르게 데이터를 처리해주는 ‘엣지 데이터센터’도 많아질 것 같아요.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가 한 동에 40MW 규모라면 엣지 데이터센터는 보통 3MW~5MW 정도 규모인데요. 엣지 데이터센터 같은 경우에는 브라운필드 개발 등으로 기존 건물을 활용해 구축할 수도 있어서 다양한 용량과 규모로 만들어질 것 같습니다.



끝으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새로 만들어진 팀인 만큼 아직까지 어려움도 많고 부족한 점도 있지만, 국내 최초 재생에너지 기반 데이터센터파크 조성을 위해 온 힘을 다해 노력할 예정입니다. 국내에서는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기에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유능한 우리 팀원들과 함께라면 반드시 멋진 데이터센터파크를 조성할 수 있을거라 믿고 있습니다. 빠른 시일 내에 솔라시도의 데이터센터파크를 현실화해서 여러분께 보여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공간의 다음, 도시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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