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도시

[지속가능 도시 리포트] 에너지, 아끼고 직접 만들고… 친환경 주거타운 ‘베드제드’

영국 최초의 친환경 주거단지! '베드제드(BedZED)'의 혁신적인 친환경 주거 시스템

2024.07.24

 

보성그룹은 전라남도 등과 함께 해남군 산이면 632만 평 부지에 재생에너지 기반 친환경 미래도시 솔라시도를 조성하고 있습니다솔라시도는 전라남도의 풍부한 태양광풍력 자원을 활용해 도시 내에서 사용하는 전기를 자급자족하며 산업과 레저스마트 기술이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도시입니다.

 

[지속가능 도시 리포트]에서는 솔라시도와 같이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세계 여러 도시를 탐구하며 우리가 나아가야 할 미래 도시의 모습을 함께 그려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미국 벌링턴에 이어 두 번째로 소개할 도시는 영국을 대표하는 친환경 마을 베드제드(BedZED)’입니다.

 


재생에너지 기반의 지속가능한 미래도시 솔라시도’ 조감도 

 

 

 

영국 최초 친환경 주거단지로 알려진 베드제드타운 전경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글로벌 주요 국가 중 친환경 정책을 앞장서 실행해 온 영국은 2002 ‘베드제드(BedZED)타운을 완성하며 영국 최초의 친환경 주거단지를 선보였습니다. 베드제드의 정식 명칭은 ‘베딩턴 제로 에너지 디벨롭먼트(Beddington Zero Energy Development), 직역하면 베딩턴 지역에서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고, 지속 가능한 생활 방식을 추구하는 프로젝트를 뜻합니다. 이곳은 현재 3동의 건물에 100여 가구, 200명 이상이 살고 있습니다. 

 

[지속가능 도시 리포트] 지난 회에서 다룬 미국의 벌링턴과 비교해 보면 벌링턴은 도시 전체, 베드제드는 아파트 3개 동 규모라는 부분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차이는 바로 탄소중립을 달성한 방식입니다. 벌링턴 주로 재생에너지를 생산해 사용 전력을 친환경 전력으로 대체했다면, 베드제드는 에너지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방식으로 지속 가능한 주거단지를 완성했습니다. 한쪽이 돈을 더 벌어서저축을 늘렸다면, 한쪽은 쓰는 돈을 줄여서저축을 늘렸다고 볼 수 있죠. 베드제드도 바이오매스 발전소와 태양광을 활용해 친환경 에너지를 생산하고 있지만 이는 일부에 불과합니다. 

 

베딩턴 시내 전경

 

베드제드 타운은 어떻게 탄생하게 된 걸까요? 베드제드가 건립되던 1990년대 말~2000년대 초는 유럽에서 환경 문제와 지속 가능한 개발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던 시기였습니다. 

 

그러던 중 에너지 소비와 환경 오염을 최소화하는 주거단지를 만들어보자는 취지에서 프로젝트가 시작됐고, 여기에 저소득층을 위한 공익재단인 피바디트러스트(Peabody Trust)와 환경컨설팅 회사인 바이오리저널 그룹(BioRegional Group), 그리고 환경건축가인 빌 던스터(Bill Dunster)가 뜻을 모았습니다. 이들은 베드제드 프로젝트를 관할 지자체인 서튼 자치구에 제안해 승인을 받았고, 구의 지원을 받아 사업을 추진했죠. 

 

이후 베드제드는 지역 내에 버려진 공장 부지를 재활용해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건축 자재를 옮길 때 발생하는 환경오염까지도 최소화하기 위해 자재의 절반가량을 주변 약 56km 이내에서 조달하는 등 세심한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베드제드는 영국 건축가협회 건축상, 런던 리빙 시티 엑스포 건축상 등을 수상할 수 있었죠.

 

베드제드가 지속가능한 도시 모델을 만든 방법 ① : 패시브 건축기법 적용

 

3중창에 태양광 패널이 부착된 베드제드의 창호 구조

 

베드제드 타운은 패시브 건축기법으로 지속가능한 주거 모델을 만든 대표적 사례입니다. 건물에서 사용되는 에너지만 줄여도 탄소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곳이죠. 외벽부터 압도적입니다. 런던의 일반 주택에 적용되는 100mm짜리 벽체보다 세 배 두꺼운 300mm 벽체가 건물을 감싸고 있습니다(벽돌도 지푸라기, 헝겊 등 인근 농장과 공장에서 구한 폐자재로 만들었습니다). 

 

여기에 모든 동을 남향으로 배치해 볕이 잘 들고, 실내 베란다는 우리나라 아파트처럼 외부 창호와 내부 창호가 분리돼 있어 바깥 공기가 내부로 직접 들어오는 것을 차단합니다. 또 외부 창호는 3중창으로, 따뜻한 태양열은 통과시키고 추운 공기는 차단하는 데 탁월합니다. 채광 또한 우수해 낮에는 전등을 켜지 않아도 될 정도입니다. 

 

지붕에 있는 닭 벼슬 모양의 환풍기는 창문을 열지 않고도 신선한 공기를 실내로 전달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런 구조 덕분에 베드제드는 한겨울에도 별도 평균 실내온도 18도 내외를 유지하고 있죠. 난방 에너지 절약에 최적화된 패시브 건축기법은 가구당 연간 약 800파운드(한화 약 140만원)의 전기 및 난방비를 절약할 수 있게 만드는 일등공신입니다. 

 

빗물 또한 허투루 흘려보내지 않습니다. 단지 내에 빗물과 오폐수를 모아 정화하는 시설이 있어 물 사용량도 상당 부분 줄여줍니다. 또한, 일반 제품의 절반 정도만 물을 사용하는 특수 세탁기가 설치돼 있고, 샤워실에는 기포가 나오는 절수 샤워기가 설치돼 있습니다. 이러한 인프라 덕분에 베드제드의 입주민 1인당 하루 평균 물 소비량은 72리터로 영국 1인당 소비량인 160리터의 절반도 채 되지 않습니다.

 

베드제드가 지속가능한 도시 모델을 만든 방법 ② : 태양광, 바이오매스 활용한 재생에너지 생산 

태양광 패널이 설치된 베드제드의 지붕과 닭벼슬 모양의 환풍기

 

베드제드의 또 하나 특징은 앞서 언급했듯 자체 에너지 생산 시스템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베드제드의 외관을 보면, 지붕에 알록달록하게 치장한 고깔 모양의 환기구와 더불어 태양광 패널이 눈에 띕니다. 베드제드를 관리하는 바이오리저널(Bioregional)’에 따르면, 베드제드는 약 776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연간 약 88000kWh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베드제드 전체에서 소비되는 전력량의 20%가량을 충당하고 있죠. 

 

주민들이 사용하는 온수는 240kW 규모의 바이오매스 열병합 발전소(CHP)를 통해 공급받고 있습니다. 초기에 있었던 목재칩 연료 발전소는 운영 비용 문제로 3년 만에 사용을 중단했다가 2010년대 말 바이오매스 발전이 보편화되자 지금의 발전소를 건설해 단지에서 사용하는 온수의 100%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베드제드가 지속가능한 도시 모델을 만든 방법 ③ : 주민 생활 방식 변화 지원

정원에서 식물을 키우는 베드제드의 주민 (사진 출처: 바이오리저널 홈페이지)

 

베드제드는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자체 생산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주민들의 생활 방식을 개선하고, 탄소중립에 대한 인식을 강화하기 위한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바이오리저널에서는 녹색 생활방식 담당자를 통해 베드제드 주민들이 지속가능한 생활습관을 익히도록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죠. 베드제드에 처음 이사온 주민들은 이곳에 조성된 주거 인프라를 이용하는 것이 낯설고 불편할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이 수월하게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녹색 생활방식 담당자는 단순히 베드제드의 생활 인프라를 어떻게 이용하는지 알려주는 것뿐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일상생활에서 탄소배출을 더 줄일 수 있는지 전반적인 방법을 조언하고 지원합니다. 실제로 녹색 생활방식 담당자를 통해 베드제드의 주민들은 수입 농산물 대신 로컬 푸드와 유기농 식품을 선호하게 되었고, 주민 중 약 40%는 자기 정원에서 직접 채소를 기르게 되었습니다. 영국 가정에서 평균적으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3분의 1은 먹거리를 소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데, 이를 줄일 수 있는 생활방식이 정착된 것이죠. 

 

, 베드제드 주민들은 주민들끼리 자동차를 공유하는 ‘카 클럽(Car Club)을 이용하며 탄소배출량을 줄였습니다. 굳이 자기 소유의 자동차가 있지 않아도 일상을 영위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베드제드 타운은 주차 공간이 기존 건물보다 40% 적게 조성돼 있고, 주차장 이용료가 비싸기 때문에(매달 약 40만원) 어쩔 수 없이 이런 방식을 이용하는 거라 말할 수도 있지만, 차량 구입을 미루거나 기존 차량을 처분하는 주민이 많다는 사실로 미뤄본다면 지속가능한 생활방식을 받아들이고 이에 적응하고자 하는 주민들의 열의가 높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할 것입니다(베드제드 주민의 차량 보유율은 50% 미만에 불과합니다).

 

온갖 식물로 가득한 베드제드의 내부 통로

 

실제로 베드제드에서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생활 만족도를 조사한 적이 있는데, 약간의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공유 자동차를 이용해 연료비를 절약하며 지속 가능한 삶을 영위하는 생활이 만족스럽다는 답변이 많았다고 합니다. 

 

, 베드제드의 주민들은 장기간 외출이나 휴가 시에는 태양열 에너지를 옆집에 나눠주기도 해 전력 낭비를 하지 않고 매우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소비한다고 하는데요. 이처럼 베드제드는 누구나 자연스럽게 친환경적인 생활방식을 경험하고 익힐 수 있는, 지속가능한 주택의 표본으로 그 가치를 높이고 있습니다.

 

***

 

지금까지 영국 최초 친환경 주거단지 ‘베드제드’ 타운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베드제드가 혁신적인 방식으로 영국을 대표하는 친환경 주거시설로 자리 잡았듯, 보성그룹의 솔라시도 역시 재생 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지속가능한 도시가 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다하고 있습니다. ‘지속가능 도시 리포트’는 앞으로도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도시를 여러분께 소개해 드릴 테니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공간의 다음, 도시의 미래
  • #지속가능도시
  • #리포트
  • #영국
  • #베드제드
  • #탄소중립
  • #미래도시
  • #솔라시도