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도시

[지속가능 도시 리포트] 존폐 위기에서 세계적 에너지 자립 도시로... 오스트리아 귀싱

오스트리아 귀싱이 평범한 농촌 마을에서 세계적인 에너지 자립 도시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2024.09.24

 

 

보성그룹은 전라남도 등과 함께 해남군 산이면 632만 평 부지에 재생에너지 기반 친환경 미래도시 ‘솔라시도’를 조성하고 있습니다. 솔라시도는 전라남도의 풍부한 태양광, 풍력 자원을 활용해 도시 내에서 사용하는 전기를 자급자족하며 산업과 레저, 스마트 기술이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도시입니다.

 

[지속가능 도시 리포트]는 솔라시도와 같이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 중인 세계 여러 도시를 탐구하는 코너입니다. 그들의 선도적인 에너지 정책과 발전 과정을 통해 향후 우리가 나아가야 할 미래 도시의 모습을 함께 그려보는 시간을 제시합니다. 지난 독일 펠트하임에 이어 네 번째로 소개할 도시는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에너지 자립 도시인 귀싱(Güssing)입니다.

 

재생에너지 기반의 지속가능한 미래도시 ‘솔라시도’ 조감도

 

  

평범한 농촌에서 에너지 자립 도시로의 도전


에너지 자립 도시의 롤모델이 된 오스트리아 귀싱 (사진 캡처: 귀싱 지자체 홈페이지) 

 

수도 빈에서 자동차로 약 2시간을 달리면 도착하는 오스트리아의 귀싱. 이곳은 와인 산지로 유명한 부르겐란트주의 외곽에 위치한 도시로, 과거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가난한 농업 도시 중 하나였습니다. 귀싱의 총면적은 49.31k㎡로, 서울시 서초구( 47k)와 비슷한 크기지만, 2022년 기준 인구는 고작 3,625명에 불과합니다. (서초구 인구는 약 41만 명)

 

1980년대만 해도 귀싱은 옥수수, 해바라기씨유, 목재 생산이 주요 산업이던 평범한 농촌 마을이었습니다. 국경지대의 도시답게 개발이 더디었고, 기차나 고속도로도 닿지 않아 주민들은 외지로 나가 일을 해야 했습니다. 이렇게 낙후된 귀싱이 어떻게 세계적인 에너지 자립 도시로 변모할 수 있었을까요?

 

지난번 [지속가능 도시 리포트] 포스팅에서는 독일의 펠트하임을 소개했습니다. 펠트하임과 귀싱은 평범한 농업 도시에서 출발해 에너지 자립 도시로 성장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두 도시는 모두 에너지를 자급자족하는 것을 넘어서 남는 에너지를 판매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있습니다. 다만 주 에너지원에 차이가 있습니다. 펠트하임은 풍력을 주력으로 활용하는 반면, 귀싱은 나무를 활용한 바이오매스 발전을 통해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발전시켜 왔습니다. 두 도시의 성공적인 에너지 전환은 각 지역의 특성에 맞춘 맞춤형 전략의 중요성을 보여줍니다.

  

귀싱이 에너지 자립 도시가 되기까지 ① - 시작은 소박하게... 남는 자원을 활용

지역에 남아도는 우드칩을 활용한 귀싱의 친환경 난방 시설 (사진 캡처: 귀싱 지자체 홈페이지)

 

펠트하임처럼 귀싱도 소박한 시작을 했습니다. 에너지를 자체 생산해 비용을 절감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했죠. 1988년 당시 귀싱은 전력을 모두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었으며, 그 비용만 해도 약 600만 유로(한화 약 90억 원)에 달했습니다.

 

에너지 비용이 급증하면서 지역 재정은 더욱 악화되었고, 인구 유출로 인해 도시의 존속 여부가 위태로워지자, 1990년 귀싱 의회는 지역 자원을 활용해 100% 에너지 자립을 이루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이어 1991년부터 본격적으로 에너지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는데, 공공건물의 단열 시스템 개선과 가로등 조명 효율화 같은 에너지 절감 계획도 포함됐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귀싱은 건물의 에너지 효율을 높여 기존보다 무려 50% 가까이 에너지 소비를 줄였습니다.

 

에너지를 자체 생산하기 위해 귀싱은 지역에서 풍부한 목재를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귀싱은 전체 면적의 약 45%가 산림지대로, 목재가 풍부한 지역입니다. 이 중 침엽수는 제지 산업에 사용되고 있었지만, 활엽수는 활용도가 낮아 방치되고 있었습니다.

 

이에 시 정부는 활용도가 떨어지던 활엽수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로 하고, 1992년 친환경 난방 시설을 설치해 약 30개의 주택에 난방을 공급했습니다. 이 난방 시설은 목재를 잘게 부순 우드칩을 연료로 사용했으며, 유럽연합의 엄격한 환경 규제 기준을 충족할 정도로 대기 오염 억제 기술이 뛰어났습니다. 귀싱 재생에너지(www.gussingrenewable.com)에 따르면, 이 재생에너지 사업 덕분에 귀싱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무려 70% 감소했다고 합니다.

 

귀싱이 에너지 자립 도시가 되기까지 ② - 에너지로 경제 효과를 창출하다


귀싱의 에너지 생산 시설. (위부터 시계 방향) 바이오매스 발전소, 태양광 에너지 시설, 바이오가스 처리 시설 (사진 캡처: 귀싱 재생에너지 및 지자체 홈페이지) 

 

귀싱은 우드칩을 활용한 친환경 보일러로 성공을 거둔 후, 재생 에너지원을 다양화하는 다음 단계에 돌입했습니다. 단순히 목재를 태워 난방 에너지를 공급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전력과 자동차용 액체 연료를 생산하는 등 에너지 다각화를 추진한 것입니다.

 

2011년 설립된 ‘귀싱 바이오매스 발전소’는 벌목 잔여물이나 목재 폐기물 등 다양한 목재에서 나온 우드칩을 이용해 열에너지를 얻고, 이를 증기터빈에 활용해 전기를 생산합니다. 나무를 태우고 남은 재는 퇴비로 사용되며, 에너지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열도 재활용해 다방면에서 효과를 얻고 있습니다.

 

귀싱 바이오매스 발전소는 하루 평균 2.5톤의 우드칩을 태워 약 2메가와트(MW)의 전력과 4.5메가와트의 난방용 열을 생산합니다. 여기서 생산된 전력은 시내 공공건물, 주택, 공장 등에 공급되며, 연간 약 250만 유로(한화 약 37억 원)의 수익을 창출합니다. 발전소 건설에 소요된 약 900만 유로(한화 약 133억 원)를 감안하면, 4년 만에 초기 자본을 회수한 셈입니다.

 

귀싱은 바이오매스 발전 외에도, 목재를 태우거나 발효해 얻은 가스에서 순수한 메탄가스를 추출해 자동차용 연료로 활용하는 기술도 개발했습니다. 210만 유로를 들여 바이오가스 처리 시설을 건설해 수만 마리의 닭 배설물과 지역 내 음식물 쓰레기를 발효시켜 메탄가스를 생산하고, 이를 통해 전기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생산 후 남은 찌꺼기는 비료로 가공해 지역 농가에 무료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귀싱이 에너지 자립 도시가 되기까지 ③ - 수많은 기업 유치... 세계적 롤모델로 우뚝


() 유럽재생에너지센터(EEE) 전경 / (아래) 생태 관광을 진행 중인 귀싱의 모습 (사진 캡처: 귀싱 지자체 홈페이지) 

 

귀싱의 변화는 지역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에너지 자립 도시로의 전환 과정에서 50개의 신규 기업이 들어섰고, 1,200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었습니다(출처: 귀싱 재생에너지). 그중 오스트리아 최초의 고효율 태양전지 제조업체인 블루칩에너지는 귀싱에서 진행된 연구에서 탄생한 대표적인 성공 사례입니다.

 

또한, 다양한 연구 활동도 귀싱의 재생에너지 사업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1996년 설립된 유럽재생에너지센터(Europäisches Zentrum für Erneuerbare Energie, EEE)를 중심으로 빈 공과대학, 그라츠 공과대학, 독일의 브라운호퍼 연구소 등이 함께 신재생에너지 관련 연구를 진행해왔습니다. 이 연구들을 통해 태양광 및 바이오매스 등 신재생에너지와 관련된 여러 특허가 개발되기도 했습니다.

 

귀싱의 성공은 단지 에너지 사업에서만 그치지 않고, ‘생태 관광’과 ‘컨설팅’ 등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데에도 성과를 보였습니다. 전 세계의 지자체와 기업들이 귀싱의 성공 비결과 재생에너지 기술을 배우기 위해 몰려들고 있으며, 이로 인해 1990년대 18,000명에 불과했던 귀싱의 숙박 인구는 2015년 기준으로 30만 명까지 증가하며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었습니다.

 

현재 귀싱에는 27개의 재생에너지 발전소가 운영되고 있으며, 매년 약 1,400만 유로(한화 약 207억 원)에 달하는 에너지를 생산하는 도시로 자리 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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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귀싱이 지금의 자리에 이르기까지는 반대나 어려움도 적지 않았습니다. 특히, 기존에 귀싱에 전력을 공급하던 전력회사는 물론, 일부 주민들도 지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반대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그러나 30여 년이 지난 지금, 귀싱은 전 세계 여러 친환경 도시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습니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은 귀싱을 유럽연합 도시 중 최초로 이산화탄소를 90% 이상 감축한 도시라고 극찬하기도 했습니다. 존폐 위기를 맞았던 작은 농촌 마을이 친환경 에너지를 통해 지역 경제를 부활시킨 귀싱의 이야기는, 인구 소멸 문제가 심각한 우리나라 지방 소도시에도 큰 인사이트를 줍니다.

 

귀싱이 에너지 자립 도시의 롤모델이 된 것처럼, 보성그룹의 솔라시도 또한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세계적인 친환경 도시로 성장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지속가능 도시 리포트에서는 전 세계를 대표하는 지속가능한 도시들을 계속 소개할 예정이니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공간의 다음, 도시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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